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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평점 :
행복 여행. 말만 들어도 설레이지 않는가? 언젠가는 배낭하나 둘러 매고 모든 마음의 짐을 버려 놓은 채, 행복이라는 것을 찾아 훌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다 할 것이다. 굳이 행복을 찾는다는 목표가 없어도 여행은 그 자체로 너무나 설레이는 것이다. 하물며, 진지한 자아성찰의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물을 학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우리 모두를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만들어서 세상을 맑은 눈으로 다시 볼 수 있게 해 줄지도 모른다.
이 책 속에서 꾸뻬씨가 그렇다. 프랑스 파리의 잘 나가던 정신과 의사 꾸뻬 씨는 자신이 환자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각성과 함께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다소 낭만적인 결심을 한다. 이 책이 자전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 아마도 저자는 원래 여행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여행 길에 오른 꾸뻬 씨는 마치 어린 왕자가 된 듯이, 감상적이면서도 단순한 언어로 세상을 묘사한다. 처음 만난 노승과 친구 뺑쌍, 그리고 아름다운 중국 여성 잉리 등 만나는 인물의 삶과 생각을 표현하고 관찰하는 시선이 정신과 의사의 분석이라기 보다는 그저 지극히 단순하고 순수한 소년의 시선고 오히려 닮아 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주인공은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행복에 관한 아주 소중한 배움들을 수첩에 잘 기록해 둔다. 그 배움의 내용들은 어쩌면 행복에 관한 수 많은 책들을 요약한 아주 집약적인 것들이고, 너무 단순해서 결론만 먼저 읽는 다면, 여타의 책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책은 복잡하고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년의 단순한 시각으로 풀어간다고 하는 남다른 특징이 있고, 그것이 이 책을 넘쳐나는 행복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 속에서 역설적으로 무게감을 갖게 한다.
행복을 알기 위해 많은 공부가 필요할까? 주인공 꾸뻬는 병원의 책상에서는 행복의 비밀을 알 수 없었던 것일까?
다양한 답이 가능하겠지만, 어쩌면 행복은 아주 사소한 우리의 일상에 깃들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우리의 시선이 너무 조잡해지고 복잡해져서 그 행복의 씨앗을 못본 채 지나가고 있을 뿐이 아닐까.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축하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을 알기 위해 우리는 좀 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