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10주년 기념 특별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분석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해오긴 했겠지만 정신분석을 들으면 마음이 생각나고, 마음은 여전히(그리고 계속)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일테다. 그래서 항상 궁금했고 관련 책이 있으면, 그리고 그런 책이 쉽게 쓰여져 있으면 늘 손이 가고는 했다. 이 책도 그 '손이 가요, 손이 가'의 연장선이다. 책 '프로이트의 의자'.




내가 읽은 프로이트의 의자는 10주년을 맞이한 개정판이다. 덕분에 위 사진에서 보이는 보라색의 별책부록도 받았는데 이쁘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핸드북으로 심심할 때 늘 챙겨다니면서 봐도 좋을, 진짜 도움이 되는 별책부록이다.






저자는 정신분석학파 중에서도 프로이트 학파라고 말한다. (그 외에는 융 학파, 라캉 학파 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1장의 시작에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담아놨다. 프로이트를 떠올리면 대부분이 '무의식'이라는 단어와 연관지어 들어봤을 법 하다. 그러한 무의식을 탐색하는 법을 그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프로이트 학파 분석가 중의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이론과 연관지어 쉽게 설명한다.


"정신분석가는

내담자의 엉클어진 마음을 관찰하다가

그가 스스로 엉킨 곳을 풀게 도와준 후에

자유롭게 가버리도록

놓아줍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불안, 공포, 우울, 분노, 좌절, 망설임, 열등감, 시기, 질투, 애착, 집착, 사랑...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든 매우 다양한 감정들이 결국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서 사례와 이론을 버무려 쉽게 설명한다.


이 중에서도 나는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 남겨두려고 한다.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하세요' 라는 제목이 가장 끌리기도 했고, 내 현재 심리가 크게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






고독은 '혼자 있어 외로움'이고, 외로움은 참기 힘든 느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현명한 사람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해,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한다고. 그래서 외로움은 덜어내야 할 감정이지만 고독은 추구해야 할 이상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동의하는 말이다. 단어가 주는 느낌부터가 나에게는 다르게 느껴진다. 고독은 외로울 고 + 홀로 독이 합쳐진 단어다. 나는 여기서 홀로 독에 비중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홀로 있는 것, 거기서 외로움을 느낄지 다른 차원으로 승화할지는 본인에게 달렸다고 본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를 나는 아래 사진과 같이 느꼈다.




사실 첫번째는 썸네일을 보고는 바위에 앉은 여자만이 컬러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컬러사진이었다. 내 첫인상 그대로의 사진이었다면 더욱 차이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 중요한 건, 덜어내야 할 감정인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가 말하는 외로움이란, '내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 사이의 소통이 끊어진 '상태'다.

그래서 아무리 사람들을 만나고 단체나 종교에 속해도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속의 나와 소통이 필요하고, 이 소통을 위해서는 고독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독이란 앞에서 언급했던 혼자 있는 외로움도 아니고, 내가 말했던 홀로 독에 중점이 있는 것도 아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유나 능력, 또는 재미로 저자는 정의내린다.


결국, 외로움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감정이었던 거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스스로.






"나는 친한 사람이 많아. 인스타 팔로워도 00k야. 그래서 난 안 외로워."


아는 지인의 말에 대답해주고 싶었다. 근데 나는 왜 니가 외로워 보일까. 섣부른 판단일까? 이와 관련하여 책의 원문을 인용해보려고 한다.


"기술의 발달로 현대인은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닙니다. (중략)

지금은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시대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외롭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 또한 생각해본 적이 있다. SNS를 통해 내적 친밀감을 쌓았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을 아는 걸까 또는 그 사람이 나를 아는 걸까. 심지어 수십년을 같이 산 가족도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다시금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 바로 그때, 낙담하지 말고, 우울해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 세계를 넓혀보자. 외로움이 고독으로 승화해감을 몸소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아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혼자 잘 노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렇게 내 생각의 틀을 깨주는 책은 항상 읽고 나면 기분이 좋다. 이 책을 읽는 다른 분들도 그런 기분 좋음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쓰여진데다 재미있어 술술 읽히는 건 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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