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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가 쿵, 작은 새가 포르르 - 제20회 눈높이아동문학상 그림책 부문 당선작 ㅣ 눈높이아동문학상 28
이은경 글.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예쁜 새가 포르르 포르르, 제게 날아왔어요.
짧은 글이지만 긴 여운을 주는 이 책은, 우리 주위의 소소한 삶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림책입니다. 작가는 악어의 실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믿고 기다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는,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믿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저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이 책의 악어 같은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저 누군가 다가와도 잘 모르고 굼뜬 채 그저 제 갈 길만 가는 사람이요. 그때 작은 새가 다가와 제게 말을 걸고 똑똑, 하고 노크를 하고 있는대도 그저 잠만 잘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그 새의 마음을 다 알지도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악어는 작은 새의 노크를 알아 듣고 자신의 입을 쩍~ 하고 열어 줍니다. 그때 둘의 관계는, 이전의 관계하고는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서로를 믿는 믿음이 생겼을 테니까요. 이렇게 짧은 글로 그 신뢰 관계를 보여 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탐복하고 말았습니다. 말로는 참 구구절절 설명할 말이 많지만, '믿음'이라는 두 글자를 참 잔잔하고 따뜻하게 그려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악어 같은 사람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작은 새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내 주변의 악어들에게 작은 새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으니까요.
짧은 글이지만 아이에게는 아이 나름의 의미가, 어른에게는 어른 나름의 의미가, 깊이의 폭에 따라 다르게 다가갈 것이라 믿습니다. 그게 또 그림책을 읽는 재미니까요.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 중 하나는 악어가 하품하며 찔끔 눈물을 흘리는 그림이었습니다.
작가의 섬세한 면을 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아이와 함게 그림책을 보는 엄마라면 "악어가 지금 하품하면서 우리 아들(딸)처럼 OO(눈물)을 흘리네?"하고 질문하고 아이가 "눈물"이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재미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가 없지만 조카를 볼 때면 그렇게 읽어 주거든요. 그림책을 보며 그림에서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거지요. 아마 이 그림책은 그런 요소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참 좋았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노란색 색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림책 전반적으로 노란색, 초록색, 분홍색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따뜻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 작가가 일본의 아라이 료지와 초 신타를 능가하는 작가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잔잔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가는 짧고 간결한 글로, 강렬하면서도 긴 울림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