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 - 도시텃밭 그림일지
유현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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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땅을디디고손은흙을어루만지며

삶에 허기가 지는 요즘 선물같은 책을 만났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삶의 허기.
나의 인생 영화 1순위가 한국판 [리틀포레스트]라면
나의 인생 책 1순위는 바로 이 책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가 될 듯 하다.

한동안 주말농장이 대세였다.
그 기세에 합류하진 못했으나 늘 미련이 남아 아직도 기웃거리며 산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지나가는 그 모든 기록에서 생명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늘어놓지 않는데 나는 이미 치유 받고 있었다.

도시에서 텃밭이라니 그거 흔하게 볼 수 있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고나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나도 어쩌면 손쉽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거의 농사수준의 이 이야기를 만나기 전까진.

아침 햇살을 맞으며 텃밭에 가는 일, 궂은 날, 맑은 날 그 모든 날 텃밭에서 살아내고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도시에서는 환대받지 못하는 매미와 사마귀, 진딧물과 애벌레를 보는 시선까지 거부감이 아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야 말로 동물의 왕국 아닌 곤충의 세계.

내가 먹을 것만 가져다 먹고 아파트 이웃들과 아무 조건 없이, 굳이 밝힐 필요없이 나누는 삶은 받는 이도 주는 이도 하루의 행복으로 삶의 기쁨으로 자리한다.

아.. 덩달아 미소가 지어지고 삶은 무엇이며 행복은 무엇인지 묻게 된다.
나 오늘 하루 행복했니?
나 요즘 잘 살고있니?
묻다가 갑자기 나도 텃밭에서 갓 딴 상추와 오이로 밥을 먹으며 햇볕아래 송글송글 땀도 흘리고 토마토 즙을 호로록 삼키며 그렇게 자연속에서 오롯이 나로 살고싶다. 살아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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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이야기의 이야기 상상 청소년소설 1
이만교 지음 / 상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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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이야기의이야기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너무 재밌어서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시작되니 재미있다 느꼈는데 그 이야기의 이야기가 또 다시 전개되고 그 이야기의 이야기의 이야기가 전개되어 쭉쭉 뻗아나가게 되는 소설.

이야기란 무엇일까?
이야기가 가진 힘은 어떤 것인가?
아주 다양한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 이야기인듯 한 내용과 한강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영화 괴물의 이야기 등 알듯말듯한 이야기들이 부지런히 등장하는데 마치 내가 시골 장터에 앉아 배우들이 연기하며 낭독해주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몇 번이곤 들었다.

현대사회는 글을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은 사회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자기의 이야기 혹은 상상의 이야기거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리라.
작가는 이야기 한다.
모든 사람이 이야기를 만든다고.
모든 사람이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와 남이 구분되지 않는 세계. 남의 이야기를 잘하는 만큼 나의 세계가 풍요로워지는 삶. 이것이 소설가의 숙명이지만, 모든 사람의 운명이기도 하다고.

이 소설을 통해, 이 소설의 주인공과 함께, 나를 넘어 독자인 당신에게 가는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이야기 한 작가님 독자인 저에게 아주 잘 오셨다고 이야기 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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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 -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백지운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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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우리는 6.25 혹은 한국전쟁이라 부르던 전쟁이
중국이 미국에 항거하고 조선을 도운전쟁으로 항미원조라 부른다.

RM이 한국전쟁에서 피 흘린 중국인의 희생을 언급하지 않아 중국네티즌들의 거센 반응을 기사로 본 적이 있다. 이 때 BTS가 받은 상이 상감령 전투를 진두진휘했던 미8군 총사령관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을 기념하여 제정된 것으로 '쇼다운 작전'을 계획하고 추진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중국은 근 10년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중국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힘들다.
그렇게 나라가 부유해지면서 중국인들의 애국심도 함께 높아져만 간다.
이 항미원조도 10년전즈음 모르는 젊은이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는데 이제 애국주의와 함께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을 바로보아야 한다.
그리고 알아야 한다.
내가 보는 시선에서만 편견의 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다방면으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종전이 아닌 휴전으로 살고있다.
한국전쟁이었지만 내전이 아닌 국제전이었다.
그런만큼 다른 나라에서 바라보는 이 전쟁의 시각 또한 잘 알아야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올바른 역사로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얼마전 우연히 중국유학생이 대학교에서 한복에 대한 강의를 하는 교수에게 한푸가 원조라고 이야기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교수는 한국사람이 아니었음에도 정확한 지식과 자료를 통해 한복과 한푸의 다른 점,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차분히 설명하였고 중국유학생은 침묵으로 답했다.

역사는 과거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미래엔 오늘이 또 다시 역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지나간 과거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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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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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f보다_얼음

비가 내리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날 이불뒤집어 쓰고 봤다.
봄이지만 전혀 봄 같지 않던 오늘.

마치 세상은 영화 '투모로우'의 마지막 장면 이후부터 시작되는 듯한 착각이 들게 되는 이 책의 이야기들.
나에게 SF와 스릴러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한 이 책은 무서웠고 신선했으며 불안한 감정을 진하게 남겼다.

생사귀가 등장하는 곽재식 작가의 이야기는 드라마 [도깨비]의 저승사자가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났다.
빙그레 웃기엔 어울리지 않는 소재였지만.

사한이 등장한 구병모 작가의 책은 역시 구병모 작가다웠다.
구병모 작가는 내게는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는 작가다. 작가의 소설을 읽을때마다 나는 이 작가의 색깔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느낌은 분명 책마다 다른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싫지 않은. 정말이지 찾아보게 되는 그런 매력으로.

남유하 작가의 이야기는 여왕의 변신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느낌.
아! 인간이란.. 탄성이 절로 자아났다. 어쩌면 이 소설속의 주인공이 나라면 내가 바로 그 '엄마'의 모습일 것만 같아서.
이 책에서 가장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였다.

박문영 작가의 책은 일본 영화 [기생수]가 떠오르기도 했으나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나도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우리는 평소에 아무 관심도 없이 지내다가 월드컵 시즌만 되면 왜 갑자기 온 국민이 애국심에 들끓고 소속감에 충만해지는가?에 대해서.
나조차도 이유도 모른채 4년마다 뜨겁게 달아오른다.

p.118 애정은 불안정해요. 순식간에 광기로 넘어가요. 그러니 스스로 뭘, 왜 좋아하는지, 항상 돌아보고 고민해야 해요.

p.119 그렇게 멈춰 서다 보면 외롭지 않아요? 선이 정확하긴 하고요?

p.119 도움을 받고 피해를 주면서 얽혀 들고, 핑계를 만들고, 합리화 했죠.

이렇게 이어지는 해빈과 재언의 이야기가 깊게 파고든다. 당분간 이 문장을 계속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연여름 작가의 차가운 파수꾼은 나에겐 인간관계에 대한 심리학적 느낌이 들었다.

p.128 세상은 뜨거워졌지만 사람들은 반대로 차가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간관계는 말로는 단정지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봐도 봐도 늘 다른 답을 내어놓게 되는 우리 삶의 인간관계와 너무도 닮아 있는 이야기였다.

아! 마지막 작품은 천선란 작가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이야기.
천선란 작가의 책은 나를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상상과 환상의 그 어딘가쯤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게 써내려가는 글에 나는 묘한 흥분과 설렘을 맛보곤 한다.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한 가지 주제로 저마다 다른 색을 내보이는 이 작가들의 책은 올 여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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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 발견의 첫걸음 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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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부터나일까언제부터나일까

생명과학으로 풀어 보는 나와 우리에 대한 10가지 질문.

나는 누구일까와 우리는 누구일까로 나뉘는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우와~ 와! 정말? 그렇지~ 라고 반응하는 내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아~ 학교 다닐 때 생명과학이 이렇게 재밌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해보고, 중학교 1학년 딸아이에게 카이스트 가라고 꼬셔도 보고.

영화나 TV프로그램, 강의나 책을 통해 들어봤던 비슷한 이야기들도 나와있는데 책으로 읽으면 자칫 지루할법한 이야기들이 너무도 명쾌하고 간결하게 설명되어 있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나의 세포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이렇게나 즐거운 일이었다니.
뭔가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끝 이란 느낌보단 이 책을 시작으로 더 넓은 지식의 세계로 확장해 나가기 좋은 시작의 책인 것 같다.
주말에 연계도서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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