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 - 성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마음 수업
하지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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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무 살이 넘은 청년이 충분히 고민하고 간절히 원하는 일을 하려 한다면, 부모는 애가 타고 걱정이 되더라도 그 선택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위험하다고 아무리 말해도직접 다쳐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도 있다. 다만 부모는 자녀가 돌이킬 수 없는 데미지를 입는 것만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으면 한다. 마치 오토바이를 타려는 아이에게 "반드시 헬멧은 써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대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위험을 예방하는 일에는 타협하지 않는 편이 좋다. 꼭 필요한 보험을 드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 P88

자녀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자신의 일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애가 타고 조마조마하겠지만 그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부모가할 수 있는 현실적 최선은 도전하는 자녀에게 충분한 조언을 건네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안전망이 되어주는 것이다. - P89

‘꺾이지 않는 마음‘뿐 아니라 ‘꺾을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먼저 부모가 자녀를 기다려줄 수 있는 경제적 여건과 마음의 여유가 어디까지인지 솔직하게 알리고, 아쉽지만 이제는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자기애를 다쳐 자존감이 낮아지고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지 모를 자녀에게 너를 포기하는 것도, 못났다고 여기는 것도 아니며, 너를 향한 애정과 기대는 여전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으면한다. 그렇게 부모의 바람이 서서히 스며들게 한다. - P99

부모는 자녀가 남들보다 빨리 치고 나가라고 재촉하는 사람, 쉬지 말고 일어서서 뛰라고 으르렁대는 엄격한 코치 같은 존재가 아니다. 
어른이 된 자녀에게 부모와 집은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항구 같은 존재였으면 한다. 
폭풍을 피해, 고장난 배를 고치기 위해, 또 연료와 식량을 싣고 잠시 휴식하기위해 배가 찾아오는 항구. 배가 항구에 영원히 머물지 않듯,
자녀도 부모의 공간에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다시 먼 바다로 떠날 것이고, 항구는 배가 돌아오기를 기대와 염려를 안고 기다린다. 그게 부모의 역할이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있는 사람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수세에 몰리더라도 쉽게 번아웃에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보호해줄 공간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 P110

자녀가 얼른 자리 잡아야 한다는 걱정 때문이든 도와달라는 부탁이나 힘들다는 호소 때문이든 노후 대비를 소홀히 하며 자녀를 도와주는 것은 ‘산소마스크를 아이에게 먼저 씌워주는 것‘과 같다. 게다가 사회초년생 시기나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 크게 지원해주어도 감사의 마음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으며, 무리하게 지원해준 부모가 자녀에게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노년을 보내게 된다면 오히려 자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부모가 산소마스크를 먼저 써야, 즉 노후 대비를 우선하고 어른이 된 자녀에게는 필요한 만큼만 지원해줘야 둘 다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 P114

자녀와 가까워지는 말, 멀어지는 말

자녀와 대화할 때 어떤 화제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에게는 이런 팁을 드리곤 한다. 먼저 아버지는 자기 이야기를 하라고 말씀드린다. 자신의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친구 관계 등 현재 내 삶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어른이 된 자녀에게도 아버지는 어렵고 먼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다. 회사에서 아버지 또래의 사람들은 부장님, 이사님처럼 자신보다 까마득히 높은 사람들일 테니까. 그런 아버지가 일상의 고민을 꺼내면 자녀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고,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어른의 눈으로 이해하면서 거리감이 줄어든다. 아버지가 자신의 일상과 고민을 들려주면 자녀도 자신의 일상이나 사회생활에서의 고민을 편하게 말할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자녀에게 교훈을 주거나 가르치려는 마음이다. 물론 사회 경험이 풍부한 입장에서 자녀가 처한 문제 상황에 대한 확실한 해결 방법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떠오를 수 있다. 실제로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지만, 이제 결정은 어른이 된 자녀가 내려야 한다. 조언을 건네되 이것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선택은 어디까지나 네가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 P131

만일 격려의 의미에서 잘해보라고 말했을 때 예상치 못한 반응을 겪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을 넘어 상처를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는 차라리 말 없이 지켜봐주는 편이 나을 때도 많다. 부모가 나서서 해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 것이 사춘기 이후의 자녀를 대할 때 지켜야 할 첫 원칙이다. - P144

모든 상황에 최선인 태도란 없다. 힘들고 중요한 시기의 자녀에게는 ‘지금 많이 힘들겠구나‘ 정도로 상황에 공감하고위로를 건네는 정도가 최선일 때가 더 많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면 별문제가 없던 말도 이상하게 자녀와 대화할 때 쓰면 문제가 된다. 수십 년을 함께해온 부모 자녀 사이에 축적된 감정이 부모가 건네는 말의 의미를 의외의 방향으로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 P146

그리고 부모와 자녀가 모두 가지면 좋을 궁극의 태도가 있다. 바로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다. 부모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반대로 자녀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나는 나대로 행복하면 된다는 마음이다. 반드시 상대의 도움이나 인정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줬을 때 서운해하거나 섭섭해하기보다 아쉬워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내 마음을알아주면 좋겠지만, 몰라준다 해도 조금 아쉬울 뿐이라고, 내가 나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고. 내 삶의만족은 자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에서 오는 것도, 말하지않았는데도 자녀가 알아서 챙겨준다고 남들에게 자랑하면서생기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내 삶을 만족스럽게 관리하고 꾸려나갈 때 찾아오는 것이다.  - P173

어린 자녀는 부모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든든한 보호자로 인식했다면, 어른이 된 자녀는 부모를 한 사람의 어른으로 보기 시작한다. 게다가 자녀는 나를 가장 오래 관찰한 사람이기도 해서, 내 단점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제는자녀의 보호자 대신 닮고 싶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가져보자. 높은 사회적 지위나 어마어마한 자산을 축적하라는의미가 아니다. 자녀가 나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동시에 나이가 들어도 괜찮다는 안심을 줄 수 있는 노년의 롤모델이 되어주는 것이다. - P236

‘어렵고 불편한 어른‘이 되었음을 인정하자

사회에서도 젊은 사람들과 열린 태도로 편하게 어울리고 있다고, 젊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중장년일수록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다. 이미 위력과 권력을 지닌 자신의 ‘젊게 살기‘에 주변 사람들이 맞춰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부모와 거리를 두려 하는 자녀도 어떤 갈등이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모의 의도나 태도와 무관하게부모가 조금 어려운 어르신이 되어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녀가 자신과 거리를 둔다고 해도 상처받지 말자. 관계의 거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서는 대신 겸손하게 기다리기,조언을 가장해 참견하지 않기, 일을 맡긴 후에는 뒤볼아보지 않기를 실천했으면 한다. 안타깝지만 내 태도나 노력과 상관없이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는 꽤 완고한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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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 - 성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마음 수업
하지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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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때일수록 부모되기의 핵심은 끊임없이 놓아주기 continuously letting go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내 손에서, 내 눈에서, 내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걸 인정하고 놓아주는 것이 성숙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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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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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 좋아 읽었으나 정확하게는 한 캡처만 모두 읽고 2, 3 챕터는 속독하는 양 휘리릭 넘겼더랬다. 나머지 세 챕터는 넘기지도 않음...
나랑 안 맞다.
예전 같으면 시간을 들여 이 책 저 책 보다가 억지로라도 보겠지만 단호히 그럴 필요 없을꺼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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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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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인거 같네요.
1960년대가 배경인데 글과 단어가 고전의 냄새를 물씬 풍기어, 읽다가 틈틈이 자주 스마트폰 사전을 찾고 단어와 예문을 저장하느라 더디 나아갔어요.
책의 주제는 작가의 말에 적시되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상 정확하게 표현할 길이 없더라구요.
약간 지루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쭉 빠져 읽게 되버렸네요.

적은 언제나 뻔뻔하다. 잘못을 뉘우치는 법은 결코 없다. 윤원섭처럼 뻔뻔한 적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득을 취한 것으로도 모자라 커다란 명예마저 챙기려 한다. 이익과 명예 둘 중 하나는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적의 행태는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적의敵意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적들은 마지막 시험과도 같이 유산을 남기고 떠난다. - P278

적이 남긴 유산, 적산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적과 함께 말살해야 할 폐해인가. 남기고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인가.
나는 해방 후 적산으로 분류되어 유엔에 불하되었다가 물질로도 정신으로도 박멸된 벽수산장의 예를 통해 적이 남긴 유산 앞에선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고자 했다. 희대의 친일파가 남긴 대저택. 그것에 빌붙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친일파의 막내딸, 한없이뻔뻔한 적을 향한 미움과 부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저택 사이에 선 소시민 청년 해동의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에는 친일파와 왕가, 국제기구와 대저택 같은 거창한 것들이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을 이리저리 떠밀어대는 이념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정직과 존엄을 지키려 애썼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저택의 존속과 소멸에 아무런 결정권을 가지지 못했던 해동이 애꿎게 그의 직장을 내놓은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역사의 제단에 목숨이나 밥벌이할 직장 같은 것들을 올렸는데, 그것은 실상 그들이 가진 전부였다. 노랫말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역사에 파묻고 잊혀져간 수많은 그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역사의 주인공들이며, 우리는 각자 그렇게 우주의 중심에 살고 있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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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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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이라, 연극무대를 상상하며 읽게 되네요.
이 시대의 모습과 흡사한 상황인지라 더 몰입이 됐습니다.
제목에서 이미 결말이 예상되었음에도 읽는 내내 맘이 아프지만 흥미롭게 읽게 되더군요.
단란한 가정...부부사이도 좋고 아들들도 착한 심성을 가졌으나 경제적 능력은 또 다른 이야기지요. 아버지는 늘 아들 특히 큰아들에게 긍정의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갖었으나 아들은 그게 부담스러웠고 고등학교시절 우연히 존경하던 아버지의 일탈을 목격하고 엄청난 슬픔과 실망을 안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후 더 반항적으로 되었을지도 모르죠. 아버지는 늘 어린시절의 행복했던 추억을 생각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게도....
짧은 희곡이지만 아버지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1949년 출간된 책인데 지금과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게 놀랍습니다.
소설이든 희곡이든 스토리와 정황이 맘에 와 닿을 때 독자는 비로소 감동받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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