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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치질 않니? - 38만 명을 진단한 전문의가 알려주는 스스로 치질을 고치는 법
히라타 마사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남에게 자신이 가진 병을 얘기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치질은 신체 부위의 특성상 더욱 말하기 힘든 병이다. 그러나 삶의 패턴이 옛날과 달라진 현대인에게는 너무나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점에서 조금이라도 치질이 의심이 된다면, 관심을 가지고 바로 알아 둬야 한다 생각한다.
나 역시도 한 번 앉았다 하면, 화장실 갈 때나 밥 먹을 때 외에는 거의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화장실 갈 때는 책이 없으면 안 된다. 변비는 아니지만, 항상 그래왔다. 스트레스도 쉽게 받고, 가만있지 못하고 일을만드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몸이 받쳐주지를 못한다. 결국 당연히 치질이 생겼다.
그런데 병원 가기를 주저하고 있다. 창피해서가 아니라, 주변에 치질 수술한 친구나 지인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발해서 수술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뭔가 찜찜함이 있기에 수술 외에 다른 방법이 없나 알고 싶어서 그랬다. 물론 일부의 사례가 모든 것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고 문젯거리를 바로 잘라내는 식의 치료는지양하고 싶다.
실제로 최근 본 '왜 고치질 않니?' 책을 보면, 독일, 영국, 미국은 치핵 수술률이 4 ~ 7% 밖에 되지 않는 반면, 일본은 40%나 된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는 더하면 더했지, 일본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다. 수술 만능주의는 문제가있다 생각하기에 나중에 수술을 받더라도 재발하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찬찬히 읽어봤다.
우선 '왜 고치질 않니?'의 저자는 치질 관련해서 38만 명을 진단한 대장항문 전문의이다. 그의 주장은 환자 스스로 치질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치질이 오게 된 원인에 맞춰 적어도 3개월 이상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면, 수술하지 않을 정도까지 좋아진다고 한다. 치질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참 솔깃한 주장이다.
치질은 성인의 70퍼센트가 앓는 병인데, 우리랑 비슷한 일본에서 너무 수술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대로 된항문외과의라면, 수술을 하더라도, 환자가 생활습관을 고치고 투약 경과를 3개월 정도 보고, 그때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술이 아닌 생활습관을 바꿔도 좋아지기에 유럽이나 미국은 바로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지인들이 재수술한 이유도 잘못된 생활 패턴은 바꾸지 않고, 수술에만 의존했기 때문인 거 같다.
저자는 치질 환자의 유형을 8가지로 나눠 얘기한다. 만화 왕국 일본 답게 전반부를 만화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그유형을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8가지 유형은 변비, 설사, 운동부족, 음주, 출산 후유증, 냉증, 스트레스, 생리형으로 책을 보면 왜 그렇게 나눴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내 경우 해당되는 건, 역시 운동부족, 스트레스 유형. 여기에 요즘 설사도 늘어 라면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 설사 유형도 포함이 될 거 같다.
스스로 치질을 고치는 셀프케어 실천 방법도 유형별도 다르게 처방하고 있다. 나처럼 스트레스 유형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어렵더라도 긍정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하고, 일정도 과감히 줄이라고 한다. 운동 부족 유형은 5천보 걷기, 스쿼트, 타이머를 활용해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라 조언한다. 이렇게 3개월 정도 노력하면 치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잘 봐야 하는 것은 이런 셀프케어가 저자도 만능이라고는 절대로 안 하고 있다. 스스로 고치기위한 3가지 원칙으로 그 첫째가 정확한 진단이고, 둘째가 전문의의 지도, 그리고 셋째가 꾸준한 노력을 제시한다. 고치는 것은 스스로 노력하는 건 맞지만,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이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다. 또한 치질의 하나인 치루는 암이 될 수 있으므로 꼭 전문 진료를 하고 수술도 해야 한다고 한다.
'왜 고치질 않니?'에는 병원에서 실시하는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도 하고 있어, 치질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덜고 있다. 저자는 가급적 시중에 파는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하루빨리 의사의 진단부터 받기를 종용하고 있다.
'왜 고치질 않니?'는 일단 왜 내가 치질에 걸리게 되었는지를 알게 해줘서 좋다. 잘못된 내 생활 습관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깨닫게 해준다. 또한 치질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줄여주고, 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치질 기본지식을 알려준다. 무조건 수술 필요가 없다가 아니라, 빠른 진단과 제대로 된 치료의 필요성을 바로 알게 해준다.
치질로 고생 중이거나, 재발 위험이 있는 분, 또는 치질 초기 증상이 보인다면, 미루지 마시고, 꼭 한번 이 책을 봤으면 한다. 책 싫어하는 분도 앞에는 만화로 되어 있고, 190쪽도 안되는 분량에 책도 크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는편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