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 - 모네는 당신이 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만듭니다. 반 고흐 역시 그렇습니다. 그는 당신이 주변 세계를 보다 열정적으로 살피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루이는 그처럼 주변 세계를 보는 것을 즐깁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게이퍼드 - 그렇다면 당신은 시각예술의 목적 중 하나가 바라보게 하는 것, 주의를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군요.
.....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본다는 것의 핵심은 전적으로 현실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먹을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해주고, 잡아먹히지 않도록 해줍니다. 그렇지만 미술은 그와는 다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미술은 그 자체를 위한, 즐거움을 위한 비현실적인 관찰인 것입니다. 85
나는 삶이 항상 신나기를 바라고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물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에서도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101

weather series-rain
우리는 기억과 함께 봅니다. 내 기억은 당신의 기억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같은 장소에 서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같은 것을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기 다른 요소가 작용합니다. 이전에 어떤 장소에 가본 적이 있는지, 그곳을 얼만만큼 잘 알고 있는지 등이 당신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므로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102
나무는 풍경 속의 존재이면서 또한 공간과 빛을 포착한다. 나무는 지표면을 가르며 표지물로 서 있다. 또 나무는 특히 가지가 벌거벗고 있을 때는 그 내부에 공간을 포함하고 있다. 호크니가 지적했듯 공간은 경계가 없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벌거벗은 나무는 그 미로 같은 구조 안에서 복잡한 방식으로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나무는 잎을 통해서 빛을 담아내는 용기 역할을 한다. 빛은 어떤 것 위에 떨어지지 않으면 감지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야외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가장 크고 복잡한 대상은 나무 혹은 나무들의 군락, 즉 나무 한 그루와 숲이다. 그러므로 종종 우리는 나무를 통해 빛의 아름다움을 실제로 보게 된다. 110

틱센데일 근처의 세 그루의 나무 연작 중
대화를 계속하면서 호크니가 '층'이라는 단어를 통해 강조하는 핵심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화가는 단순히 캔버스나 종이에 점점 더 많은 물감을 덧칠하는 것이 아니다. 참신한 새곽과 관찰을 계속하면서 각각의 생각과 관찰을 통해 이전의 것들을 조정해나가는 것이다. 주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면서 이전에 쓴 것들을 수정하고 추가해나간다는 점에서 글쓰기 과정과도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많은 경험은 층 쌓기이다, 층 위에 또 하나의 층을 쌓는 것처럼 우리는 과거와 비교하면서 현재를 이해하고 그 이후로 더 많은 층을 더해가며 현재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우리의 관점은 변해간다.
시간과 관점이라는 이 두 요소는 경험을 다루는 우리의 모든 이미자와 서술에 개입한다. 내가 이 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수록, 호크니가 사진에 반대하는 이유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진은 본질상 단지 아주 짧은 한순간과 하나의 시선만을 담는다. 115
콜라주는 한 시간의 층을 다른 시간의 층 위에 얹는 것입니다. 116

피어블로섬 하이웨이
사진은 실제를 조금은 포착하지만 그렇게 많이 포착해내지는 못합니다. 121
언젠가 그(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는 내게 자신이 사진을 구성하는 방식은 기하학의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세계를 즉각 평면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