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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 위대한 지성의 삶과 업적
마커스 초운 지음, 장정문 옮김, 김항배 감수 / 소우주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2018년 과학계에 큰 촛불 하나가 꺼졌다. 스티븐 호킹.
아무리 과학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삐딱하게 고개를 휠체어에 기대어 모니터를 쳐다보며, 전자 음성으로 대화를 하던 그를 다들 기억할 것이다. 사실 그의 모습은 그냥 스쳐봤다 해도 머릿속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그가 유명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일반인과 다른 그의 독특한 모습 때문이 아니다.
물리학자로서 남긴 그의 많은 업적 때문이며, ALS 즉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서적 집필, 드라마, 영화, 각종 방송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반인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말도 못하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 난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늦었지만, 그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BBC에서 제작한 '스티븐 호킹'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삶, 업적, 유산, 이렇게 3부로 나눠 스티븐 호킹을 다루고 있으며,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BBC답게 책을 마치 다큐멘터리가 연상되게 구성하였다. 두껍지는 않지만, 잡지 크기의 큼직한 크기에 다양한 호킹 박사 관련 자료 사진, 그의 이론을설명하기 위한 화려한 일러스트, 주변인들의 그에 대한 회고, 다양한 시각 등 많은 구성 요소가 하나 되어 방송을보듯 어우러져 있다.
영국에서 성경보다 더 많이 팔리는 책이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라고 한다. 어려워서 장식용으로 쓰이기도 한다지만, 그만큼 그의 인기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과학자가 아닌 것이다. 그의 장애를 생각하면, 아인슈타인의 인기를넘어섰다 볼 수도 있다. 과학자 이상의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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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2년을 못 넘긴다는 루게릭 병을 21살의 젊은 나이에 걸렸으면서도, 76세의 나이로 죽기까지 말 그대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온 것이다. 어릴 적 봤던, 인간승리의 대표격이라 말할 수 있는 헬렌 켈러 여사의 이야기도 대단했지만, 호킹 박사도 참 대단한 삶을 살았다. 그 몸으로 무중력 체험도 하고,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의에 연구까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 나 같았으면, 몸이 점점 마비가 되는데, 뭘 하겠다는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다. 그냥 내 운명을 비관하며, 죽을 날만 기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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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블랙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호킹 복사를 통해 블랙홀이 무조건 삼키기만 하는 괴물이 아닌 것도밝혔고, 은하계 중심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 존재에 대한 연구, 무경계 조건을 통해 빅뱅 이전에 대한 차선책을 이야기했다. 다중 우주와 끈이론, 암흑물질 역시 그가 연구했던 분야다. 책 속에는 간단히 다루었기에 깊은 이해는힘드는데, 그나마 일러스트들이 그 개념을 잘 표현해줘서 수박 겉핥기로 라도 알 수는 있었다.
이제 스티븐 호킹의 새로운 연구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뿌려 놓은 이론과 연구는 많은 후배 과학자들에게 앞길을 밝혀주는 빛이 되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 얘기는 아니지만 책 속에 공개된, 호킹 박사가 한국의 루게릭 환자 재단, 승일희망재단의 박승일선수에게 보낸 메일이 떠오른다. '몸이 불구가 되었다 하더라도 마음까지 불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삶이 아무리절망적으로 보일지라도 당신이 할 수 있고 또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존재합니다'라는 그의 말이 오늘 하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