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10주년 기념 특별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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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해오긴 했겠지만 정신분석을 들으면 마음이 생각나고, 마음은 여전히(그리고 계속)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일테다. 그래서 항상 궁금했고 관련 책이 있으면, 그리고 그런 책이 쉽게 쓰여져 있으면 늘 손이 가고는 했다. 이 책도 그 '손이 가요, 손이 가'의 연장선이다. 책 '프로이트의 의자'.




내가 읽은 프로이트의 의자는 10주년을 맞이한 개정판이다. 덕분에 위 사진에서 보이는 보라색의 별책부록도 받았는데 이쁘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핸드북으로 심심할 때 늘 챙겨다니면서 봐도 좋을, 진짜 도움이 되는 별책부록이다.






저자는 정신분석학파 중에서도 프로이트 학파라고 말한다. (그 외에는 융 학파, 라캉 학파 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1장의 시작에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담아놨다. 프로이트를 떠올리면 대부분이 '무의식'이라는 단어와 연관지어 들어봤을 법 하다. 그러한 무의식을 탐색하는 법을 그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프로이트 학파 분석가 중의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이론과 연관지어 쉽게 설명한다.


"정신분석가는

내담자의 엉클어진 마음을 관찰하다가

그가 스스로 엉킨 곳을 풀게 도와준 후에

자유롭게 가버리도록

놓아줍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불안, 공포, 우울, 분노, 좌절, 망설임, 열등감, 시기, 질투, 애착, 집착, 사랑...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든 매우 다양한 감정들이 결국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서 사례와 이론을 버무려 쉽게 설명한다.


이 중에서도 나는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 남겨두려고 한다.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하세요' 라는 제목이 가장 끌리기도 했고, 내 현재 심리가 크게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






고독은 '혼자 있어 외로움'이고, 외로움은 참기 힘든 느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현명한 사람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해,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한다고. 그래서 외로움은 덜어내야 할 감정이지만 고독은 추구해야 할 이상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동의하는 말이다. 단어가 주는 느낌부터가 나에게는 다르게 느껴진다. 고독은 외로울 고 + 홀로 독이 합쳐진 단어다. 나는 여기서 홀로 독에 비중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홀로 있는 것, 거기서 외로움을 느낄지 다른 차원으로 승화할지는 본인에게 달렸다고 본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를 나는 아래 사진과 같이 느꼈다.




사실 첫번째는 썸네일을 보고는 바위에 앉은 여자만이 컬러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컬러사진이었다. 내 첫인상 그대로의 사진이었다면 더욱 차이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 중요한 건, 덜어내야 할 감정인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가 말하는 외로움이란, '내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 사이의 소통이 끊어진 '상태'다.

그래서 아무리 사람들을 만나고 단체나 종교에 속해도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속의 나와 소통이 필요하고, 이 소통을 위해서는 고독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독이란 앞에서 언급했던 혼자 있는 외로움도 아니고, 내가 말했던 홀로 독에 중점이 있는 것도 아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유나 능력, 또는 재미로 저자는 정의내린다.


결국, 외로움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감정이었던 거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스스로.






"나는 친한 사람이 많아. 인스타 팔로워도 00k야. 그래서 난 안 외로워."


아는 지인의 말에 대답해주고 싶었다. 근데 나는 왜 니가 외로워 보일까. 섣부른 판단일까? 이와 관련하여 책의 원문을 인용해보려고 한다.


"기술의 발달로 현대인은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닙니다. (중략)

지금은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시대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외롭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 또한 생각해본 적이 있다. SNS를 통해 내적 친밀감을 쌓았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을 아는 걸까 또는 그 사람이 나를 아는 걸까. 심지어 수십년을 같이 산 가족도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다시금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 바로 그때, 낙담하지 말고, 우울해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 세계를 넓혀보자. 외로움이 고독으로 승화해감을 몸소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아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혼자 잘 노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렇게 내 생각의 틀을 깨주는 책은 항상 읽고 나면 기분이 좋다. 이 책을 읽는 다른 분들도 그런 기분 좋음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쓰여진데다 재미있어 술술 읽히는 건 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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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지막 투자처 도시재생
양팔석.윤석환 지음 / 라온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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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끊기지 않는다.


관심보다는 열기가 맞을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식지 않는다. 그런데 그 열기를 따라올 만한 대상이 점점 줄어든다. 최근에도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의 정책이 새롭게 발표되니 마니 얘기가 많았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어들면? 니즈에 따라 공급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겠지.


그래서 도시재생도 투자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 당장이든, 앞으로든 돈 굴리는 방법(이것도 결국 나은 삶을 위한 것이지만)이 하나둘씩 사라지니 제목에서 언급하듯 현재로서는 '마지막 투자처'가 될지도 모르는 도시재생이 궁금해졌다.



▶눈여겨봐야 할 정비사업 :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은 4면 모두 가로에 접하거나, 한 개의 가로에만 접하고 폭 6m 이상의 도로에 둘러싸인 경우 등에 가능했는데(책에 그림이 있다) 노후주거지는 대부분이 도로 폭이 좁아 적용 대상이 되지 못하다가 향후 설치 예정인 경우도 포함하도록 개정되어 크게 환영받는다 한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도시재생 지역 또는 뉴타운 재개발이 해제된 지역 중 약 23년 이상 노후 불량 건축물의 수가 3분의 2 이상인 곳의 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해제 지역을 먼저 알아보아야 하겠지만, 최소 인원 최소 비용에다 사업 기간도 1년 이내로 짧고 위험이 낮다고 하니 충분히 노려볼 만한 사업이다.




▶건축협정 : 의견 맞추기 힘들지만, 같이만 된다면..!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으로 하나 제시된 것이 건축협정이다. 2개 이상의 대지 소유주들이 건축행위에 대한 협정을 체결하면 하나의 대지로 보아 건축물을 신축 혹은 개축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하는데 되기만 한다면 매우 좋은 제안이다. 책에서도 적어놓은 예시 중에서도 특히 땅 모양이 특이하거나 맹지인 경우라면 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신축 건물이 이상하게 지어지는 걸 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또한 합벽건축을 통해 민법상 남겨놔야 했던 대지경계선으로부터 50cm 이격도 없앨 수 있어 내외부적으로 넓은 공간의 사용이 가능하다. 크지 않은 땅에서는 양쪽으로 1m인데 그 1m가 너무나 소중하다. 마음만 맞는다면 꼭 같이 하길 추천할 만큼.


걱정은,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가 조금 어렵긴 하겠지만... 당장은 마음이 맞더라도 추후에 수익이나 기타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겠지만... 가족이면 나으려나. (그것도 아닐지도)




▶부동산 규제에 대한 의문점


"부동산 규제를 크게 강화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하반기에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에는 전국적으로 12.6%, 수도권은 14.3% 상승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전국 24.8%, 수도권은 32.4%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던 이명박 정부 때 전국 2% 상승과 수도권 1.6% 하락(그러나 지방은 12% 상승), 박근혜 정부에서 전국 5.89% 상승, 수도권 4.71% 상승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이다."


책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다가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초반부에 거시적 관점에서 부동산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인데 규제를 강화했을 땐 가격이 폭등하고, 규제를 완화했을 땐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거나 오히려 잡힌 모습이라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 왜 그런지 의문이 생겼는데 다음에 찾아봐야 하려나.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좀...




각 사업의 중요 개념 외에도 각종 현황과 도표를 제시하며 꼭 알아야 하는 정보들을 짚어준다. 또한 투자시 유의점들을 잘 정리해놔서 도시재생과 관련한 부동산 투자 지침서로 보기엔 손색이 없어 보인다. 조합원 권리 거래라든지, 1+1 분양권이라든지, 후불제 투자라든지.


부동산이라는 게 법 개정이 굉장히 많은 분야이다보니 신간을 위주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놓치지 않고 담아놓은 책이 필요하다면 이 책, 대한민국 마지막 투자처 도시재생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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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로 할 때 말 좀 합시다 - 딱 한 마디로 상대를 사로잡는 목소리의 기술
정유안 지음 / 센세이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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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면접장에서 같은 팀을 이뤘던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아, 우리 팀에선 이 사람이 되겠구나.' 하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목소리의 힘을 느끼기 시작한 건.


그래서 이 책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말하는 법에 관해서 말해주는 책은 많아도 목소리 자체에 집중하는 책은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글 내용이나 저자가 조언하는 목소리의 스타일이 너무나 따스하기 때문에 좋은 말로 할 때 말 좀 합시다 라는 제목이 주는 첫인상이 책 내용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읽기 어려운 책도 아니니 시간나면 한 번은 꼭.




'편안한 마음 - 호흡훈련 - 발성훈련'을 거쳐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것


이 책은 나의 목소리를 찾는 것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기본이 되어야 하는 훈련이 바로 호흡과 발성훈련이고, 목소리를 내는 순간 가져야 하는 편안한 마음은 디폴트다. '훈련도 필요하고 마인드 컨트롤도 필요하다고? 어려운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다. 꾸준히 하는 게 관건이긴 한데, 간단하니까 또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ㅡ편안한 마음을 가질 것


편안한 마음은 저자가 알려준 초간단 명상법을 활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책 속에 인용되어 있듯이 부정적 감정의 수명은 90초 정도로 90초 동안 호흡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차분한 상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목에 힘을 풀고 자신의 목소리로 편안하게 이야기 했을 때

동시에 가슴과 등이 울려 목소리에 울림이 생기게 돼.




ㅡ호흡의 중요성 (feat.횡격막 호흡)


횡격막 호흡, 우리가 흔히 들었던 복식호흡은 배를 내밀었다 집어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오직 아랫배만 사용해서 숨을 마실 때 배꼽 아래부터 사타구니까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아야 그것이 제대로 된 횡격막 호흡법이라 한다.


몇몇 자세를 따라해보라 하여 해봤는데 책에서 얘기한 대로의 느낌이 나서 신기했다. 저자가 이야기한 4-2-4-2 타이밍을 실천해봐야겠다. (4초 들이마시고 2초 참고, 4초 내뱉고 2초 참고)




여기까지는 기본훈련인 것 같고, 저자가 말하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나에게는 고급훈련, 그 다음단계를 위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들인데 목소리의 높낮이, 쉼표, 강조, 분위기 연출이나 속도의 변화, 발음, 말투교정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차근차근 훈련해나가면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 든 생각은, 우리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랑 대화할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면 서로 목소리 톤이나 말투 등이 바뀌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모두들 한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책의 초반에는 사랑에 빠진 누군가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렇듯 무의식적으로 바뀌는 목소리나 말투 같은 것들이, 인지하지 못했지만,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책을 읽으면 이러한 생각, 저러한 내용, 저자의 조언들이 모여 알게 된다.

나의 목소리를 찾는 것, 그래서 진심을 담아 따뜻하게 건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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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 마오쩌둥이 밥은 안 먹어도 열 번은 읽었다는 삼국지 속에 숨은
나단 지음 / 비즈니스인사이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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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재미있다.

'마오쩌둥이 밥은 안 먹어도 열 번은 읽었다는 삼국지 속에 숨은'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저자는 마케팅 관리자로 20여 년간 근무했다고 한다. 요즘 들어 마케팅과 관련한 수업을 가끔 들으면서 항상 좁은 범위의, 특히 광고와 관련된 것만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번 기회로 마케팅의 진정한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두산백과에서 '마케팅'이란 생산자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 데 관련된 모든 체계적 경영활동이라 정의한다. 필드에 나가기 전까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것. (너무 멋진데?) 그래서 이 책을 '전략기획서'라 칭했나보다 싶었다. 게다가 제갈량의 이야기와 현대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으니 이해와 흥미를 다 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은 1편에서 10편까지, 시기로 치면 유비가 제갈량을 처음 만날 때부터 제갈량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이야기를 각각의 교훈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저자의 제언으로 풀어냈다. 이 중에서 나에게 와닿은 에피소드를 몇 개 적어보려고 한다.




▶유비 진영에 대한 냉정한 판단 : 전략가와 실행가는 구분되어야 한다


실행가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

빛과 같은 속도로 바뀌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전략가의 판단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실행가의 중요한 역할이다.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와 팀 쿡,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처럼.


책에서는 전략가를 마케팅 역할로, 실행가는 영업 혹은 관리의 역할이라 말한다. 앞서 두산백과의 정의를 인용했듯 여기서 말하는 마케팅은 필드에 나가기 전의 모든 활동을 지칭하는 것일테다. 필드에 나가는 그 순간부터는 작전대로 진행하는 실행가의 추진력이 결과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이렇게 둘로 나누어 생각해본 적이 사실 없다. 영업팀과 마케팅팀 혹은 경영팀으로 생각해본 적은 있어도 전략가와 실행가의 측면으로는 생각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봐야겠다.


나는 과연 전략가일까, 실행가일까. 나와 함께 하는 이는 과연 전략가일까, 실행가일까.


고민해볼 문제인 것 같다.




▶이릉 전투의 패배 극복 : 위기 신호에 대한 감지


유비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다.

관우에 대한 복수로 손권을 치겠다는 유비의 말에 조자룡과 제갈량이 위기 신호를 보냈지만 이를 읽지 못해 유비, 그 자신이 죽음에 이르게 된 전투를 이야기해주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얘기한다.


위기의 신호가 약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신호에 대한 반응이 약한 것이 문제다.

ㅡ미셸 부커 ('회색 코뿔소가 온다' 저자)


이를 위한 대책으로 저자는 데블스 에드버킷이라는 제도를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중요 안건에 대해 하나 이상의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회사 내에서는 대표자가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서 확 바뀌기도 하겠지만 이를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현명한 판단을 함은 물론이고, 추후에 있을 화를 미리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하게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두가지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제갈량이 되어 제대로 된 기획을 해보자는 것이고, 하나는 제갈량을 얻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후자가 힘드니 전자가 스스로 되어보려고 책을 읽는 것이지만 책에서도 나오듯 관우가 책을 즐겨 읽었다고 해서 전략에 능통한 것은 아니니 조금 걱정은 든다. 뭐 걱정한다고 해서 풀릴 일도 아니라서 지금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지만. (책에서 배운 걸 실전에 접목하기!)


다만, 제갈량을 얻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어느 정도의 운이 필요할 것 같은데 책에서 보자면, 일단 사마휘와 같은 선생부터 만나야 하는 걸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멈추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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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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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을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다. 모든 이가 알지만, 제대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는 그런 책들을 다루고 있는데 꼭 다뤄줬으면 하는 책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 있다. 바로 플라톤의 대화편인데, 이 책을 고르기엔 단테의 신곡처럼 두꺼운 책은 아니니 힘드려나.


그렇다면 문득 그냥 포기하고, 내가 스스로 각 잡고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게로 오게 된 이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 책은 제목에 소크라테스를 달고 있지만, 플라톤이 적은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그가 스승의 이야기를 글로 써나간 것으로 가끔 모르는 이들이 있어 잠시 적어봤다. (나도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변명이나 크리톤은 이전에도 읽었던 적이 있긴 있었다. 특히 변명은 항상 순서가 맨 앞이기 때문에 뭐랄까, 설민석강사님이 책을 읽어드립니다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구석기 신석기 시대의 전문가이듯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념을 지켜낸다는 것은 매번 놀라울 따름이긴 하다. 소크라테스를 법정에 서게 한 그 재판은 사실 마녀사냥과도 다름 없었으니까.


그러한 이유로 이번에 비중을 둔 건 뒤편, 특히 향연이다.




▶에로스에 대한 예찬, '향연'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동성애에 관해서. 그때는 남성 간의 동성애가 일반적이었다고 들었는데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저 나이나 계급에는 상관없이 성적 행위로써의 동성애가 일반적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인 남자와 어린 연인의 관계는 연애하는 자와 사랑을 받는 자의 관계로 성인 남자가 그의 어린 연인을 훌륭하게 이끌어주는 후견인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이게 더 강했을지도 모르고, 이런 인도자의 경향이 강했기에 고대 그리스에서 동성애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흡수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하단의 각주를 읽는 재미도 있었다. 예를 들면, 카오스는 '혼돈'으로 많이 번역되지만 '입을 벌리고 있다'는 뜻으로 '캄캄하고 텅 빈 공간'을 의미한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




▶갑분로(갑자기 분위기 로맨스), 나에게 와닿은 문장 하나


아름다운 사람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기 위해서.


'향연'의 도입부에 적혀있던 문장이다. 소크라테스가 지나가다 한 말인데 왜 그렇게 마음에 콱 박혀버렸는지. (정말 갑자기 로맨스...) 이 문장을 새긴 사람은 아무래도 잘 없는 듯 하다.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것 같고. 이번 번역으로 살아난 것일까 나중에 다른 책과 비교해보고 싶다. 그만큼 정말 뜬금없이 내 마음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조금 웃기지만, 이 문장을 읽으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잠깐 가졌다.




빌렸다가 반납하기를 몇 번, 드디어 이 책을 (제대로 된 이해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일독하게 되어 밀린 숙제를 해치운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번역가의 공이 아니었나 싶다. 명상록과 실낙원도 궁금해진다.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그래서 이 책을 읽기를 계획한다면 다른 수많은 번역본들 중 이 책을 읽으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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