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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드 가치 전쟁 - ESG를 둘러싼 새로운 자본주의의 얼굴
홍상범 지음 / 알토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ESG’와 ‘기후 위기’라는 단어가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교리처럼 군림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세계 곳곳을 덮친 자연재해는 인류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고, 기업들은 앞다투어 친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외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보자.
모두가 ESG를 말하지만, 정작 그것이 내 삶과 비즈니스의 본질에 어떻게 닿아있는지 정확히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내게 ESG는 늘 ‘모두가 이야기하지만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 가깝고도 먼 이야기’였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또한 ESG 관련 사업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기에, 이 화두는 내게 단순한 뉴스를 넘어선 현실적인 숙제였다. 하지만 『트럼프 코드: 가치 전쟁』을 읽으며 나는 그 뜨거운 열기 아래 숨겨진 서늘한 자본의 논리를 목격했다.
『트럼프 코드: 가치 전쟁』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가치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종의 ‘코드 해독서’였다.
현업에서 ESG 관련 사업을 접하다 보면, 이상적인 명분과 냉혹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자주 마주한다. 그래서인지 "ESG와 투자는 과연 어떤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가?"라는 이 책의 질문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대중에게 ESG는 착한 기업의 지표일지 모르나, 자본주의의 현장에서 그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수익의 도구’이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규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트럼프의 화석연료 산업 부활과 에너지 독립 정책이었다. 모두가 신재생 에너지를 외칠 때, 그는 왜 비난을 무릅쓰고 석유와 가스를 선택했을까? 『트럼프 코드: 가치 전쟁』책은 그 해답을 ‘에너지 주권’이라는 본질에서 찾는다. 에너지는 환경의 문제이기 이전에 국가의 생존이자 패권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ESG는 고귀한 가치인 동시에, 때로는 생존을 위협하는 ‘막힘’이 될 수도 있다는 그 지독한 현실론이 내 시야를 넓혀주었다. 명분만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다는 자본주의의 생얼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 또 있을까.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충격은 ‘잃어버린 자부심’에 관한 통찰이었다. 특히 "백인은 언제부터 소수자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전복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 미국을 지탱하던 중산층의 자부심이 박탈감으로 변하는 과정, 그리고 그 틈새를 정확히 파고든 트럼프의 전략을 지켜보며 나는 묘한 전율을 느꼈다. 우리가 ‘올바름’이라고 믿었던 가치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외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트럼프라는 인물을 단순한 정치인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시대적 현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트럼프라는 인물을 비난하거나 옹호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본질을 정확하게 통찰하라는 준엄한 요구에 가깝다.
ESG라는 화려한 포장지 속에서 움직이는 거대 자본의 흐름, 그리고 명분 뒤에 숨은 실리 전쟁을 목격하며 나는 비로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은 기분이다.
책을 덮으며 다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휘둘리지 않고, 그 이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을 기르겠노라고. 세상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는 대신, 그 속에 숨겨진 ‘가치의 코드’를 읽어낼 줄 아는 독자라면 이 책은 더없이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본질을 뚫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모호한 ESG의 파고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동료 직장인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