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아티스트
스티브 해밀턴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브 해밀턴(Steve Hamilton)"이 2010년에 발표한 "록 아티스트(The Lock Artist)"입니다. 1998년에 발표한 데뷔작이자 "알렉스 맥나이트" 시리즈 첫 작품인 "A Cold Day in Paradise"로 '에드거 상' 최우수 신인상, '세이머스 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스티브 해밀턴"은 자신의 두 번째 스탠드언론인 이 작품 "록 아티스트"로 '에드거 상' 최우수 작품상, '배리 상' 최우수 작품상, 영국의 'CWA 스틸 대거 상', 전미 도서관연합(ALA) '알렉스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몇 년 전에 번역 출간된 일본에서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러 나라에서 평단과 독자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았습니다.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비극적인 사고의 생존자였지만 지금은 감옥에 갇혀있는 스물여덟 살의 청년 "마이클". 그는 석방이 되어서 다시 사회로 나갈 그날을 조용히 기다리며, 사고의 충격으로 말을 하지 않기 시작한 여덟 살 때부터 자신의 저주 받은 재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죄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와 FBI에 쫓기며 여러 범죄를 저지르다가 자신이 유일하게 후회하지 않는 마지막 범죄를 저질러 잡히게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고백합니다. 비극에서 살아남은 소년으로서의 삶이 어떠했는지, 어떻게 자신의 저주받은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어떻게 범죄의 길로 빠지게 되어 어떤 이유로 잡히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스스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를...


자, 정신 바짝 차리길.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이야기, 한때 '기적의 소년'이었던 내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할 테니까. '밀포드의 벙어리', '희대의 총아', '어린 유령', '새파랗게 어린 아이', '금고털이', '자물쇠 예술가'. 이것들이 전부 다 나를 따라다녔던 이름이다.

하지만 그냥 마이클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


1990년 여름, 전국을 술렁이게 했던 끔찍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는 여덟 살짜리 남자 아이 "마이클"뿐이었습니다. 그 끔찍한 사건 이후 말을 하지 않게 된 "마이클"은 주류점을 운영하는 삼촌과 같이 살면서 정신과 치료도 받지만, 대부분 외롭고 우울한 시간들을 보내게 됩니다. 농아학교에서도 적응을 못하고 다시 일반학교로 전학가게 된 "마이클"은 우연히 그림에 대한 자신의 재능을 깨달으며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입니다. 하지만 "마이클"이 지닌 재능은 미술뿐이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가지고 놀게 된 낡은 자물쇠로 인해 "마이클"은 열쇠를 따는 재능에 눈을 뜨게 됩니다. 이 재능들 덕분에 "마이클"은 여러 일들을 겪으며 첫 사랑 "어밀리아"를 만나게 되지만, 범죄자들 역시 말을 하지 않는 소년의 용서 받을 수 없는 재능을 알아보게 됩니다. 결국 금고털이의 귀재인 '고스트'의 제자가 되어 금고를 여는 기술을 전수 받은 "마이클"은 열여덟 살이 되기도 전에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어떤 금고라도 열어주는 전문 금고털이가 됩니다.


이때부터가 어려웠다. 불가능에 가깝다 못해 절대 완벽을 기대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조금도 모난 곳 없이 완벽하게 둥근 휠은 있을 수 없고, 휠 두 개의 크기가 한 치의 틀림없이 똑같을 수도 없기 때문에 각 휠의 홈이 지나갈 때 손끝에 닿는 느낌이 제각각 다르다. 아무리 잘 만든 금고라도 예외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홈을 지나쳐 접촉지점으로 돌아갈 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달라진다. 휠의 홈이 접촉지점의 숫자 근처를 지날 때 접촉지점의 범위가 좁아진다.

싸구려 금고라면? 평평한 도로에 움푹 팬 구멍처럼 선명하게 차이가 느껴지리라. 잘 만든 금고는 어떨까? 이 집주인처럼 드레스 룸에 설치해놓은 우수하고 값비싼 금고라면 어떨까? 손끝에 전해지는 차이가 극히 미미하다. 미미하다는 말을 갖다 붙이지도 못할 정도다.


비극적인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말을 하지 않는 소년이 특별한 두가지 재능을 발견하지만 잔인한 세상은 어떤 자물쇠라도 딸 수 있는 재능만을 원하고, 그로 인해 소년은 운명적으로 금고털이가 되어서 범죄를 저지르고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 "록 아티스트"는 범죄 스릴러인 동시에 슬픈 운명을 지닌 청년의 가슴 아픈 성장담이기도 합니다. 끔찍한 사건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소년 "마이클". 여러 전문가가 뭐라고 진단을 하건 결국 자기 스스로 말을 하지 않기로 한 "마이클"은 자신이 목격한 그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기억 한 곳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를 향한 동정의 시선들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말을 하지 않는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던 "마이클"은 우연히 자신이 그림에 특출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미대 진학을 상상하며 조금씩 안정된 학교생활을 하던 "마이클"은 어느 날,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아무도 알면 안 되는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과시합니다. 바로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재능. 이 단 한번의 실수로 "마이클"의 인생은 다시 한번 정상적인 선로를 이탈합니다. 물론 그 실수로 인해 자신의 일생의 사랑 "어밀리아"를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만 그녀와의 사랑은 "마이클"로 하여금 전문 금고털이가 되는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소녀를 위해 범죄자의 길을 선택한 "마이클"은 점점 빛을 발하는 자신의 자물쇠를 따는 천부적인 재능 덕분에 단시간 내에 최고의 실력자가 되어 더 깊은 범죄세계로 들어갑니다.

이미 10년 동안 감옥에 갇힌 "마이클"의 이야기로 시작하며 과거의 이야기들을 회상하는 구조로 소설이 구성되어 있는데, 그 회상이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기적의 소년이라 불리우던 여덟 살 때부터 금고털이범이 되는 열일곱 살 때까지의 이야기와 이곳저곳을 떠돌며 여러 범죄조직들에게 호출을 받아서 금고를 열어주며 범죄생활을 하다 잡히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회상합니다. 끔찍한 기억 속의 자신을 어두운 곳에 스스로 가두어 놓고 말을 하지 않는 소년 "마이클"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그림이라는 재능을 발견하고 다시 정상적인 인생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지만, 모든 자물쇠를 딸 수 있는 또 다른 능력때문에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와 최고의 금고털이가 되어 위험천만한 범죄행각을 벌이는 열일곱 때 이야기를 작가 "스티브 해밀턴"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능수능란하게 풀어냅니다. 그와 동시에 "마이클"이 어릴적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에 대해 조금씩 힌트를 주면서, 여전히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어릴 적 사건의 어두운 그림자와 누군가가 죽기 전에는 빠져 나올 수 없는 범죄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이클"이 벌이는 마지막 한탕과 과거 사건의 전모를 교묘히 교차시켜 스릴 넘치는 범죄소설에서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늦게나마 다시 세상과 소통하려는 청년의 성장소설로 완성됩니다.


언어치료사, 카운슬러, 정신과 의사......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나는 몽정의 대상과도 같았던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헝클어진 머리에 커다란 갈색 눈의 아이, 슬픔에 젖어 말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였다. 죽음의 손길을 용케 피했던 운명의 그날 이후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기적의 소년이었다. 의사나 언어치료사, 카운슬러, 정신과 의사 할 것 없이 모두가 적절한 치료와 적절한 지도로, 적절한 공감과 적절한 격려로 상처 입은 내 마음을 여는 마법의 열쇠를 찾아내서, 자신들의 팔에 안겨 엉엉 우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는 꿈을 꾸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꿈이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똑같은 꿈을 꾸었다. 하지만 장담컨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도어락, 자물쇠, 번호열쇠, 최첨단 금고 등 어떠한 것도 열수 있는 능력은 정말 예술로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인 능력 중 하나입니다. 물론 불법이고 범죄이지만 자물쇠나 금고가 열리기까지의 과정과 열리는 순간에는 모두가 숨죽이며 주목하게 되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작가 "스티브 해밀턴"는 실제 유능한 금고털이에게 도움을 받아서 정말 생생하고 스릴 넘치는 금고털이 이야기를 써냈습니다. 거기다 스릴 넘치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비극적 운명의 소년을 설정해 그 소년의 인생을 이야기에 녹여 놓아 단순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가 아닌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으로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탄탄한 플롯과 잔인한 장면 없이도 탁월하게 서스펜스를 유지시키는 훌륭한 스릴러가 이 작품 "록 아티스트"의 외형이라면 그 속은 풋풋하고 매력적인 십대의 로맨스와 가슴 아픈 성장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끔찍한 기억의 금고 안에 여덟 살 당시의 자신을 가둬놓은 천재 금고털이의 이야기를 위해 작가는 작품 속 작은 소재 하나하나, 에피소드 하나하나까지 치밀하게 구성하고 배치해 놓아 마지막에 작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놓습니다. 아주 훌륭하고 멋진 그림을.


그때 나는 그 정도밖에 몰랐다.

나쁜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존재임을 증명해 보이고 나면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작가 "스티브 해밀턴"은 국내에는 생소한 작가이지만 미국뿐 아니라 영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는 꽤 알려진 베스트셀러 범죄소설 작가입니다. "리 차일드"는 "스티브 해밀턴"이 쓰는 건 무엇이든 읽을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심장 근처에 총알이 박혀있는 디트로이트 경찰 출신의 사립탐정 "알렉스 맥나이트"시리즈가 "스티브 해밀턴"의 대표적인 작품들인데, 시리즈를 쓰는 사이 사이에 발표한 두 권의 스탠드언론 중 이 작품 "록 아티스트"는 '에드거 상'과 '배리 상'과 '스틸 대거' 등을 거머쥐며 2010년 최고의 범죄소설로 등극했습니다. 자신의 데뷔작으로 '에드거' 신인상을 이미 수상한 "스티브 해밀턴"은 역사상 두 번째로 '에드거' 신인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모두 탄 작가가 되기도 했습니다. ('에드거' 신인상의 저주라고도 불릴 만큼 '에드거 상' 신인상을 탄 작가가 최우수 작품상을 타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올해 9월, 새로운 시리즈의 첫 작품 "The Second Life of Nick Mason"을 출간하는데 이미 Liongate에 영화 판권이 팔렸을 정도로 작품이 훌륭하다고 합니다.


"여자를 만지듯이 금고를 다뤄야 해. 그 점을 잊지 마. 알겠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퍼즐이 바로 여자의 심장이야, 젊은 친구. 남자에게 가장 어려운 도전거리지." 고스트는 천천히 의자를 굴려 금고 하나로 다가갔다.

"이건 여자야. 이쪽으로 가까이 와봐." 고스트가 금고 문에 왼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나는 원 안으로 한 발짝 걸어 들어갔다.

"이게 여자의 심장이야." 고스트가 다이얼에 오른손을 올렸다.


이 작품 "록 아티스트"가 생소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많은 분들이 그냥 넘기시기엔 너무나 아까운 작품입니다. 올해 꼭 읽어야할 범죄 소설 중 한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훌륭한 스릴러입니다. 금고털이라는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소재에 긴장감 넘치는 스릴, 재미, 감동과 여운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 "록 아티스트"를 읽고 많은 생각을 했지만 아직까지도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감옥에서 나온 "마이클"이 오랜만에 "어밀리아"를 만나서 이십 여년 만에 처음으로 어떤 말을 하게 될 지가 너무도 궁금합니다. 정말로 감동적인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물쇠를 딸 수 있는 재능이 아닌 기억을 불러들여 정확히 묘사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또 다른 재능으로 "마이클"이 새로운 인생을 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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