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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출간하진 얼마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마음은 풍요롭고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때가 있다. 하지만 이 번에 살펴 볼 책은 '마음을 비우고 봐야 할까?' 라는 우스게 소리도 한 번 늘어 놓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라는 책은 어쩌면 요즘 시대에 걸맞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조용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을 때 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 필요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다. 이건 결코 놀고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쉬는 방법도 모른다. 아니 쉬고 있으면 더 불안하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거나 일만 하다가 쉬고 있을 때 불안하다면 당신은 이 책을 읽고 마음을 가다듬고 몸과 마음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놀거나 백수가 미덕이라는 말은 아니다.
장래희망을 '바쁘지 않은 사람' 이라고 쓴 아이를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속 사정을 어찌 알고...' 벌써 어른들이 사는 인생을 맛본 것일까. 참 신통방통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음식점을 차려 셰프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 아이도 엉뚱하고 기특하다. 그 음식점은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아야 하며 아는 사람만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참 엉뚱하지만 아이들 눈으로 보는 것이 때로는 참신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필요한 것들이 있다. 항상 비슷한 관점(view)으로만 바라보면 참 세상이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일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 그래서 일이 끝나면 언제나 그랬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이 시간이 참 소중하고 행복하다. 나는 저녁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약속을 잡거나 아니면 나만의 시간, 취미활동, 독서 등 선택권이 생겼다. 하지만 집에서 아이를 보는 와이프는 선택권이 없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도 갓난 아이에 시달려야 하다니... 참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주말에 내가가서 전담으로 주말에 아이를 24시간 풀가동하여 돌보고 놀아준다. 벌써 걸어다니는 아이를 보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벌써 아빠가 된 내가 믿기지 않을 때도 가끔 있다. 내가 많이 해 준것이 없어 아쉽기도 하고 미안하다. 나는 현재 고민이다. 지금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에 나오는 책처럼 100% 아니더라도 50% 정도는 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속에 나는 가족을 돌 봐야하고 어깨가 가볍지만은 않다. 내가 선택하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 가서 정신없이 일에 지치고 집에 돌아와서 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해야 할 수도 있다. 잠정적으로 가족을 선택해서 돌아가는 결론을 내렸지만 마음 한 편으로 많은 아쉬움과 나의 삶에 가치 때문에 고민한다. 번뇌인지 고민인지... 참 마음 잡기가 힘들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에 나온 것 처럼 리얼 100% 아니더라도 반쯤 살아봤으니 이제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조차 불필요함을 이제 나는 안다. 이 책에서도 말하지만 생각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정말 공감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권리에 공감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만큼 일에 치여 산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나는 편하게 산다고 하지만 지난 주는 유난히 야근을 좀 한 것 같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정의. 생각이 뭘까? 생각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마음에 느끼는 의견, 바라는 마음, 관념, 연구하는 마음, 깨달음, 추억, 기억, 고려, 의도, 목적, 사모, 그렇다고 침, 간주, 각오. 생각이란 단어에 이렇게 많은 뜻과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선택이라는 기로에 나는 항상 설때가 많다. 그래서 참 힘들다. 아침에 눈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때로는 작정하고 턱을 괴고 앉아 '생각'이라는 걸한다. 생각은 선택으로 이어지고, 선택에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이 따른다. 생각이란 것에 사로잡히다 보면 옳고 그림을 따지게 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집하거나 주장하면 상대를 설득시켜야 할 때가 많다.
'생각하지 않을 권리'라고 문제에서 달아나거나 책임을 회피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적 태만이나 무관심을 정다화하려는 주장도 아니다. 생각하지 않을 권리를 달리 표현하면 생각을 비울 권리가 될 것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기존의 가치에 괄호를 치고 원점에서 재점검해 볼 권리, 다시 말해 타성에 저은 생각에서 자유로울 권리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몸도 마음도 좀 자유롭고 싶다. 갑갑한 일상을 벗어나 생각이나 관념에서 해방되고 싶다. 고민이나 생각이 많다고 더 좋은 결과를 낳거나 그 과정이 반드시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냥 논리와 이성, 합리성을 너머너머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과 감각에 충실해질 때면 때로는 더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어려울 때는 가끔 마음을 비우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때로는 하루쯤 마음을 비우고 자유를 최대한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