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화가 경력이 60여 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지만 그의 작품이 그저 하나의 위대한 전통, 곧 생활 속의 사람과 사물, 장소의 묘사를 지속해오고 있다는 것은 틀린 주장이다.

그는 의지에 찬 대담한 행동을 통해 구상의 전통을 부활시켰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그러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편이 보다 진실에 가깝다. 그가 젊었을 때에도 이미 구상화는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그가 인정하듯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은 그로 하여금 그 일이 아닌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게 만드는 충분한 자극이 된다. 주어진 규칙에 대한 반항심은 신발 끈을 매는 데서부터 미술사에서 주장하는 지시 사항들을 무시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 "불법에 가까운 것이라는 점은 오히려 그 일을 보다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10-11

 

 

 

 

 

 

 

 

빈센트 반 고흐, 프로방스의 추수

 

프로이드는 고흐가 종종 산책하곤 했던 아를 외곽의 크로를 내려다보는, 광활한 풍경을 담은 드로잉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두고 일본 미술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나라면 선뜻 19세기의 일본 풍경화 전부를 주고서라도 이 작품과 맞바꿀 것입니다. 이 작품에는 지표면에 대한 뛰어난 감각이 담겨 있습니다. 지평선을 향해 단순히 뻗어나가는 것을 넘어서서 지표면의 만곡과 원형으로 굽은 모양까지 표현되어 있지요. ... " 13

 

 

 

 

 

 

프로이드처럼 사람의 물리적인 존재성에 관심 있는 미술가들은 반드시 음식에도 관심이 있다. 베이컨은 "우리는 고기이다"라고 주장하곤 했다. 이에 대해 토를 달 수 없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주장은 명백한 사실이다. 게다가 회화는, 특히 몸의 질감과 무게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화가가 종종 활용하는 두께와 부드러움의 다채로운 표현법은 거의 요리법에 가깝다. 하르먼스 판 레인 렘브란트가 코의 불거져 나온 부분과 이마의 주름을 재현하는 데 사용했던 뛰어난 안료 덩어리를 두껍게 만들기 위해 기름과 달걀 노른자를 섞어 점성을 높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달리 말하면 그는 다양한 마요네즈로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18

 

 

 

 

 

 

 

 

루시안 프로이드, 접시 위 네 개의 달걀

 

그는 심지어 셔츠와 같이 대량생산된 물건도 실밥이나 깃이 접힌 모양새 등에서 어느 하나가 다른 것과는 조금은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일 년 전 그가 네 개의 달걀을 묘사하는 정물화를 그릴 때 그는 자세하게 관찰하면 각각의 달걀이 뚜렷하게 구별되는 나름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을 간파했다. 따라서 그 정물화는 일종의 단체 초상화인 셈이다. 따라서 사람을 그린 프로이드의 모든 그림은 기본적으로 초상화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자신의 누드화를 '벌거벗은 초상화'라고 부르기를 즐긴다. 23

 

 

 

 

 

 

 

루시안 프로이드, 창에서 바라본 정원

 

 

 

 

 

 

 

오래전 내가 학부생일 때 쓴 에세이에서 다룬 철학자 데렉 파핏이 서술했듯이 개인의 지속적인 정체성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뇌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결합, 즉 시간이 흘러도 지속되지만 다른 것들보다 그저 조금 더 강한 것일 뿐인 기억과 특징의 결합일 뿐이다. 41

 

 

 

 

 

"나는 왠지 모든 형태가 서로 순조롭고 깔끔하게 꼭 맞아떨어지면 그 그림은 결코 주목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 프로이드식 약칭을 따르면 '이탈리아적인'이라는 단어는 라파엘적이라는 단어와 동일하고 '프랑스적인'은 균일하지 않은 실제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감각이 바로 그가 작품 속에서 추구하는 바, 곧 그가 바라보는 대상의 무게, 질감,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는 개성에 대한 감각이다. 56-58

 

 

 

 

 

프로이드는 지나치게 미술처럼 보이는 미술이나 매끈하게 조합된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형가들이 때때로 프로이드의 작품에서 불평하는 어색함은 의도적인 것이다. 68

 

 

 

 

 

 

 

 

루시안 프로이드, 두 명의 초상화

 

'두 명의 초상화'에서는 개의 발과 사람의 손, 개의 다리와 사람의 팔뚝, 개의 코와 여자의 코가 친밀한 관계망 속에 병치되어 있으며 공유하는 생활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69

 

 

 

 

 

 

 

루시안 프로이드, 쉬고 있는 화가의 어머니

 

"몇 년 전 어머니를 그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나는 과거 그 어느 때에도 그리고 그때 이후로도 그렇게 슬펐던 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입은 원피스에 있는 페이즐리 무늬를 그리고 있었는데 내가 느끼는 슬픔이 페이즐리 형태에 투영될까 걱정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아마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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