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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혼밥 메뉴는 뇌과학 정식 - 청년을 위한 마음건강 상담실 ㅣ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21
정지영 지음 / 씽크스마트 / 2025년 1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마음을 위한 뇌과학 정식, 나를 위한 심리 처방전
책을 고를 때, 우리는 종종 제목에서 끌림을 느낀다. 오늘의 혼합 메뉴는 뇌과학 정식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이 책에서, 나는 "청년을 위한 마음 건강 상담실"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갔다. 청년을 위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청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내 삶과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40대의 삶은 결코 만만치 않다.
아이를 키우며 늙은 부모를 모셔야 하는 현실, 업무에 집중력을 쏟아붓고 집에 돌아오면 말
한마디조차 하기 싫은 상태, 이런 날이면 작은 짜증에도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폭발할 것만 같은 날이 많아진다. 평소에는 온순한 양처럼 행동하다가도, 아이가 징징대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떼를 쓰는 순간, 나는
단번에 무서운 호랑이로 변한다. 내 몸과 마음이 방어 태세로 돌입하고,
그 순간에는 날카로운 말과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면
온몸이 나른해지고, 피로가 몰려오며 문득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책임감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년의 삶,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며 살아가는 가장의 역할. 누구보다 잘 안다. 이렇게
살면 결국 나 자신이 망가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마음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우울증 같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듣지만, 실제로 상담을 받았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 책은 뇌과학을 바탕으로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설명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뇌의 화학적 작용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면, 감정의 기복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보다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도파민, 행복과 중독 사이
책에서는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을 설명하는데, 특히
도파민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적정량의 도파민은 행복감을 주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지만,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중독으로 이어진다. 조현병 환자의 망상과 환청이
도파민 과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면, 도파민은 단순한 '행복
호르몬'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임을 알 수 있다.
최근 10살 난 딸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연령대에 맞는 영상을 보더니,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강제로 휴대전화를 빼앗았더니, 아이가
퇴행적 행동을 보이며 마치 갓난아기처럼 울어버렸다. 도파민 중독이 의심되었다.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의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졌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 당장
아이의 휴대전화 사용을 조절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세로토닌, 마음을 안정시키는 호르몬
반면, 세로토닌은 감정을 정리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은 뇌의 모든 영역에서 분비되며,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회복을 돕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환자의 경우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세로토닌 수치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방법은 간단했다. 햇빛을 많이 보고, 자연을 즐기는 것. 세로토닌은
햇볕을 쬘 때 활성화되므로, 햇빛을 충분히 받으며 산책하거나 자연을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점심시간마다 실외로 나가 걷기로 했다.

비 오는 날, 마음의 우산을 준비하라
책에서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을 '마음의 우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PSS(Perceived Stress Scale) 평가
질문을 통해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세 단계로 구분한다.
- 이슬비
단계 – 스트레스가 약하지만, 방치하면 점점
커질 수 있음
- 소나기
단계 – 강한 스트레스로 인해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상태
- 장맛비
단계 –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쌓여 우울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는 상태
책에서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 문제
중심 대처 – 스트레스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방법
- 정서
중심 대처 – 스트레스를 직접 해결할 수 없을 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우리는 스트레스를 단순히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마음 우산’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성을 느꼈다.

마무리하며
오늘의 혼합 메뉴는 뇌과학 정식은 단순히 뇌과학에 대한 책이 아니다. 우리의 감정과 스트레스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건강하게 조절하는
법을 알려주는 심리 처방전과도 같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통해 뇌 속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화학 반응과
호르몬 작용을 이해하고 나니, 감정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문제는 이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작은 실천을 시작했다. 점심시간마다 햇빛을 쬐며 걷기로 했고, 아이의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순간마다, 이를
문제 중심 또는 정서 중심 대처법을 이용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누구나 힘든 순간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변화할 수 있고, 건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도울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방법을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층 더 성장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