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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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꼼수를 그리 즐겨 듣지 않는다. 어쩌다 가끔 듣는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나꼼수 4인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최근 들어 그들이 낸 책들을 모두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꼼수에 생명을 불어넣는 주체인 주진우 기자가 이번에 책을 냈다는 말을 듣고, 바로 구해서 신작을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도 기발하다. 주기자.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살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느껴진다.

 

  특히, 책의 앞머리에 들어가는 부분이 매우 도발적이다. 우리나라 검사나 판사들은 세상과 담을 쌓고 공부만 해서 인성 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자기들이 한국에서 제일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판검사가 되었으니, 승진해서 돈을 많이 받고, 룸살롱과 골프장에 출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판검사들이 권력에서 독립할 수 있게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판검사들의 반격을 받았다. 판검사들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들은 권력과 한 몸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승진해서 돈을 많이 벌고, 룸살룽과 골프장에 드나들고 명품을 사고 사치를 누리고 싶었으니까.

 

  주진우 기자는 BBK사건을 보면서, 판검사들이 죽은 권력인 노무현에게는 가혹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인 이명박에게는 너무나 관대하다고 공격한다. 이명박 본인이 자신이 직접 BBK를 만들고, BBK명함을 뿌렸는데도 "그건 장난이었다."라고 하면서 터무니없는 핑계로 감싸주고 덮어주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진우 기자는 내 자신이 명함을 만들어 뿌려도 그것을 장난이었다고 한다면, 내가 나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기도 한다.  

 

  또, 유영철 사건도 주진우 기자가 직접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일반적인 언론에 의해 알려진 사실이나 경찰 발표와는 전혀 다르다. 실제로 유영철을 조사해서 직접 체포한 주체는 보도방 업주들이었고, 경찰들은 그저 보도방 업주들이 묶어서 데려온 유영철을 넘겨 받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경찰들은 자신들이 직접 유영철을 수사해서 체포한 것처럼 허위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도방 업주들에게 주어야 할 포상금도 줄였고, 그들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한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힌다.

 

  아울러 유영철이 누구누구를 죽였다는 이야기도 유영철 본인이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과장한 내용들이 많은데, 경찰과 언론들은 그런 것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촌극도 벌였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신정아씨 사건도 그렇다. 주진우 기자는 신정아를 직접 만나 취재했는데, 신정아씨의 주장에 따르면 조선일보를 비롯하여 각 언론사의 기자들은 자신에게 매번 식사나 촌지 같은 대접을 받았는데, 온갖 허위와 음해 기사들을 마구 써서 내보내 자신을 공격하는데 앞장섰다고 한다. 그 중에서 조선일보의 C모 기자는 신정아씨를 택시에서 성추행하다가 미수에 그치고는, 국회로 가서 한나라당 의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썩어빠진 자들이 기자라고 행세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참 말이 아니다.

 

  또, 지금 한국 사회에서 최고의 권력 집단인 삼성도 주진우 기자가 직접 취재한 바에 따르면 매우 위태롭다. 삼성을 이끌어가는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다지 천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사람이 65세 이상이 되면 노망이 드니, 중책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실언을 하기도 했으며, 회사에 그다지 자주 출근하지도 않고 업무를 집에서 보고받으며, 중역 회의가 있을 때에는 아무도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붙잡아 놓는가 하면, 회사 내에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회장을 사이비 교주처럼 숭배하고 추종해야 하는 풍토 때문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이 직접 추진한 수많은 사업들에서 삼성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비싸게 사들인 외국 기업들을 다시 헐값에 매각해 버린 사례들도 많은데, 이런 경우들은 삼성의 돈을 받아먹거나 영향력을 무서워한 언론들이 철저하게 숨기고 보도하지 않아 사람들이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이 하는 말들은 사실 알고 보면 그다지 무슨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언론들이 알아서 기며 무슨 예언자의 말인 것처럼 과대포장하는 태도가 삼성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게 만드는 병폐를 가져 온다고 지적한다.

 

  주진우 기자는 종교 문제도 다루었다. 국내 최대의 교회인 순복음교회가 조직폭력배인 조양은이나 김태촌 같은 사람들을 내세워 교세 확장에 이용한다는 내용과 함께, 순복음교회는 싸움과 소송으로 충만한 교회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 일가를 둘러싼 비리와 추문도 여지없이 폭로한다.

 

  그런가 하면, 개신교 못지않게 천주교 내의 주교들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비리를 은폐하려 한다는 사실도 전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무척 부끄러웠다. 비록 믿음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나도 천주교 신자인데, 내가 다니는 종교의 상층부가 마피아 같이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사실이 괴로웠다.

 

  여기에 주진우 기자는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을 오히려 죄인으로 몰고,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아무런 문제도 없이 학교에 다니는 현실을 폭로한다. 그리고 이런 성범죄를 덮으려 하는 몰지각한 교사에게 "너 같은 XX도 선생이냐!"라고 일갈한다. 주진우 기자의 노력 덕분에 성폭행을 했던 가해 학생들은 처벌을 받았고, 폭행당한 여학생은 정신적 상처에서 벗어나, 감사를 표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주진우 기자는 책을 쓰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 나는 약자들을 옹호하고 취재하는 등 편파적이다. 하지만 공정을 외치면서 권력을 쥔 강자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자들이야말로 더 편파적이다. 링 위에서 아무런 제한도 없이 강자와 약자가 똑같이 싸운다면 당하는 쪽은 언제나 약자일수밖에 없다. 국가나 군대 같은 권력 기관으로부터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약자라고. 그러니 약자를 옹호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자신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책값만 비싸고 내용은 형편없는 책들이 많이 나와서 기분이 우룰했는데, 오랜만에 돈값을 제대로 하는 책을 보게 되어 무척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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