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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이야기 ㅣ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보은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8월
평점 :
캐나다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루이즈 페니(Louise Penny)"가 2009년에 발표한 작품 "냉혹한
이야기(The Brutal Telling)"입니다. 이 작품은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으로 시리즈 네 번째 작품 "The Murder Stone / A Rule Against Murder"의
무대를 휴양지의 한 호텔로 옮긴 후, 다시 가상의 공간 스리 파인즈(Three Pines)를 이야기의 무대로 설정합니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
"가장 잔인한 달"에 이어 이 작품 역시 '애거서' 상을 수상했을뿐 아니라 '앤서니' 상까지 거머쥐며
"루이즈 페니"는 자신이 명실상부한 코지 미스터리계의 강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9월을
맞이하게 된 스리 파인즈에 시체가 발견됩니다. 발견된 곳은 마을 중심부에 있는 '비스트로'의 안이었고 마을 사람들 중 누구도 시체의 신원을 알지
못합니다. 오래된 옷과 덥수룩한 외모로 인해 그저 노숙자일거 같다는 추측만 할뿐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스리 파인즈를 찾은 살인수사반 반장
"아르망 가마슈" 경감은 시신의 신원 조차 알아내지 못하며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습니다. 확실한 사실은 죽은
남자는 머리 뒤에 정확한 일격 맞아 죽었고 피를 많이 흘리지 않았다는 것 뿐입니다.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찾아오는 9월의 첫 주 스리 파인즈는 노동절 휴일로 바쁘기만 합니다. 방학을 맞아 찾아온 아이들과 휴가차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이
마지막 휴일을 즐기고 다시 돌아갈 준비가 한창인 아침 마을에서 다시 시체가 발견됩니다. 이 사건은 여느때와 달리 두 가지 점에서 마을의 화제가
됩니다. 첫째, 외부인의 방문이 그리 흔하지 않은 스리 파인스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 둘째, 시체가 발견된
장소가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스리 파인즈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사교장인 "올리비에"와
"가브리"의 '비스트로'라는 점입니다. 근 일 년 만에 다시 스리 파인즈를 찾은 "아르망
가마슈" 경감은 시체의 신원을 파악하는 일에서부터 애를 먹습니다. 단지 시체의 외관으로 볼 때 노숙자라고 짐작만 할 뿐.
"보부아르"와 "라코스트" 등 "가마슈" 경감의
수사팀은 시체의 신원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왜 살인이 '비스트로' 안에서 일어 났는지, 무엇 때문에 살인이 일어 났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으로 마을 사람들은 다시 용의 선상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애인 "가브리"와 함께
'비엔비'와 '비스트로'를 운영하는 "올리비에"가 가장 위험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그들을 제외하면 비스트로는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가마슈에게는 북적북적하게 느껴졌다. 이미 입 밖으로 나온 거짓말과 진행 중인
거짓말과 앞으로 하게 될 거짓말로.
가상의
공간 스리 파인즈에서의 이야기들은 세 번째 작품 "가장 잔인한 달"에서 일단락을 맺었습니다. 비극으로 만들어진
상처들을 서로를 치유하며 마을 사람들은 다시 이상적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욱 결속 다집니다. 하지만 비스트로에 신원 미상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스리 파인즈는 또 다른 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동안의 살인사건과 달리 이번엔 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장소이자 사교의 중심부였던
'비스트로'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이전과는 그 크기가 다릅니다.. 더욱이 옛 해들리 저택은 도시에서 온 부유한
부부에 의해서 스파와 호텔로 개조 되어가면서 레스토랑이자 골동품 가게인 '비스트로'와 숙박업소인 '비엔비'는 예전과 같은 호황을 장담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수사를 위해 스리 파인즈를 방문 할 때면 언제나 '비스트로'와 '비엔비'를 이용하던 "가마슈"
경감도 이 상황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거기다 몇 년 동안의 방문으로 친분을 쌓아왔던 "올리비에"와
"가브리"가 사건의 중심에 놓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마슈"
경감은 정 때문에 수사를 그르칠 수사관이 아닙니다. 다른 때와 달리 수사의 초기 단계인 시체의 신원 파악에서 부터 애를 먹지만 진실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단지 진실이 비밀과 거짓말, 속임수에 가려져 안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차분히 수사를 진행합니다. 거기엔
"올리비에"의 알려지지 않은 과거들도 포함됩니다.
그는 어떤 탐험가라도 아는 사실처럼 절벽을 걷는 행위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속수무책으로 길을 잃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너무 많은 정보에 휘둘리고 있었다. 결국 살인 사건 수사의 답은 언제나 엄청나게 단순했다. 사실과 증거, 거짓말, 수사관의 오해 사이에
가려져 있을 뿐, 답은 항상 그 자리에 명백하게 있었다.
'질투'라는
감정이 중심이었던 "가장 잔인한 달"에 이어서 이번 작품 "냉혹한 이야기"는 시리즈
내내 유쾌한 감초 역할을 할 것 같던 스탠다드하고 친숙했던 게이 커플을 사건 안으로 몰아 넣으며 '이야기', '말'의 영향력을 소설의 중심에
놓습니다. 설화, 거짓말, 책 속의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 간의 대화 등 수많은 이야기와 말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며 얼마나 위력이
큰지를 소설 속에서 보여줍니다. 사람들 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삶이 바뀔 정도의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며 그 위력이
비극으로 바뀔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주제 안에 "루이즈 페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 미스터리의
요소들을 빼곡하게 채워 넣습니다. 숨겨졌던 보물들, 암호, 전설, 이기심을 포함한 여러 공동체들의 특성들 까지 "루이즈
페니"는 이번 작품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한껏 넓게 펼칩니다. 정말 훌륭한 작가입니다. 그리고 고전에 대한 작가의 집착이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힘을 얻어 "루이즈 페니"만의 스타일이 완성되어 가는 듯
느껴집니다.
그들은 뒤로, 과거로 움직여야 했다. 범죄가 시작되고 살인자가 시작된 곳으로. 살인자는 아마도 모든 이에게 오래전에 잊힌 사건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살인자는 곪기 시작했다.
스리
파인즈에서 일어난 이전의 사건들이 마을과 마을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들과 이번 "냉혹한 이야기"가 남긴 상처는 그
깊이가 다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생채기가 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작가 "루이즈
페니"가 차근차근 구축한 주변 캐릭터들의 이야기 덕분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너무나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들로 약간의 지루함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결국 이런 이야기들까지 모아져 이번 작품에서 뿜어지는 슬픔의 정서는 더욱 극대화 됩니다. 이 모든 것을 작가가 미리 계산한
것이라면 일어나서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녀는 솟아올랐지만 정중하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네.
그동안의
작품들과 달리 "냉혹한 이야기"에서는 모든 미스터리가 확실하게 풀리지 않습니다. 증거와 '어쩌면'과 '왜'가
인도하는 길들이 완벽하게 일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역사상 가장 선한 형사 캐릭터이며 유능한 "가마슈"
경감이 느끼는 찜찜함에 공감하는 순간, 독자들은 다음 작품이자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도 평을 받는 "Bury Your
Dead"를 손꼽아 기다리게 됩니다. 다행히도 곧 출간된다고 하니 그 기다림은 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