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외피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앨런 에스킨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들녘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변호사 출신의 작가 "앨런 에스킨스(Allan Eskens)"가 2015년에 발표한 작품 "타인의 외피(The Guise of Another)"입니다. 이 작품 "타인의 외피"는 훌륭한 데뷔작이라고 평가 받으며 에드거 상을 포함한 여러 상의 후보에 올랐던 "우리가 묻어버린 것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가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불륜커플이 운전 중에 음란행위를 하다가 사고를 냅니다. 그 사고로 인해 불륜커플은 불구가 되고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던 포르쉐의 운전자는 사망합니다. 이런 사고에 항상 코를 들이미는 하이에나 같은 신체상해 전문 변호사는 죽은 포르쉐 운전자의 신상을 조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미니애폴리스 경찰서 사기전담반에 제보를 합니다. "제임스 퍼트넘"으로 알려진 죽은 남자가 실제로 "제임스 퍼트넘"이 아니며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온 것 같다는 제보를 받은 사기전담반의 "알렉산더 루퍼트" 형사는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세간에 제임스 에르켈 퍼트넘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던 포르쉐의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지만, 페달에 발이 닿기도 전에 자동차 그릴이 렉서스의 강철 프레임과 입을 맞췄다. 렉서스가 주도하는 소름 끼치는 파드되에 휘말린 두 자동차가 반시계 방향으로 돌자 비명 소리와도 같은 금속의 불협화음이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도 들릴 듯했다.

그날 밤, 대낮의 햇빛을 받으면서도 그림자 속에서 살아온 남자, 자신의 수많은 죄악에 대해 용서를 구할 날이 충분히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제임스 에르켈 퍼트넘은 그럴 가망성을 완전히 잃었다.

 

한밤중에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렉서스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맞은 편 도로의 포르쉐를 들이 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합니다. 그 자리에서 즉사한 포르쉐 운전자 "제임스 퍼트넘"의 부고를 들은 고인의 형은 죽은 남자가 자신의 동생이 아니라고 말하고, 이 소식을 제보 받은 미니애폴리스 형사 "알렉산더 루퍼트"는 이 사건을 신원도용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합니다. 마약전담반의 영웅에서 사기전담반으로 추락한 "알렉산더" 형사는 사건의 배경을 조사해갈 수록 이 사건에 추락해 가는 자신의 명성을 다시 끌어올릴 엄청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신원으로 살아갔던 포르쉐 운전자의 자취를 쫓아가던 "알렉산더" 형사는 마침내 15년 전 뉴욕에서의 어떤 사건과 마주하게 되고, 그 사건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이 다시 들춰지는 걸 두려워하는 위험한 인물들이 오래전 끝내지 못한 자신들의 일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 구렁텅이를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지만, 어떤 생각을 떠올리든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졌다. 설령 어찌어찌 해서 혐의를 벗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로서의 경력은 수치와 치욕 속에서 끝나고 말 터였다. 알렉산더의 경우는 다른 경찰들보다도 더욱 나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그는 영웅이었고, 근정훈장까지 받은 사람이었으니까. 언론이란 위선자로 보이는 인물들을 쓰러뜨릴 때 더 큰 도끼를 쓰는 법이었다.

 

"타인의 외피"라는 소설의 제목처럼 이 작품은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가다 죽은 남자의 발자취를 쫓아가는 형사 "알렉산더 루퍼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소설입니다. 죽은 남자는 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갔는지? 죽은 남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은 죽은 남자의 통장으로 매년 같은 시기에 입금되는 큰 돈의 실체를 거처 15년 전의 한 사건으로 주인공 "알렉산더"를 이끌고 갑니다. 수사가 진행될 수 록 단순한 교통사고가 신원도용 사건으로 이어지고 그 원인이 과거의 엄청난 음모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알렉산더" 형사는 벼랑 끝까지 몰린 자신을 구해줄 사건이라고 생각하며 이 사건에 집착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의 수사로 인해 위험한 인물들이 이 사건에 끼어들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 둘 살해당하기 시작합니다.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점점 위기에 몰리는 "알렉산더" 형사는 결국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비밀은 뿌리를 내리더니, 이제는 햇빛을 찾아 땅을 비집고 싹을 틔우려는 참이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리라.

 

주인공 "알렉산더 루퍼트"는 전작 "우리가 묻어버린 것들"에 등장했던 형사 "맥스 루퍼트"의 동생입니다. 마약전담반으로 활동하며 잠입수사로 경찰청의 영웅이 되었다가 같은 마약전담반의 동료들이 연루된 비리사건에 엮여 사기전담반에 강제 이직을 당해 추락직전에 놓은 "알렉산더"는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이 사건에 사활을 겁니다. 자신의 추락과 아내의 외도 등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알렉산더"는 자신의 형 "맥스"의 도움으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게 되지만 그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작가 "앨런 에스킨스"는 상당히 건조한 문체로 빈틈없는 플롯 위에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스웨터가 올이 풀려서 삐져나온 실을 뽑았더니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 같은 이야기의 전개는 전작인 "우리가 묻어버린 것들"보다 더욱 스릴 넘치게 진행 됩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나 생생한 대화도 물론 칭찬해줄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 "타인의 외피"라는 제목이 사건의 발단이 되는 상황뿐 아니라 마지막 "알렉산더"의 선택과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떠나서 다른 사람으로 살 것이냐 남아서 모든 것을 감당할 것이냐...

 

알렉산더는 아침이 되면 자신을 집어 삼킬 지옥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추락은 무자비하고도 압도적일 것이었다. 한 남자로 하여금 서드애비뉴 대교 난간을 넘어 마구 휘도는 미시시피 강물에 뛰어들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게 만들, 그런 종유의 파괴.


이렇게 미스터리/스릴러 소설들이 쏟아진 적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많큼 올 여름에 범죄소설들이 엄청나게 출간되었습니다. 특히나 "나를 찾아줘""걸 온 더 트레인"의 성공에 편승하려는 도메스틱 스릴러(Domestic Thriller)들이 상당히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작품 선정 타율이 좋았던 저에게 크고 작은 실망들을 남겼습니다. 그러다 이 작품 "타인의 외피"를 읽으면서 그동안의 실망을 어느 정도 보상받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훌륭한 범죄소설입니다. 의외의 결말에 살짝 놀랐지만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니 전작 "우리가 묻어버린 것들"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은 이 작품 "타인의 외피"도 상당히 마음에 드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세 번째 작품 "The Heavens May Fall"도 출간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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