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헤매기 위해서일 겁니다.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를 곰곰이 짚어보기도 합니다.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 하나의 얇은 세계가 우리 내면에 겹쳐집니다. 저는 인간의 내면이란 크레페케이크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한 세계 위에 독서와 같은 정신적 경험들이 차곡차곡 겹을 이루며 쌓이면서 개개인마다 고유한 내면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크레페케이크를 닮은 우리의 작은 우주는 우리가 읽은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자는 소설을 읽음으로써 그 어떤 분명한 유익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소설을 읽은 사람으로 변할 뿐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의 세계가 '바벨의 도서관'이며 우주라는 것, 보르헤스의 저 유명한 단편의 제목처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로 이루어진 세계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됩니다.

사실 독자로 산다는 것에 현실적 보상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우리의 짧은 생물학적 생애를 넘어 영원히 존재하는 우주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보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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