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원의 역사세상 서양사편 : 제1부 대양시대 개막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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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 인문 서적 검색을 하다가, 웬 대양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보고, 누가 썼나 싶어서 저자 이름을 봤더니 바로 청장 백지원...

 

  얼른 구해서 읽었는데, 역시 <왕을 참하라!>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더군요.

 

  저자의 말 부분이 워낙 인상적이라서 본문과 저의 감상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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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는 인터넷의 익명 뒤에 숨어서 남을 씹는 것으로 생의 보람을 찾고,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인간 쓰레기들 때문이다. 별로 아는 것도 없는 것들이 제가 아는 것 하고 조금만 다르면 죽자살자 물고 늘어진다. 딱 하이에나 같은 부류들이다.

 

  → 이보셔요, 청장 선생... 당신은 인문 서적 작가예요. 읽는 독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목표인 인문 서적을 쓰시는 분께서, 일반 네티즌들보다 역사 관련 지식을 모른다는 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 결코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당신이 몰랐던 부분이나 잘못 알고 있던 곳을 지적해 주는 독자나 네티즌들에게 감사는 못할 망정, 뭐라고요? "인터넷의 익명 뒤에 숨어서 남을 씹는 인간 쓰레기들"? 당신, 지금 뭐하는 거요? 이게 작가라는 사람이 할 소리요? 당신이 대체 얼마나 높고 잘 나신 분이길래 그런 막말과 폭언을 하는 거요?

 

 

  - 필자는 필자의 저서가 지금까지 출간된 사서 중 역사의 진실에 가장 접근한 책이라고 자부한다.

 

  → 내가 <왕을 참하라> 시절부터 당신 책을 쭉 읽으면서 느낀 건데, 당신은 지독한 과대망상과 이기주의와 오만함에 푹 쩔어있는 사람 같소. 이 세상에 당신 혼자만 똑똑한 사람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바보 멍청이인줄 아시오? 당신 혼자만 세상의 진실과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줄 아시오? 세상은 당신을 중심으로 돌지 않소.

 

  그렇게 "역사의 진실에 가장 접근한 책"을 쓰셨다는데, 이건 기억하는지 모르겠소. 당신이 두 번째로 낸 책인 <조일전쟁>에서 이미 2005년에 반환된 북관대첩비가 아직도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줄로 착각하고, "이런 거나 돌려받지 정치인들은 뭐하고 있냐?"라고 허튼 소리를 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비판과 지적을 받자, 부랴부랴 2쇄분에서 수정한 거, 잊어버렸소?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소.

 

  2005년 무렵에 각 신문사와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방송한 내용이라 나 같은 사람도 다 아는 사실인데, 어찌 역사의 진실에 가장 접근한 책을 내셨다는 분께서 그런 간단한 사실조차 몰랐단 말이오? 신문이나 뉴스를 안 봤다고 해도,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북관대첩비라고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사실인데, 그런 것도 안 해봤단 말이오? 그렇다면 당신은 역사책을 쓰면서 가장 기초적인 자료 조사조차 해보지 않은, 게으르고 무성의한 사람이 아니오?

 

 

  - 고서 한 장 읽어 보지도 않고, 왜곡으로 점철된 사서 몇 권 읽고, 뭘 안다고 나서는 것들을 보면 참 가소롭기 짝이 없다. 하긴 이 동네고 저 동네고, 주제 파악 못하는 인간들이 사는 데가 지옥이고, 제 주제를 파악하는 인간들이 모여 사는 데가 바로 천당이지. 지옥, 천당이 원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소. 한문이나 영어, 그리스어, 라틴어로 된 1차 사료들을 읽고 번역해서 해석할 능력은 가지고 있소? 내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소. 당신이 참조한 자료 목록을 보면, 1차 사료나 학자들의 연구를 담은 논문은 별로 없고, 온통 시중에 나온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 서적들만 잔뜩 있으니 말이오. 그렇다면 당신이야말로 "고서 한 장 읽어 보지도 않고, 왜곡으로 점철된 사서 몇 권 읽고, 뭘 안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니오?

 

 

  - 인터넷 상에, 그런 질 나쁜 데다 머리 빈 쓰레기들이 횡행하며 작가들을 씹어대는 바람에 한국사를 더 이상 집필할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 여기서 의문이 있소. 왜 '작가들'이라고 했는지? 당신 책을 쓴 사람은 당신 혼자인데, 그렇다면 '작가'라고 단수형을 써야 옳지. 그런데 작가들? 설마 그 책들을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함께 썼단 말이오? 나는 그럴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그냥 단순 오타겠지.

  또, 자신의 무지와 오류를 지적해 주는 사람들을 가리켜 "질 나쁜 데다 머리 빈 쓰레기들"이라고 욕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잘못된 점부터 깨닫기 바라오. 지금 당신은 그런 태도가 전혀 없소. 나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나쁜 놈들이 괜히 나만 욕한다는 피해망상만 가득 차 있소. 지금 이 상태로라면 당신이 앞으로 책을 몇 권 쓰든지, 당신을 보는 대중의 눈은 결코 부드러워지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한 가지 더. 하루에 새로운 책 100권이 쏟아져 나오는 게 현실이오. 그 중에서는 당신보다 더 글을 잘 쓰고, 더 많이 아는 작가들도 많소. 당신이 한국사 관련 책을 안 쓴다고 한국사 관련 역사서 시장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소. 당신 말고도 한국사에 대해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쓸 사람은 많으니까!

 

 

  - 오죽하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소설이나 연속극에서 역사를 배운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니, 참으로 할 말이 없다. 참고로, 연속극을 역사적인 사실로 착각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아서 한 말씀 드린다. 예를 들어서 얼마전 방영된 '계백' 같은 TV 역사 드라마는 시대 배경과 인물과 이름만 빌린 것일 뿐, 전개되는 스토리90% 이상이 시나리오 작가들이 만든 허구다.

 

  → 그걸 아시는 분께서 정작 참고 자료 중에 버젓이 소설을 끼워넣은 건 뭐요? <조일전쟁>에서 당신, 일본의 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가 쓴 소설 <삼국지> 내용 중에서 유비가 어머니에게 차를 가져다 드리는 부분을 진짜인 줄 알고 그대로 인용해 먹은 거 잊었소? 고정욱과 김탁환이 엉터리 자료를 가지고 역사를 멋대로 왜곡했다고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소설 <원균>과 <불멸>을 사실인 줄 알고 그대로 가져다가 "원균은 이순신에 비길 용감한 장군이었다."라고 한 거, 벌써 잊었소?

 

 

  - 역사는 학문 중 가장 재미있는 학문이다.

 

  → 당신 같이 역사에서 흥미 위주의 소재만 골라다 포장해 파는 사람한테나 재미있겠지, 정말로 역사 연구를 생업 및 본업으로 삼으면서 연구하는 역사학자나 고고학자들도 재미있어 할 것 같소? 실제로 내가 아는 역사 연구 관계자들과 이야기 해보면, 매년 새로운 이론과 주장이 쏟아져 나와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일지, 또 지금까지 배워왔던 이론 중에서 뭐가 틀린지를 놓고 고민하느라 아주 머리가 아프다고 하오. 당신이 그런 연구자들의 고통과 갈등을 알기나 아오?

  아, 당신은 "학자라는 것들은 대체 뭐하는 것들이냐, 밥벌레들 같으니."라고 자신만만하게 일갈했던 사람이니, 그런 걸 알 리가 없지... 내가 깜빡했소.

 

 

  추신: 그리고 뭐? 제주도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전문 시위꾼들? 아, 그러고 보니 당신 <왕을 참하라>에서도 이랬었지? 전문 시위꾼들은 모조리 총으로 쏴 죽여 버려야 한다고 말이야.

 

  그런데, 가스통에 불 붙이고 폭력 시위하는 가스통 할배들이나 어버이 연합은 뭐야? 그네들도 전문 시위꾼 아닌가?

 

  왜 그네들 상대로는 아무 말 없지? 당신과 정치색이 맞는 보수 우익 단체라서?

 

  또, 미국산 쇠고기를 제일 많이 수입하면서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하느냐고 입에 거품을 물고 욕을 했었지?

 

  그런 논리라면 말야, 지금 한국의 교역 1순위 국가는 중국이고, 중국을 상대로 제일 많은 무역흑자를 보고, 중국산 농수산물을 제일 많이 수입해다 먹고 있으니, 중국산 식품에서 어떤 유해물질이 나오든 아무런 불평말고 그저 입 닥치고 먹어야 하나? 사람이 돼지인가? 유해물질 들어간 식품 때문에 자기 건강과 목숨이 위협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돼지처럼 주는대로 받아 먹으란 말인가? 이게 당신의 생각인가? 그런 가치관은 사람이 아닌, 돼지 같은 가축한테나 어울리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 책에 보니까,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은 이제 쇠퇴할 것이고,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양이 세계를 주도할 것이다."라고 되어 있던데, 앞날은 아무도 완전히 예측할 수 없어. 1980년대에도 일본이 미국 능가한다고 미국 내에서도 큰 소리 나오다가 1990년대 접어들자 그 말은 정반대로 되었듯이. 하긴, 1960년대에 소련이 세계 재패한다고 당당하게 예측했던 어느 노벨상 수상자도 있었고, 1990년에 소련 체제는 워낙 견고해서 당분간 건재하다고 보고서 올렸다가 CIA가 망신당한 것처럼,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그런데, 참 이상하단 말이지. "미국이 곧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한다."고 하는 사람이, 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성 있다고 촛불 시위하던 사람들을 그렇게 욕했는지? "곧 쇠퇴할 미국"의 쇠고기가 건강에 유해할 우려가 있어서 정부한테 검사 철저하게 하고 미국과의 협상 제대로 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무슨 나라 망칠 짓으로 보였나? 곧 "쇠퇴할 나라인 미국"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면 안 되는 건가? 뭐가 무서워서? "곧 쇠퇴할 나라인 미국"인데?

 

  하여튼 이래서 내가 당신 책만 보면 짜증이 나. 어떻게 된 게 한 사람의 작가가 쓴 같은 문장 안에서 이렇게 서로 모순되는 부분 투성이야? 예전 <고려왕조실록>편에서도 "왜 북방 영토 못 차지하고 도로 내줬나? 고려 대신들은 매국노들이야."라고 했다가 "현실여건상, 영토 확장은 무리다."라고 서로 모순된 서술을 했다가 네티즌들한테 실컷 까였지? 세상에서 제일 나쁜 글쓰기가 바로 같은 문장 안에서 앞 뒤가 안 맞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건데, 당신이 딱 그래.

 

  책의 뒷편에는 이렇게 적었더군. 제주도 해군 기지는 대양해군으로 가는 첫걸음인데, 반대하는 천주교 사제나 시위대는 전부 나라 망치는 나쁜 놈들이라고.

 

  그런데 말야, 나는 대양해군이라는 명제 자체에 의문점이 들어. 한반도 주변을 둘러 봐. 서해? 바로 옆에 중국과 북한이 있어. 동해? 일본과 북한, 러시아로 둘러싸여 있어. 남해? 중국과 일본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반도 주변 바다는 태평양이나 대서양처럼 끝없이 펼쳐진 외해가 아니야. 주변국들로 둘러싸인 호수나 다름없어.

 

  헌데 이런 한반도 주변 해역을 가진 우리가 과연 대양해군이라는 명제를 따라야 할까? 호수나 다름없는 작은 바다에서 항공모함 가지자고? 대함미사일이나 잠수함에게 걸리면 끝장인데?

 

  게다가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일본 같은 주변국들과 군비 경쟁할 경제력이 되나? 우리나라 경제력은 중국의 6분의 1,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한데?

 

  차라리 잠수함이나 구축함 정도로 구성된 기동성 있는 함대 정도면 몰라도, 대양해군은 회의적이야.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지금 우리 역사상 이렇게 번영한 적이 없다."라고 써놓았는데, 그 말에도 나는 고개가 갸웃거려져.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것 같지만, 과연 한국 경제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나? 국내 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거의 60~80% 정도를 소수 대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 대기업들이 떡볶이 장사하는 마트까지 차려서 일반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 업종까지 모두 뺏어먹겠다고 덤벼드는 이 상황이,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등록금 빚에 허덕여 남자는 막노동이나 용역을 뛰어야 하고, 여자는 유흥업소에 다녀야 하는 이 상황이, 제대로 집계조차 되고 있지 않은 청년 실업률과 무려 1천만 명이 넘는 저소득층과 빈민층이 넘쳐나는 이 상황이, 정말 번영한 경제의 모습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언제 폭발해 꺼질지 모르는 거품 투성이, 경제학 용어로 버블 직전이라고 본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웬만한 경제학자들 의견이기도 하지만,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학자들은 "그저 아무 할 일없는 밥벌레"라고 보는 사람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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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는 사회 -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
필 주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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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종교들에서는 저마다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상을 주관하는 신들이 있고, 악마들도 있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로 내세가 있고 신이 있다면 왜 종교들마다 말하는 내세의 모습이 저마다 각기 다를까?

 

  그리고 자기들 신앙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협박하는 종교들도 많다. 그렇다면 종교나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들은 모두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내 기억으로도 우리나라 인구들 중 약 절반 가까이가 종교가 없는 무교론자인데, 그 사람들이 모두 자살하거나 정신병에 걸려 고통받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으니까.

 

  이 책, <신 없는 사회>는 미국의 사회학자인 필 주커먼이 1년 동안 유럽에서 제일 종교성이 낮지만 복지국가로 국민들의 행복도와 만족도가 높은 덴마크와 스웨덴 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살아보고 그 나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바를 엮어서 낸 책이다.

 

  <신 없는 사회>에서 필 주커먼은 사람은 신이나 종교를 믿지 않아도, 행복하고 평화롭고 도덕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은 자연의 일부고,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뿐이라는 스칸디나비아 국민들의 소박하고 행복한 윤리관을 말한다.

 

  종교가 있다고 해서 사람이 도덕적이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역대 대통령(이승만, 김영삼, 이명박)을 비롯해서 수많은 정치 권력자들이 독실하다 못해 아주 열렬한 개신교 신자였지만, 모두 부정부패 추문에 휩쓸려 욕을 먹고, 잘못된 정치로 나라를 망가뜨린 오명을 쓰지 않았던가?

 

  아시아에서 3백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을 제외하면 우리만큼 기독교 교세가 강한, 종교 열풍이 강한 나라도 없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OECD 국가들 중에서 국민들의 행복도가 제일 낮은 나라로 꼽혔다. 그렇다면 종교를 믿어도 삶이 불행한데, 구태여 종교를 믿어야 할 필요가 있을지?

 

  참된 행복과 평화는 죽어서 찾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사람은 누구나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종교에 속박당하는 노예로서 사는 것은 매우 불행하다고 나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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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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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꼼수를 그리 즐겨 듣지 않는다. 어쩌다 가끔 듣는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나꼼수 4인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최근 들어 그들이 낸 책들을 모두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꼼수에 생명을 불어넣는 주체인 주진우 기자가 이번에 책을 냈다는 말을 듣고, 바로 구해서 신작을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도 기발하다. 주기자.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살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느껴진다.

 

  특히, 책의 앞머리에 들어가는 부분이 매우 도발적이다. 우리나라 검사나 판사들은 세상과 담을 쌓고 공부만 해서 인성 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자기들이 한국에서 제일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판검사가 되었으니, 승진해서 돈을 많이 받고, 룸살롱과 골프장에 출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판검사들이 권력에서 독립할 수 있게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판검사들의 반격을 받았다. 판검사들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들은 권력과 한 몸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승진해서 돈을 많이 벌고, 룸살룽과 골프장에 드나들고 명품을 사고 사치를 누리고 싶었으니까.

 

  주진우 기자는 BBK사건을 보면서, 판검사들이 죽은 권력인 노무현에게는 가혹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인 이명박에게는 너무나 관대하다고 공격한다. 이명박 본인이 자신이 직접 BBK를 만들고, BBK명함을 뿌렸는데도 "그건 장난이었다."라고 하면서 터무니없는 핑계로 감싸주고 덮어주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진우 기자는 내 자신이 명함을 만들어 뿌려도 그것을 장난이었다고 한다면, 내가 나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기도 한다.  

 

  또, 유영철 사건도 주진우 기자가 직접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일반적인 언론에 의해 알려진 사실이나 경찰 발표와는 전혀 다르다. 실제로 유영철을 조사해서 직접 체포한 주체는 보도방 업주들이었고, 경찰들은 그저 보도방 업주들이 묶어서 데려온 유영철을 넘겨 받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경찰들은 자신들이 직접 유영철을 수사해서 체포한 것처럼 허위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도방 업주들에게 주어야 할 포상금도 줄였고, 그들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한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힌다.

 

  아울러 유영철이 누구누구를 죽였다는 이야기도 유영철 본인이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과장한 내용들이 많은데, 경찰과 언론들은 그런 것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촌극도 벌였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신정아씨 사건도 그렇다. 주진우 기자는 신정아를 직접 만나 취재했는데, 신정아씨의 주장에 따르면 조선일보를 비롯하여 각 언론사의 기자들은 자신에게 매번 식사나 촌지 같은 대접을 받았는데, 온갖 허위와 음해 기사들을 마구 써서 내보내 자신을 공격하는데 앞장섰다고 한다. 그 중에서 조선일보의 C모 기자는 신정아씨를 택시에서 성추행하다가 미수에 그치고는, 국회로 가서 한나라당 의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썩어빠진 자들이 기자라고 행세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참 말이 아니다.

 

  또, 지금 한국 사회에서 최고의 권력 집단인 삼성도 주진우 기자가 직접 취재한 바에 따르면 매우 위태롭다. 삼성을 이끌어가는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다지 천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사람이 65세 이상이 되면 노망이 드니, 중책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실언을 하기도 했으며, 회사에 그다지 자주 출근하지도 않고 업무를 집에서 보고받으며, 중역 회의가 있을 때에는 아무도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붙잡아 놓는가 하면, 회사 내에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회장을 사이비 교주처럼 숭배하고 추종해야 하는 풍토 때문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이 직접 추진한 수많은 사업들에서 삼성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비싸게 사들인 외국 기업들을 다시 헐값에 매각해 버린 사례들도 많은데, 이런 경우들은 삼성의 돈을 받아먹거나 영향력을 무서워한 언론들이 철저하게 숨기고 보도하지 않아 사람들이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이 하는 말들은 사실 알고 보면 그다지 무슨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언론들이 알아서 기며 무슨 예언자의 말인 것처럼 과대포장하는 태도가 삼성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게 만드는 병폐를 가져 온다고 지적한다.

 

  주진우 기자는 종교 문제도 다루었다. 국내 최대의 교회인 순복음교회가 조직폭력배인 조양은이나 김태촌 같은 사람들을 내세워 교세 확장에 이용한다는 내용과 함께, 순복음교회는 싸움과 소송으로 충만한 교회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 일가를 둘러싼 비리와 추문도 여지없이 폭로한다.

 

  그런가 하면, 개신교 못지않게 천주교 내의 주교들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비리를 은폐하려 한다는 사실도 전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무척 부끄러웠다. 비록 믿음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나도 천주교 신자인데, 내가 다니는 종교의 상층부가 마피아 같이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사실이 괴로웠다.

 

  여기에 주진우 기자는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을 오히려 죄인으로 몰고,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아무런 문제도 없이 학교에 다니는 현실을 폭로한다. 그리고 이런 성범죄를 덮으려 하는 몰지각한 교사에게 "너 같은 XX도 선생이냐!"라고 일갈한다. 주진우 기자의 노력 덕분에 성폭행을 했던 가해 학생들은 처벌을 받았고, 폭행당한 여학생은 정신적 상처에서 벗어나, 감사를 표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주진우 기자는 책을 쓰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 나는 약자들을 옹호하고 취재하는 등 편파적이다. 하지만 공정을 외치면서 권력을 쥔 강자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자들이야말로 더 편파적이다. 링 위에서 아무런 제한도 없이 강자와 약자가 똑같이 싸운다면 당하는 쪽은 언제나 약자일수밖에 없다. 국가나 군대 같은 권력 기관으로부터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약자라고. 그러니 약자를 옹호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자신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책값만 비싸고 내용은 형편없는 책들이 많이 나와서 기분이 우룰했는데, 오랜만에 돈값을 제대로 하는 책을 보게 되어 무척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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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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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이나 로맨스 사극에 질렸거나, 선이 굵은 역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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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드락 2012-03-23 09:55   좋아요 0 | URL
수컷들 아니 사내들의 거친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떨린다.
 
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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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사극의 열풍이 거세다. 그 중에서 주로 조선 시대를 다룬 소설이나 드라마들이 인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극 열풍들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대부분 여성 독자들의 취향에 맞춘 연애나 혹은 시대 구분도 할 수 없는 퓨전 사극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선이 굵은 역사물을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한 역사 소설이 나왔다. 이름하여 '시골무사 이성계'.

 

  제목에서부터 벌써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가 드러난다. 시골무사 이성계, 조선을 세운 고려의 장군이었던 태조 이성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다. 그것도 이성계가 고려 백성들의 열렬한 추앙을 받는 계기가 되었던 황산 전투를 배경으로 했다.

 

  황산 전투는 고려 말, 극성을 부렸던 왜구들의 침략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무려 5백 척의 대함대를 타고 고려를 침략했던 왜구들은 최무선이 새로 개발한 화포로 무장한 고려 수군에 의해 배들을 모두 잃고, 지리산으로 숨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왜구들의 병력은 1만이나 되었다. 더구나 당시 왜구들은 단순한 도적 수준이 아니었다. 말만 왜구지, 사실은 오랜 내전으로 단련된 일본의 정예 무사단이었다.

 

  이성계가 황산 전투에 참가하기 전까지, 고려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왜구들에게 당하기만 했다. 고려 말의 유명한 정치인이자 시인인 목은 이색도 "왜구들이 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했다."라고 시로 읆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황산 전투에서 이성계는 자신을 가별치, 변방의 촌놈이라고 깔보는 고려 중앙군의 괄시를 받는 상황에서 수적으로 열 배나 많은 왜구들을 완벽하게 전멸시키는 대승을 거둔다. 이 황산 전투로 인해 고려인들은 비로소 왜구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들이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아서 그렇지 세운 전공이나 역사적인 위업으로만 보면 이성계는 성웅으로 인식된 이순신보다 훨씬 위대한 인물이다. 이순신은 그저 일개 장수에 머물렀지만, 이성계는 단순한 장수에서 벗어나, 아예 부패한 나라를 무너뜨리고 그 자신이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왕이 되었으니까. 그가 세운 새 나라 조선은 5백년 동안 존속하는 장기 왕조로 군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계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나 대우는 그다지 높지 않다.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좋지 못한 탓이다. 조선을 생기지 말아야 했다며,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배우고 가르쳐왔던 교육의 잘못이다.

 

  이제 우리가 소홀히 대해왔던 영웅, 변방의 거친 촌놈에서 한 나라의 왕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인 이성계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지고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부디 이 소설, <시골무사 이성계>가 우리가 잊어버렸던 영웅을 다시 조명할 기회가 되기 바란다.

 

 

  추신: 책의 속표지에 보니, 저자인 서권 씨는 이 소설을 집필하고 나서 친구들을 불러 술잔치를 벌이고 얼마 후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우면서도, 세속에 초탈한 예술가다운 삶이다. 나도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언젠가 그렇게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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