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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여름부터 미국에서 이 책이 화제가 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우리 나라에는 언제 번역이 되서 나오나, 하고 기다리다가,
원서판을 미리 사서 읽어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딸을 잔인하게 잃고, 거대한 슬픔 속에서 파파의 편지에 이끌려
오두막에 찾아가는 전체적인 줄거리...
그 당시 나는 원서를 직접 사 친구들에게 선물을 했었다.
교회를 다니는 친구나, 다니지 않는 친구들에게나,
다시 한번 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그리고 6개월이 지나 한국어로 번역된 책... <오두막>..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
주인공이 수없이 파파의 편지를 의심하면서 결국은 그 오두막에 찾아갔을 때
울부짖으며 눈물로 신에게 분노를 퍼붓던 장면이었다
아마 누구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면 그랬겠지..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느냐고,
정말 나를 사랑했다면 어떻게 나한테 그리 가혹하게 할 수 있냐고,
나에게 그와 같은 고통을 준 이유가 무엇이냐고..
나도 종종 신에게 그렇게 묻고 싶은 날들이 있었다.
왜 당신은 한 번도 나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지,
왜 나만 이토록 힘들어야 하는지,
내가 무슨 잘못을 그리 했길래, 하는 그런 물음들..
오정희의 <새>에 보면
절름발이 아들을 가진 어미에게 하나님을 믿으라고 전도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하나님이 그토록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면,
내 아들을 절름발이로 태어나게 하지 않았을 거요'
라고 차갑게 말해 버린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신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
도대체 왜,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분은
어째서 누군가에게는 처절한 고통을,
누군가에게는 극한의 행복을 주는 걸까,
창조주라는 사랑의 하나님이...
그래서, 나도 신을 믿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렇게 고통으로 가득찬 세상 속에서, 당신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정말 신이 있다면, 왜 우리를 이토록 고통받게 하는 걸까?
그런데..
나의 고통을 나보다 더 아파하면서,
눈물로 호소하면서,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내가 절대자라고 해서, 그 고통을 막아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그 고통을 너에게 일부러 주려고 했던 것도 아니라고,
신의 고백에 나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결국,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절대자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절대자가 준비한 선물, 죽은 자신의 딸을 만나게 되는 것..
그렇게 사랑하던 딸을 시체도 찾지 못한 채,
거대한 슬픔 속에서 보내야 했던 주인공은
너무나 아름답게 뛰어 놀고 있는 딸을 보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파파와의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주인공이 모두에게 돌아가며 한 말,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미시가 죽은 건,
나의 잘못도, 케이트의 잘못도 아니었다는,
누가 누구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
그 하나의 진리,
하나님이 이야기한, 이제 미시는 아무런 고통 속에 있지 않고,
너무나 행복하게 아름답게 잘 있다는,
그러니 아무도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아무도 아파하지 말라는,
또 그 장면에서 나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 전의 살인 사건이 생각이 났다.
안양에서 두 소녀가 납치 유괴되어 살해 되었고,
어떤 한 살인마가 여대생을 살해했었다.
그 살인마는 습관처럼, 취미처럼,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살아 남은 사람은, 시체도 찾지 못한 채, 오열했다.
그 살인마를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마음에..
두렵고 끔찍했던 그 시간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 시간들만 생각하면, 넘쳐 흐르는 눈물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너무도 혼란 스러웠다.
그 살인마를 용서할 수도 용서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아직도 나는 갈등 중이다.
그 살인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리고 내곁을 떠난 사람들도 생각이 났다.
이제 아무 고통도 없는 곳에서 편안하게 있을 그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의 고통을 그 분이 걷어가주시기를 바라면서...
내 안의 어둠의 오두막이,
밝은 빛으로 가득차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