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오후 '공부 중독'을 읽으며 진정한 공부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했는데 저녁에 읽게 된 이 책에서 뜻밖의 답을 구하게 되었다. 고서를 통해 옛사람들이 어떻게 책을 다루고 공부를 하고 교류를 했는지 풀어놓은 책인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술술 잘 읽힌다. 특히 다산이 제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 힘들었고 그래서 자리를 피하는 제자에게 버럭대는 글을 보고 나도 정민선생님처럼 빵 터졌다. 다산은 늘 중요한 부분을 베껴쓰며 공부할 것을 권유(강요)했다고 한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방식과 비슷한데 나 역시 틈틈히, 여러 책을 섞어읽다보니 기억에 남지 않아 시작하게 된 방식이라 공감이 갔다. 메모에 관해서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부분이라 따라해볼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기쁨 중의 하나는 전혀 다른 분야, 다른 시대의 책들끼리의 이어짐을 발견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나와 너무 닮아 가슴을 후볐다. 공부를 잘했고 대학을 잘 갔고 취직도 잘 했지만 세상에 대한 면역이 부족한 모습. 그래도 한 회사에서 십년이 넘게 일하고 있으니 어느정도는 적응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한다.정신과 의사와 사회학자는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그렇게 해야만하는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대화를 이어나간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한줄한줄 날 보며 하는 이야기같아 책에 가슴이 찔리는 기분이였다.바깥을 알지못해 여기서 나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부모, 그런 부모가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죽자고 공부만 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어른이 되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배울때 학원에 가야하는 마음. 아이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줘야할까. 아이가 걸어갈 미래는 부모도 모르고 아이도 모른다. 나는 요즘 다시 공부를 한다. 자격증 공부도 아니고 학원도 아니지만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오래된 목마름의 해답을 찾아다니고있다. 아이는 아마 자기만의 목마름을 느끼며 자신의 미래를 찾아갈 것이다.
예전에 철학이 왜 필요한지 몰랐다. 어렵기만 하고 뜬구름만 잡는다 생각했는데 살다보니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생겨나고 이해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답은 결국 철학에서 찾아야한다는 걸 조금씩 느낀다.182쪽의 얇은 책. 너무 어려워 다 읽지도 못했고 다 이해하지도 못했다. 앞부분에서 포기하려다가 우연히 펼친 마지막 '사색적 삶' 부분이 눈에 들어와 그 부분만 집중해서 읽고 어느 정도 이해한 것 같다. 바쁜 세상. 왜 우리는 바쁘다고 느끼며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을까. 지속성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색이 그 지속성을 유지시켜주고 자유로움과 한가로움이 그것을 돕는다. 지속성의 경험이 쌓이면 사람들의 삶은 충만해지고 시간은 향기를 지니게 된다. 책을 읽다가 가장 마음을 건드렸던 부분이다. [긴장이완이나 마음끄기는 일에 치우친 삶을 바로잡아주는 균형추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런 연습은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회복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노동 과정에 종속되어있다.] 요즘 수많은 힐링방법과 인생에 대한 조언이 쏟아져도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일까. 이런 구절을 만날때 철학책을 읽는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