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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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을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다. 모든 이가 알지만, 제대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는 그런 책들을 다루고 있는데 꼭 다뤄줬으면 하는 책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 있다. 바로 플라톤의 대화편인데, 이 책을 고르기엔 단테의 신곡처럼 두꺼운 책은 아니니 힘드려나.


그렇다면 문득 그냥 포기하고, 내가 스스로 각 잡고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게로 오게 된 이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 책은 제목에 소크라테스를 달고 있지만, 플라톤이 적은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그가 스승의 이야기를 글로 써나간 것으로 가끔 모르는 이들이 있어 잠시 적어봤다. (나도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변명이나 크리톤은 이전에도 읽었던 적이 있긴 있었다. 특히 변명은 항상 순서가 맨 앞이기 때문에 뭐랄까, 설민석강사님이 책을 읽어드립니다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구석기 신석기 시대의 전문가이듯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념을 지켜낸다는 것은 매번 놀라울 따름이긴 하다. 소크라테스를 법정에 서게 한 그 재판은 사실 마녀사냥과도 다름 없었으니까.


그러한 이유로 이번에 비중을 둔 건 뒤편, 특히 향연이다.




▶에로스에 대한 예찬, '향연'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동성애에 관해서. 그때는 남성 간의 동성애가 일반적이었다고 들었는데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저 나이나 계급에는 상관없이 성적 행위로써의 동성애가 일반적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인 남자와 어린 연인의 관계는 연애하는 자와 사랑을 받는 자의 관계로 성인 남자가 그의 어린 연인을 훌륭하게 이끌어주는 후견인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이게 더 강했을지도 모르고, 이런 인도자의 경향이 강했기에 고대 그리스에서 동성애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흡수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하단의 각주를 읽는 재미도 있었다. 예를 들면, 카오스는 '혼돈'으로 많이 번역되지만 '입을 벌리고 있다'는 뜻으로 '캄캄하고 텅 빈 공간'을 의미한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




▶갑분로(갑자기 분위기 로맨스), 나에게 와닿은 문장 하나


아름다운 사람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기 위해서.


'향연'의 도입부에 적혀있던 문장이다. 소크라테스가 지나가다 한 말인데 왜 그렇게 마음에 콱 박혀버렸는지. (정말 갑자기 로맨스...) 이 문장을 새긴 사람은 아무래도 잘 없는 듯 하다.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것 같고. 이번 번역으로 살아난 것일까 나중에 다른 책과 비교해보고 싶다. 그만큼 정말 뜬금없이 내 마음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조금 웃기지만, 이 문장을 읽으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잠깐 가졌다.




빌렸다가 반납하기를 몇 번, 드디어 이 책을 (제대로 된 이해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일독하게 되어 밀린 숙제를 해치운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번역가의 공이 아니었나 싶다. 명상록과 실낙원도 궁금해진다.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그래서 이 책을 읽기를 계획한다면 다른 수많은 번역본들 중 이 책을 읽으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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