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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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슈퍼스타 작가 "요 네스뵈(Jo Nesbø)"가 1998년에 발표한 작품 "바퀴벌레(Kakerlakkene /Cockroaches)"입니다. 이 작품 "바퀴벌레"는 북유럽 최고 권위의 범죄문학상인 '글라스키' 상을 수상한 "박쥐"에 이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태국, 방콕에서 노르웨이 대사가 죽은 채로 모텔에서 발견됩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죽은 대사와 현 총리와의 관계 때문에 이 사건을 극비에 붙이고, 조용히 사건을 처리할 수사관으로 타국에서 연쇄살인범을 잡은 경험이 있는 "해리 홀레"를 선발합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엉망인 상태의 "해리 홀레"는 방콕으로 가는 대신 조건을 내걸고 또 다시 타국의 도시로 향합니다.

 

"당연히 우리도 살인범이 한 명이든 여럿이든 잡아들이고 싶지만 살인을 둘러싼 정황은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비밀에 부쳐야 해요. 국가의 안녕을 위해서. 아시겠소?"

묄레르는 고개를 숙이고 자기 손을 보았다. 국가의 안녕을 위해. 빌어먹을. 국가는 정작 집안의 안녕을 위해 별로 해준 것이 없는데.

 

방콕의 모텔에서 노르웨이 대사가 매춘부에 의해서 죽은 상태로 발견됩니다. 노르웨이인 소아성애자 문제가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현재 총리와 대학시절부터 친구였던 대사와의 관계로 노르웨이 정부는 비상사태에 돌입합니다. 최대한 조용하게 극비로 대사의 죽음을 처리하기로 한 노르웨이 정부는 1년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연쇄살인범을 잡은 경험이 있는 주정뱅이 형사 "해리 홀레"를 방콕으로 보냅니다.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방콕 현지 수사팀과 함께 살인사건 현장으로 간 "해리 홀레"는 대사의 차에서 아동 포르노 사진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대사의 도박 빚, 가정불화 그리고 성적취향은 사건을 복잡한 상황으로 몰아갑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매매춘이 가능한 방콕에서 "해리 홀레"는 모두가 조용히 덥기를 원하는 이 살인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바퀴벌레는 종류가 3천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바퀴벌레는 누가 다가오는 진동을 듣고 숨어버려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띄면 적어도 열 마리가 숨어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었다. 바퀴벌레는 무게가 얼마나 될까? 10그램? 금 간 곳이나 테이블 뒤에 백 마리 넘게 숨어 있다면 방 안에 있는 바퀴벌레가 적어도 1킬로그램은 된다는 뜻이다.

 

영미권에서 늦게 나온 관계로 국내에도 이제야 소개되는 "바퀴벌레"는 전작 "박쥐"와 같이 "해리 홀레"가 타국의 도시에서 사건을 수사합니다. 이번에는 동양의 방콕입니다. 베트남 전 당시 미군에 의해 성매매의 천국이 된 도시. 태국인들은 서양인들을 '파랑'이라고 부르고 그들은 이 도시의 매매춘의 중요고객입니다. 기독정당 출신의 현 총리와 대사와의 관계 때문에 노르웨이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된 사실들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음주 문제만 없으면 더 없이 유능한 형사 "해리 홀레"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방인의 입장에서 무더운 방콕 날씨와 싸우며 돈과 섹스가 얽힌 이 사건을 파헤칩니다. 노르웨이 정부가 사람을 제대로 잘 못 고른 겁니다. 단서와 사실들이 새롭게 밝혀질 때 마다 수사 방향은 계속 바뀌고 수사는 처음 보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수치심은 영리하게도 위장술의 대가를 만들거든. 소아성애자들은 대부분 일생동안 성적 취향을 남에게 숨기는 데 도통한 사람들이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경찰이 잡아들이는 성폭행범보다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뿐이야."

 

첫 작품 "박쥐"에서는 나름 풋풋한 모습을 보였던 주인공 "해리 홀레"는 이번에는 시작부터 망가진 상태로 등장합니다. 물론 오스트레일리아의 사건 후유증이 쉽게 사라질 종류는 않겠지만, 거기다 지체장애의 여동생 "쇠스"가 당한 성폭행 사건으로 더욱 망가진 상태로 나타납니다. 방콕으로 가는 조건으로 무혐의가 된 여동생 성폭행 사건을 한 달 간 다시 조사할 수 있는 제량을 허가 받은 "해리 홀레"는 의욕없이 간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칩니다. 또 다시 인간의 역겨움과 의도치 않은 죽음들로 인해 멘탈이 부서지게 되지만... 소설 속의 불쌍한 캐릭터야 흔치 않지만 매번 이렇게 고통 받는 주인공은 "해리 홀레"가 유일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리즈가 갈 수 록 더욱 큰 고통을 받는데 실제 인물이라면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작가 "요 네스뵈"는 마치 소설 속 인물 주제에 행복 따위는 사치다!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해리 홀레"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아서 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에서는 "해리 홀레"가 입에 총을 물고 자살할 것만 같습니다.

 

책임감. 작년에 해리가 묻어두려던 것이 있다면 바로 책임감이었다. 산 사람을 위해서든 죽은 사람을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릴 뿐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는 것이 없었다. 아니, 책임감이 어떻게 그를 이끌어주는지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 일에 대해서 토르후스가 옳았는지도, 어쩌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은 해리의 동기가 그리 고상하지만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어리석은 야망에 사로잡혀 사건을 미제로 남기지 않고 결정적 증거를 찾으려 혈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건 파일에 해결 도장을 찍는 일이, 상대가 누구든 잡아넣는 것이 더 중요했는지도 모른다.

 

미국과 태국의 혼혈 레즈비언 형사 "리즈"와 퇴역군인 "뢰켄" 등 매력적인 등장인물도 한 재미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 "바퀴벌레"처럼 보이지 않지만 온 사방에 존재하는 바퀴벌레같은 악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읽은 "요 네스뵈"의 작품 중에는 별로인 작품이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 타고난 작가인 것 같습니다. 물론 "해리 홀레"가 불쌍해 미치겠지만... 그것만 뺀다면 정말 훌륭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입니다.

이미 "스노우맨""마이클 패스벤더" 주연으로 촬영 중에 있고 "아들""드니 빌뇌브" 감독이 "제이크 질렌할"과 함께 촬영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적 바램이라면 "스노우맨"이 잘 돼서 시리즈로 영화화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히어로 물이 대세인데 오래전 자주 접했던 형사가 등장하는 범죄영화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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