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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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쇼코의 미소를 비롯해 7편의 단편이 실린 책입니다.
쇼코의 미소, 씬짜오 씬짜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비밀 4편의 글이 참 좋았네요.
그러고보니, 저에겐 5할7푼의 높은 타율로 읽혔던 책이네요. 하지만 한 편의 글을 읽고 바로 다음 편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순하고 맑지만 어딘가 맘이 시린 보라빛 느낌의 서사가 맘을 짠하게 적시기 때문인가봅니다...
최은영 작가는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단조롭거나 감추어 놓은 여린 맘 한가운데로 잊었던 감정선을 슬그머니 끄집어 내는, 묘한(?) 재주가 있는거 같아요.
마지막에 작가의 말이 참 인상적이네요.

서른 살 여름, 종로 반디앤루니스 한국소설 코너에 서 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안 되는 걸까. 한참을 서서 움직이지 못하던 내 모습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삶은 멀리 있었고, 점점 더 멀어지는 중이었다. 이 년간 여러 공모전에 소설을 투고했지만 당선은커녕 심사평에서도 거론되지 못했다. 그해 봄 애써서 썼던 「쇼코의 미소」도 한 공모전 예심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튼튼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매달 갚아야 할 엄연한 빛이 있었으며 언제나 경제적으로 쫓기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가망도 없는 이 일을 계속하기는어려워 보였다.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작가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포기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펑펑 울었던 적도있다. 오래 사랑한 사람을 놓아주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울었다.
가끔 글쓰기에 해이해지고 게을러질 때면 그때 그렇게 울었던 나의 - P291

마음을 떠올려본다. 이생에서 진실로 하고 싶었던 일은 이것뿐이었다. 망상이고 환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등단 이후, 오래 짝사랑해온 사람과 연애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한 문장, 한 단락, 한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있었다. 몇 시간이고 책상에 앉아 고작 몇 줄을 쓰는 그 지지부진한 시간이 나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살게 했다. 몰두해서 글을 쓸 때만 치유되는 부분이 있었다.
십대와 이십대의 나는 나에게 너무 모진 인간이었다. 내가 나라는이유만으로 미워하고 부당하게 대했던 것에 대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애에게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어깨도 주물러주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따뜻하고 밝은 곳에데려가서 그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그렇게 겁이 많은데도 용기를 내줘서. 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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