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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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f보다_얼음

비가 내리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날 이불뒤집어 쓰고 봤다.
봄이지만 전혀 봄 같지 않던 오늘.

마치 세상은 영화 '투모로우'의 마지막 장면 이후부터 시작되는 듯한 착각이 들게 되는 이 책의 이야기들.
나에게 SF와 스릴러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한 이 책은 무서웠고 신선했으며 불안한 감정을 진하게 남겼다.

생사귀가 등장하는 곽재식 작가의 이야기는 드라마 [도깨비]의 저승사자가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났다.
빙그레 웃기엔 어울리지 않는 소재였지만.

사한이 등장한 구병모 작가의 책은 역시 구병모 작가다웠다.
구병모 작가는 내게는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는 작가다. 작가의 소설을 읽을때마다 나는 이 작가의 색깔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느낌은 분명 책마다 다른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싫지 않은. 정말이지 찾아보게 되는 그런 매력으로.

남유하 작가의 이야기는 여왕의 변신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느낌.
아! 인간이란.. 탄성이 절로 자아났다. 어쩌면 이 소설속의 주인공이 나라면 내가 바로 그 '엄마'의 모습일 것만 같아서.
이 책에서 가장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였다.

박문영 작가의 책은 일본 영화 [기생수]가 떠오르기도 했으나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나도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우리는 평소에 아무 관심도 없이 지내다가 월드컵 시즌만 되면 왜 갑자기 온 국민이 애국심에 들끓고 소속감에 충만해지는가?에 대해서.
나조차도 이유도 모른채 4년마다 뜨겁게 달아오른다.

p.118 애정은 불안정해요. 순식간에 광기로 넘어가요. 그러니 스스로 뭘, 왜 좋아하는지, 항상 돌아보고 고민해야 해요.

p.119 그렇게 멈춰 서다 보면 외롭지 않아요? 선이 정확하긴 하고요?

p.119 도움을 받고 피해를 주면서 얽혀 들고, 핑계를 만들고, 합리화 했죠.

이렇게 이어지는 해빈과 재언의 이야기가 깊게 파고든다. 당분간 이 문장을 계속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연여름 작가의 차가운 파수꾼은 나에겐 인간관계에 대한 심리학적 느낌이 들었다.

p.128 세상은 뜨거워졌지만 사람들은 반대로 차가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간관계는 말로는 단정지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봐도 봐도 늘 다른 답을 내어놓게 되는 우리 삶의 인간관계와 너무도 닮아 있는 이야기였다.

아! 마지막 작품은 천선란 작가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이야기.
천선란 작가의 책은 나를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상상과 환상의 그 어딘가쯤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게 써내려가는 글에 나는 묘한 흥분과 설렘을 맛보곤 한다.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한 가지 주제로 저마다 다른 색을 내보이는 이 작가들의 책은 올 여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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