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특이하다고 읽는 내내 생각을 했어요.화자 두 명이 ‘편지‘와 소설같은 ‘사실의 정리‘ 가 번갈아 쓰여 있어요.잔잔한 전개와 우유체 같은 여성적 문장 분위기 속에서 ‘멜로성의 전개는 별로인데..‘라는 생각과 더불어 ‘작가는 무얼 얘기하려는 것인지‘ 궁금증이 증폭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글 속 화자가 내는 탄사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군요..˝아...˝맨 처음 페이지를 펴고 다시 읽고 싶어지는 맘이 나도 모르게 생겨버리네요.그리고 제목 정말 잘 지은거 같아요!
1977년에 출간 이후 2020년에 완성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새로운 판본으로 재출간을 거듭해 왔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되고 있다고 봐야겠죠.저자인 니시무라 교타로는 1930년생이며 90세 이르기까지도 작품활동을 해왔다고 하니 정말 놀랐습니다.추리소설인데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스토리의 참신함과 과감성, 흡인력이 대단하여 읽는 동안에는 다른 책을 들지 않게 되더라구요.저자가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이라더니 과연 그런거 같습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넘은 청년이 충분히 고민하고 간절히 원하는 일을 하려 한다면, 부모는 애가 타고 걱정이 되더라도 그 선택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위험하다고 아무리 말해도직접 다쳐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도 있다. 다만 부모는 자녀가 돌이킬 수 없는 데미지를 입는 것만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으면 한다. 마치 오토바이를 타려는 아이에게 "반드시 헬멧은 써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대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위험을 예방하는 일에는 타협하지 않는 편이 좋다. 꼭 필요한 보험을 드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 P88
자녀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자신의 일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애가 타고 조마조마하겠지만 그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부모가할 수 있는 현실적 최선은 도전하는 자녀에게 충분한 조언을 건네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안전망이 되어주는 것이다. - P89
‘꺾이지 않는 마음‘뿐 아니라 ‘꺾을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먼저 부모가 자녀를 기다려줄 수 있는 경제적 여건과 마음의 여유가 어디까지인지 솔직하게 알리고, 아쉽지만 이제는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자기애를 다쳐 자존감이 낮아지고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지 모를 자녀에게 너를 포기하는 것도, 못났다고 여기는 것도 아니며, 너를 향한 애정과 기대는 여전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으면한다. 그렇게 부모의 바람이 서서히 스며들게 한다. - P99
부모는 자녀가 남들보다 빨리 치고 나가라고 재촉하는 사람, 쉬지 말고 일어서서 뛰라고 으르렁대는 엄격한 코치 같은 존재가 아니다. 어른이 된 자녀에게 부모와 집은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항구 같은 존재였으면 한다. 폭풍을 피해, 고장난 배를 고치기 위해, 또 연료와 식량을 싣고 잠시 휴식하기위해 배가 찾아오는 항구. 배가 항구에 영원히 머물지 않듯,자녀도 부모의 공간에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다시 먼 바다로 떠날 것이고, 항구는 배가 돌아오기를 기대와 염려를 안고 기다린다. 그게 부모의 역할이다.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있는 사람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수세에 몰리더라도 쉽게 번아웃에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보호해줄 공간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 P110
자녀가 얼른 자리 잡아야 한다는 걱정 때문이든 도와달라는 부탁이나 힘들다는 호소 때문이든 노후 대비를 소홀히 하며 자녀를 도와주는 것은 ‘산소마스크를 아이에게 먼저 씌워주는 것‘과 같다. 게다가 사회초년생 시기나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 크게 지원해주어도 감사의 마음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으며, 무리하게 지원해준 부모가 자녀에게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노년을 보내게 된다면 오히려 자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부모가 산소마스크를 먼저 써야, 즉 노후 대비를 우선하고 어른이 된 자녀에게는 필요한 만큼만 지원해줘야 둘 다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 P114
자녀와 가까워지는 말, 멀어지는 말자녀와 대화할 때 어떤 화제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에게는 이런 팁을 드리곤 한다. 먼저 아버지는 자기 이야기를 하라고 말씀드린다. 자신의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친구 관계 등 현재 내 삶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어른이 된 자녀에게도 아버지는 어렵고 먼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다. 회사에서 아버지 또래의 사람들은 부장님, 이사님처럼 자신보다 까마득히 높은 사람들일 테니까. 그런 아버지가 일상의 고민을 꺼내면 자녀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고,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어른의 눈으로 이해하면서 거리감이 줄어든다. 아버지가 자신의 일상과 고민을 들려주면 자녀도 자신의 일상이나 사회생활에서의 고민을 편하게 말할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자녀에게 교훈을 주거나 가르치려는 마음이다. 물론 사회 경험이 풍부한 입장에서 자녀가 처한 문제 상황에 대한 확실한 해결 방법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떠오를 수 있다. 실제로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지만, 이제 결정은 어른이 된 자녀가 내려야 한다. 조언을 건네되 이것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선택은 어디까지나 네가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 P131
만일 격려의 의미에서 잘해보라고 말했을 때 예상치 못한 반응을 겪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을 넘어 상처를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는 차라리 말 없이 지켜봐주는 편이 나을 때도 많다. 부모가 나서서 해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 것이 사춘기 이후의 자녀를 대할 때 지켜야 할 첫 원칙이다. - P144
모든 상황에 최선인 태도란 없다. 힘들고 중요한 시기의 자녀에게는 ‘지금 많이 힘들겠구나‘ 정도로 상황에 공감하고위로를 건네는 정도가 최선일 때가 더 많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면 별문제가 없던 말도 이상하게 자녀와 대화할 때 쓰면 문제가 된다. 수십 년을 함께해온 부모 자녀 사이에 축적된 감정이 부모가 건네는 말의 의미를 의외의 방향으로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 P146
그리고 부모와 자녀가 모두 가지면 좋을 궁극의 태도가 있다. 바로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다. 부모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반대로 자녀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나는 나대로 행복하면 된다는 마음이다. 반드시 상대의 도움이나 인정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줬을 때 서운해하거나 섭섭해하기보다 아쉬워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내 마음을알아주면 좋겠지만, 몰라준다 해도 조금 아쉬울 뿐이라고, 내가 나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고. 내 삶의만족은 자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에서 오는 것도, 말하지않았는데도 자녀가 알아서 챙겨준다고 남들에게 자랑하면서생기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내 삶을 만족스럽게 관리하고 꾸려나갈 때 찾아오는 것이다. - P173
어린 자녀는 부모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든든한 보호자로 인식했다면, 어른이 된 자녀는 부모를 한 사람의 어른으로 보기 시작한다. 게다가 자녀는 나를 가장 오래 관찰한 사람이기도 해서, 내 단점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제는자녀의 보호자 대신 닮고 싶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가져보자. 높은 사회적 지위나 어마어마한 자산을 축적하라는의미가 아니다. 자녀가 나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동시에 나이가 들어도 괜찮다는 안심을 줄 수 있는 노년의 롤모델이 되어주는 것이다. - P236
‘어렵고 불편한 어른‘이 되었음을 인정하자사회에서도 젊은 사람들과 열린 태도로 편하게 어울리고 있다고, 젊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중장년일수록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다. 이미 위력과 권력을 지닌 자신의 ‘젊게 살기‘에 주변 사람들이 맞춰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부모와 거리를 두려 하는 자녀도 어떤 갈등이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모의 의도나 태도와 무관하게부모가 조금 어려운 어르신이 되어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자녀가 자신과 거리를 둔다고 해도 상처받지 말자. 관계의 거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서는 대신 겸손하게 기다리기,조언을 가장해 참견하지 않기, 일을 맡긴 후에는 뒤볼아보지 않기를 실천했으면 한다. 안타깝지만 내 태도나 노력과 상관없이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는 꽤 완고한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 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