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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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완전히 다른 세 집단을 연구하여 노년에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을 정리한 책.

하버드 법대 졸업생, 도심지 빈민 출신, 아이큐가 150 이상인 여성들. 이들이 이 연구에서 선택된 세가지 집단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지는 선입견.

- 행복해지려면 왠지 머리가 좋아야 할 것 같고, 학벌과 직업은 당연 좋아야 할 것 같다.

- 따라서 하버드 법대생과 머리 좋은 여자들이 무조건 행복할 것 같고 (물론, 살짝 예외는 있겠지만 말이다.), 도심 빈민가 출신들은 아주 재수 좋은 몇 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불행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 이런 선입견을 갖도록(?) 교육받고 세뇌당해 왔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가 살면서 저절로 가지게 되어버린 이 세뇌된 행복관을 버릴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발견하고 싶었다.

사람 사는게 돈이 다가 아니라고, 인간은 뭔가 더 고상한 존재일 거라고 하는 증거 말이다.

새로 출근한 직장에서 틈이 날 때마다 얼굴에 철판 깔고 읽었다. 나는 절박하니까.

그리고 일주일 내내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혹시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없는가 주의하면서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열심히 읽었다.

결론은?

성공하거나 실패한 사람의 인생 한 단면을 해부하여 그것을 분석하는 일반적인 성공학, 행복론 책들과 달리, 이 책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을 출생 부터 죽음까지 계속 추적하며 따라다니고 그것을 비교 분석 평가했다.

그래서일까. 피실험자 본인이나 심지어 연구자 자신의 지식과 선입견 마저 뛰어넘는 행복에 대한 발견은 위대하고 거대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재발견과 같았다.

이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행복한 인간의 모습, 혹은 교육 받아온 규범화 된 인간이 모습이 아닌,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롭고 겸손하며 사랑하고 호기심에 가득찬 인간 본연의 모습과 같은 것들 말이다.

끝없이 도전하고 발전하며 성숙해가는 사람에게 노년은 늙고 힘없는 시간이 아니라 더욱 강해지고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의 조건'은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다.

방대하고 워낙에 여러 사례가 등장하는 터에, 이 책은 가끔씩 다시 꺼내 보며 생각을 계속 다듬어야 할 것 같다.

여하튼, 정말 좋은, 꼭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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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인문학 노트 - 스페인에서 인도까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3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선정작
이현석 지음 / 한티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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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좋은 이유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대할 수 있는 자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먼 곳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거리를 걷는 것은 일종의 해방이자 동시에 집착과 번뇌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관조할 수 있게 해주는 자성의 순간으로 들어서는 마법의 문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마음이 복잡할 때 정해놓은 행선지도 없이 아무 버스에나 올라타 하염없이 뒤로 지나치는 창밖 풍경을 보곤 했었고, 무슨 관광명소라는 곳을 찾아가서도 가능하면 사람들이 붐비지 않은 한적한 곳을 골라 다녔다. 내게 중요한 것은 여행지의 화려함이 아니라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한적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자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고.
매 장마다 화려한 사진으로 채우는 대신, 책 전체에는 여행지에서 담담히 기록한 저자의 고백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논조는 사파리 모자를 쓰고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행복한 여행자의 모습이라기 보다 고뇌에 빠진 채 어두컴컴한 중세의 어느 복잡한 골목길을 조용히 걸어가는 중세의 구도자와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여행 서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이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그리고 있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게, 사진 한장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주는 생경함과 자유로운 사색의 기운을 전달하고 있다. 그것이 아마도 이 책이 인문학 노트가 된 이유가 아닐까. 보고 만나는 모든 것 속에서 거꾸로 세상의 모든 것의 실체를 발견하고 배우는 것, 있는 그대로 보는 것과 동시에 따듯한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 그것이 인문학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와 같이 여행을 통해서 좀 더 깊은 마음의 눈을 뜨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격이 아닐까 한다. 게다가, 이 저자, 정말 글을 잘쓴다. 부러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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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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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사람이다."

 아마도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와닿는 말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주변의 모든 대상을 섬세히 관찰하고 기록하고 자료를 수집한다. 하지만 판단은 보류한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므로.

 

 음악에서 글을 배우고, 다른 소설가를 연구하고, 고전을 번역하는 삶은 글을 사랑하고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부러울 수 밖에 없는,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갑자기 마술처럼 나타나는 화려한 삶은 가짜일 확률이 많듯이, 무라카미의 멋진 삶도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오랜 습작과 고민, 그리고 분석. 비판과 수정의 긴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작품을 어떻게 탄생시켜 왔는지, 그 섬세한 과정이 책의 여기저기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그 역시 젊은 시절에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고, 그래서 단지 독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대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런 독자와 관찰자로서의 긴 시간 끝에 결국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는 음악이 있었고, 깊이 사랑한 고전 소설이 있었고, 끝없는 공부의 고독한 순간이 있었으리라.

 

 소설가는, 작가는 문장을 연구하는 사람인가 보다. 책 전반에는 아름다운 문장과 훌륭한 문장에 대한 그의 고민이 넘쳐난다. 감상적인 글이 단지 감상만으로 쓰여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먼저 문장을 보는 안목이 생기고, 그 문장의 이면을 탐구하며 들여다 보다 보면 자신의 문장을 창조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잡문집이라 그런지, 책은 메모지나 신문 조각을 모아 놓은 듯 구성에서는 친절하지 않다. 그러나 두세번 음미하면서 다시 세세히 들여다 보면, 무라카미라는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어떤 고민을 하고, 창작을 어떤 과정을 통해 해 나가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의 효용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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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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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면서 애절했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혼자만 느릿하게 걷는 것 처럼, 사랑과 아픔이 천천히 다가 왔다가 서서히 멀어져갔다.

가슴 벅찬 희열과 사무치는 고통의 서러움이 다급함 없이 느리게, 몇 번이고 곱씹어서 살살 뱉어 놓듯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런 말투와 분위기는 사랑하며 고통받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색깔을 띄며 변해 가는지를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상실의 시대]에서 사라져 버린 것들은 이른 봄 처음 걷는 숲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설레임과 안타까움들이다. 순수한 사랑, 가슴 뛰는 충동의 싱그러움은 복잡한 삶의 실타래 속에서 자꾸만 기운을 잃어 간다.  때로는 죽음으로, 때로는 새로운 만남으로, 원래의 투명한 빛깔은 자꾸 덧칠을 당하게 되고, 그래서 처음의 색깔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까지, 아니면 원래 이런 모습이었다라고 강요당하는 지경에 이를때 까지 끊임없이 바람이 불어닥치고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와타나베와 나오코, 그리고 미도리 이 세사람은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배우처럼, 눈빛과 행동으로 소통하고 메시지를 던진다. 몇 마디의 대사를 간간이 섞어서. 

세상에 잘 섞이지 않고 그들 대로의 원색을 간직한 이들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한 폭의 잘그린 수채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다 점점 이야기가 전개되고, 가까이 들여다 볼 수록 덧칠이 되고 수정이 되어 본래의 채도가 둔탁해져 버려서, 원래의 모습에서 멀어져버리고, 그런 이유때문에 이들은 고통받는다.

 

성장이 괴롭고 힘든 것은, 그것이 많은 변화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고통을 그려내면서 이전에 아름다웠던 것들은 어디로 가버렸냐고 질문하고 있다.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 사람이 성장하고 인생을 겪어낸 다는 것이. 말 못할 비밀이 하나 둘 쌓이고, 더이상 해맑게 웃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또 어떤 의미와 기쁨을 애써 찾아내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인 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뒤돌아 보면, 당연히 누구라도 놀라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의 그 환희와 열정은 다 어디로 사라졌냐고.

 

[상실의 시대]는 글쓰기 연습을 위해 중고로 구입을 했다가, 새책으로 살 걸 하는 후회를 남긴 책이다. 선정적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지나치게 개인적이며 사변적이라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아름답고 감성적이며, 미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소설이라는 점 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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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수업 -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창작 매뉴얼
최옥정 지음 / 푸른영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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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이 많을 수록 더 많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첫 줄 떼는 것은 정말 어렵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창작에 관한 책을 몇권 읽어볼 마음을 먹었는데, [소설 수업]이라는 책이 그 첫번째다. 

 

저자도 밝혔듯이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예비작가의 정신적인 부분을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중반부까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각오를 하고 글쓰기에 임해야 하는지 세세히 이야기해 주고, 소설가의 냉혹한 현실을 일러주고 난 다음에는 그래도 괜찮으니 어서 글쓰기를 시작해보라고 다독여 준다.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소설가의 현실과 고충을 말해주는 책을 읽으니 오히려 용기가 생기는 듯 하다. 어깨에 힘을 빼고, 연필과 손이 나를 이끌도록 허락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어조에 충분히 설득이 되고도 남았다. '연필과 손이 나를 이끈다'는 것은 많은 습작과 필사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교본이 될 만한 좋은 책들도 여러권 설명을 곁을이며 소개한다.

 

저자의 충고를 받들어 당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샀다. 독자의 시선이 아닌 작가의 시선으로 소설을 봐야 한다는데, 그것이 과연 쉽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예비 소설가로서 첫 걸음을 이 책을 통해서 겨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책의 후반부는 소설을 작성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침들을 담고 있다. 뭘 어떻게 쓸것인가에 관한 대목이다. 플롯을 정하고, 인물과 시간과 전개를 선택하여 글을 쓰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이 대목에서 저자의 사례를 좀 봤으면 했는데, 여기서는 구체적인 소개가 생략되어 있다.

 

저자의 블로그가 비밀로 운영된다는 점도 아쉽다. 소설가가 소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공개하였다면 정말 생생한 공부가 되었을 텐데, 그점이 큰 미련이 남는다. 그러나 소설가로 살 것을 결심한 사람이 이 책을 읽어본다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원고의 첫장을 쓸 수 있을 듯 하다.

 

다음에는 실전 지침서를 한권 저술해 줬으면 하는 바램도 아울러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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