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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도구 도감 - 일러스트로 보는 모든 부엌 도구에 관한 설명서
앨런 스노 지음, 서지희 옮김 / 그린라이프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요리하는 재미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인터넷이나 잡지 등을 통해 다양한 요리법을 보고 만만한 것들은 한번 씩 도전해본다. 그런데 식재료나 요리 방법도 중요하지만, 도구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게다가 난, 뭘 시작할 때 책과 장비부터 챙기는 편이다. 소위 장비 욕심이라는 것이 좀 크다. 그러다 보니 요리 방송을 보다 보면, 정작 요리 방법보다 도구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칼, 도마로 시작해서, 프라이팬, 오븐, 믹서 등 뭔가 있어 보이거나, 신기한 것들은 궁금증이 폭발한다.
집에도 주방 도구들이 많이 있는데, 솔직히 정확하게 용도나 사용방법을 모르는 것이 많다. 주걱도 스테인리스, 나무, 실리콘 재질로 모양도 제 각각인데, 그냥 대충 봐서 사용한다. 그러다 지난번에는 실리콘 주걱을 완전히 태워 먹은 적도 있다. 부엌 도구 뭐가 어렵나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짧은 경험으로도 절대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이렇게 주방 도구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눈에 들어온 한 책이 있었다. 앨런 스노의 '부엌 도구 도감'이다. 이 책의 특징은 바로 부제에 잘 나와있다. '일러스트로 보는 모든 부엌 도구에 관한 설명서' 말 그대로 그림으로 보는 부엌 도구에 관한 것들이다. 각종 부엌 도구를 일러스트 그림으로 도구 기본 형태와 내부 구조, 또는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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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크게 자르고, 갈고, 뒤집는 데 사용하는 조리도구와 직접 담고, 익히는데 필요한 요리 도구, 커피, 차, 와인 등의 음료수에 사용하는 음료도구가 나오고, 추가로 이러한 요리를 하는 공간인 부엌 공간을 함께 다루고 있다. 요리하는데 이렇게 많은 도구들이 있는지 책을 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 특히 커피 관련 도구들은 주방 도구가 아니라 과학 실험 도구가 아닌가 할 정도로 특이했고, 사용법도 다양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바른 사용법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그림으로 설명해줘서 사용법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본격적인 바리스타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스스로 바리스타 기분을 내며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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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처음에 나오는 것이 칼에 관련된 것이다. 칼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데 딱 원하던 내용이었다. 집에 있는 칼들이 무뎌져 칼을 갈아줄 필요가 있었는데, 숫돌 사용법이나, 회전 숫돌, 샤프닝 스틸을 이용한 칼 갈기 방법이 나온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나오긴 하지만, 뭔가 믿음이 안 가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여기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알려줘서 좋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내가 칼 쥐는 방법부터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부는 아니지만 나름 가끔씩 요리를 잘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기본부터가 엉망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내 잘못된 습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명 셰프들 칼 잡는 법을 유심히 살펴보니 책에서 알려준 그대로였으며, 나중에 본 방송에 나온 셰프가 요리에서 기초이며 제대로 익혀야 한다는 것이 칼 잡는 거였는데, 그곳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칼을 쥐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 책에는 중요한 모든 것을 잘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칼 잡는 거 외에, 책 뒤쪽에 나오는 위생과 안전 역시도 중요한 부분이다. 손 씻기며, 화재에 대한 이야기도 특별난 거는 아니지만 기본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좀 더 뒤에 나오는 고위험 식품도 꼭 봐둬야 한다. 식품에 따라 어떻게 보관해야 안전한지 잘 요약해 놨다.
'부엌 도구 도감'에는 참 많은 도구들이 나온다. 장비 욕심 많은 나 같은 사람들은 사고 싶은 것들이 많다. 있으면 분명 편리하게 쓰일 수 있다. 반면 사 놓고 안 쓰면, 자리만 차지하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어쨌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장비 사라는 것이 아니다. 부엌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들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요리에 기본과 편리함을 알려주는 데 있다. 도구의 역사와 원리를 알게 되는 것은 덤이다. 요리를 즐기지 않는 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책을 보다, 돈 되고, 주방을 편리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발명품 아이디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주방 도구를 설명한 책인데 참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