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스패로우 3 - 배반의 궁전 버티고 시리즈
제이슨 매튜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30년 이상을 CIA에서 몸 담았던 작가 "제이슨 매튜스(Matthews Jason)"의 두 번째 작품 "레드 스패로우 : 배반의 궁전(Palace of Treason)" 입니다. 이 작품은 현대 첩보전을 다룬 새로운 걸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에드거' 상을 수상한 작가의 데뷔작인 "레드 스패로우"의 후속 작품으로 "디바"라고 불리는 이중스파이 "도미니카 예고로바"와 CIA 요원 "네이트 내쉬"의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대위로 승진하며 SVR (러시아 해외정보국)에 복귀한 "도미니카 예고로바"는 이란의 핵 전문가를 포섭하여 이란이 준비 중인 대규모 핵시설 준비계획을 알아냅니다. 러시아는 중동에 자신들의 영향력 확장과 "푸틴"의 비자금을 위해 이 계획에 숟가락을 얹으려 합니다. 그러는 사이 "도미니카"는 다시 CIA와 접촉을 하며 이중첩자 "디바"로서의 자신의 임무를 재개합니다.

 

도미니카는 마음속으로 전율했다. 크렘린. 장엄한 건물들, 금박을 입힌 천장들, 높이 치솟은 홀들, 사기와 무시무시한 탐욕과 잔인함이 서까래까지 가득 차 있는 곳. 배반의 궁전. 이제 도미니카(또 다른 종류의 배반자)가 미소를 지으며, 황제의 무표정한 얼굴을 핥으러 이 궁전에 온 것이다.


러시아 역사상 가장 거물급 이중스파이였던 자신의 상관의 정체를 밝혀낸 공으로 승진과 함께 SVR의 떠오르는 스타가 된 "도미니카"는 자신의 스패로우 요원을 이용해 이란 핵 개발자에게 접촉합니다. 협박과 회유로 포섭된 이란의 개발자에게서 현재 준비 중인 대규모 핵시설 계획을 입수한 "도미니카"는 9개월 만에 CIA와 접촉을 합니다. 그녀가 입수한 이란의 핵 시설 계획은 CIA뿐 아니라 러시아 정보국과 "푸틴"의 구미를 당기게 되면서 러시아와 미국의 보이지 않는 첩보전이 시작됩니다. 또 다시 공을 세워 푸틴의 총애를 받는 "도미니카"를 시기하는 그녀의 상사 "주가노프"의 방해공작과 신분노출이 되면 모든 것이 끝장나는 위험 속에서, "도미니카"는 자신을 포섭한 CIA 요원이자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인 "네이트"와 함께 러시아와 이란을 동시에 엿 먹일 작전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러시아에 정보를 흘리기 시작한 새로운 미국의 이중첩자가 등장하면서 그들의 계획이 위태로워집니다.


벤포드가 그녀를 푸틴에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걸, 그녀를 대통령의 살 속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브게니, 이자는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이다. 그녀의 궁극적인 안전은 이제 그의 어깨와 불알 사이 어딘가에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첩보요원들이 서로 포섭하려고 하면서 자국에 숨어있는 거물급 이중첩자를 색출하는 내용의 "레드 스패로우"에 이어 출간된 후속작 "레드 스패로우 : 배반의 궁전"은 SVR에서 기반을 다진 "도미니카"가 크렘린 궁까지 침투해서 본격적으로 이중스파이 활동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란이 핵시설에 사용할 내진 바닥재 거래를 진행한다는 첩보를 듣고 그 거래의 중간에 끼어들어 이익을 보려는 러시아와 그 전에 내진 바닥재 중 일부를 교체하려는 CIA의 계획 사이에서 CIA 요원 "네이트"와 CIA의 이중첩자인 SVR 요원 "도미니카"는 위험천만한 순간들을 헤쳐 나아갑니다. 정보원과 정보원을 관리하는 첩보요원들이 겪어야 하는 일상적인 위험부터 "도미니카"를 시기하는 "주가노프"의 음모 그리고 러시아에 일급 정보들을 팔려는 배신자의 등장과 그가 팔려는 미국의 이중첩자들의 실명 리스트는 "네이트"와 "도미니카"를 최악의 상황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익숙한 전작의 캐릭터들과 새롭게 등장한 흥미로운 캐릭터들은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배신과 음모들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세련된 에스피오나지 "레드 스패로우 : 배반의 궁전"은 작가의 오랜 CIA 경력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행, 감시루트 탐지, 정보원 포섭 등 작품 속에 묘사되는 현대첩보 기술들은 마치 스파이 교본처럼 현실적입니다. 거기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현대 러시아의 실상 역시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줘서 허구인지 실제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전작에서 보다 더"푸틴"을 까대서 작가가 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이번에도 몇 명의 이중첩자들이 등장하는데 신기하게도 러시아의 이중스파이들은 자신의 조국에 대한 사랑이 동기인 반면 미국의 이중스파이들은 돈이 동기가 되는데 이런 것도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자네가 말한 걸 고려하겠어. 하지만 내 조국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아. 그들이 한 짓에 대가를 치르는 것처럼, 난 아직도 '로디나', 내 조국에 충성하고 있어." 리릭이 말했다.

네이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정보원들이 하는 전형적인 합리화이자 해가 뜨기 전 고요한 시간에 자신이 저지른 배반을 생각할 때 고통스러워지는 양심에 바르는 연고와 같다.


전작만큼 탄탄한 구성 속에서 펼쳐지는 스파이들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이 작품의 백미는 "도미니카 예고로바"라는 캐릭터입니다. 전작이 "도미니카"의 스파이로서의 성장과정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그녀가 이중첩자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하며 베테랑 스파이로 진화해갑니다. CIA 요원 "네이트" 역시도 주인공이지만 이 작품은 "도미니카"란 캐릭터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습니다. 최종 진화된 21세기의 "마타하리"같은 그녀는 러시아를 위해 스스로 이중첩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고, 위험을 감수하며 자신의 능력을 완벽히 발휘합니다. 비록 원치 않는 남자에게 자신이 스패로우 학교(창녀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써야만할지라도. 미국의 CIA 요원 "네이트"와의 관계에서도 규정 때문에 괴로워하는 "네이트"와는 반대로 "도미니카"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입장이 됩니다. 심지어 중요한 순간에 사랑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네이트"와는 달리 자신의 감정을 차분하게 다스리기도 합니다.


불법체류자가 오면 문제가 더 커지게 된다. 첩보가 시작된 후로, 민간인으로 위장한 외국 스파이, 다시 말해 그 나라에서 태어난 시민인 척 위장해서 아주 꼼꼼하게 준비한 개인적인 이력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단조로운 일을 하면서 평범하게 사는 정체불명의 스파이는 적국에 있는 민감한 정보원을 관리하는 완벽한 해법이었다. 그는 공식적인 지위도 없고, 소속된 외교 기관도 없고, 첩보부와 연결된 단서도 없다. 내부첩자 사냥꾼들이 찾을 만한 프로필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 러시아인들이 불법체류자들을 준비시켜서 배치하는 분야에선 최고란 걸 알고 있었다.


이 작품 "레드 스패로우 : 배반의 궁전"은 현재 미국에서 등장할 수 있는 최상급 스파이 소설입니다.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이 고전적이고 진중한 에스피오나지라면 이 작품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에스피오나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곧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The Kremlin's Candidate"가 출간된다고 하던데 이 작품을 읽으시면 저처럼 후속작을 기다리기 시작하고, 만일 국내 출판사가 내주지 않을 경우 원망할 준비를 하실겁니다. 오래전부터 소문으로 들리던 "도미니카"역에 "제니퍼 로렌스"의 캐스팅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조만간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게 돼서 기대가 큽니다. 스파이 소설 좋아하시면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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