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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와 존 ㅣ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Pierre Lemaitre)"의 형사 "카미유
베르호벤" 3부작 중 외전격 작품인 "로지와 존(Les Grands Moyens / Rosy &
John)"입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2011년에 이북으로 먼저 나오고 2012년 삼부작이 완료된 후, 2013년에 다시
종이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니깐 내용상으로는 두 번째 작품 "알렉스"와 세 번째 작품
"카미유"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파리
시내에서 큰 폭발이 일어납니다. 많은 피해가 발생한 폭탄 테러는 프랑스를 혼란에 빠트립니다. 그리고 곧 자신이 폭탄 테러를 저지른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존"이라는 청년이 경찰서로 찾아옵니다. 스스로를 "장"이라고 부르는
"존"은 자신이 여섯 개의 폭탄을 파리 곳곳에 숨겨놓았다고 주장합니다. "존"은
살인죄로 수감되어 있는 자신의 어머니 "로지"를 석방 시켜주면 폭탄이 숨겨진 위치를 알려 주겠다고 합니다.
누구나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와 마주치면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게 된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발을 디디고 있던 빙판에
균열이 생기면, 아무리 침착한 사람이라도 엉겁결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보통 결정적인 사태가 발생하기까지는 불과 10여 초도 걸리지
않는다.
파리
18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폭탄이 터진 곳이 시내 한복판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큰 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사고 현장으로 의료진과 경찰들이 부상자 운반과 조사를 위해 모여들고, 정부는 폭탄 테러의 주동자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 와중에 경찰서로 자신이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청년이 찾아옵니다. "장"이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존"이라는 그 청년은 "카미유 바르호벤" 반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카미유" 반장에게 자신이 여섯 개의 폭탄을 더 숨겨놓았다고 주장합니다. 폭탄들은 하루에 한 개씩 터진다는 말과
함께 숨겨진 폭탄들의 위치를 알고 싶으면 살인죄로 여덟 달째 복역 중인 자신의 어머니 "로지"를 석방하고 자신과
어머니를 호주로 보내달라고 요구 합니다.
그런데 누구도 장의 주장이 사실인지 혹은 헛소리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현재 시점에서 유일한 대응책은
9시가 될 때까지 멀거니 기다려보는 일뿐이다. 정말이지 피 말리는 노릇이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다시 경찰에 복귀한 뒤 "알렉스"라는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수사한
"카미유"는 폭탄 테러범의 면담 요청에 일단은 이 폭탄 테러 사건의 수사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카미유" 반장은 말도 어눌하고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존"이라는 청년의 말에
믿음이 안갑니다. 거기다 "존"이 풀어달라는 어머니 "로지"는 바로
"존"의 여자 친구를 살해한 죄로 복역 중입니다. 하지만 목격자의 지목과 폭탄에 대한 자세한
"존"의 설명은 그가 폭탄 테러를 저지른 범인임이 확실해 보이게 합니다.
"카미유"는 어르고 달래도 보고 협박을 하며 강하게 밀어 부쳐도 보지만 "존"은
전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시간은 점점 다음 폭탄이 터질 시간대에 다가가고 "카미유"는 일단 "존"과
"로지"를 대면시켜 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대면한 두 모자의 모습에서 묘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촉박한 시간 속에
"존"과 "로지" 사이의 비밀들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우린 서로 사랑했지.
그때가 참 좋았어, 로지와 존은.
하지만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그리고 산다는 건......
-로지와 존- 질베르 베코(Gilbert Becaud)
프랑스의
유명가수 "질베르 베코(Gilbert Becaud)"가 1964년 발표한 노래 "Rosy &
John"에서 따온 "로지"와 "존" 모자의 기묘하고 뒤틀린 관계와
그 관계에서 비롯된 비극을 그리는 이 작품 "로지와 존"은 상당히 속도감 있는 작품입니다. 22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에, 삼일 간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챕터 역시도 상당히 짧게 끊고 군더더기를 걷어낸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
챕터들을 구성하여 체감 상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시리즈의 주인공 "카미유 바르호벤" 반장은 이 작품에서
주변인이자 관찰자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존"과 "로지" 모자의 비극적인
인생의 목격자가 됩니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알렉스"에서도 비슷한 위치였는데 이작품에선 더 외부로 빠지면서
주변에 머무릅니다. 그러고 보니 "알렉스"와 이 작품 "로지와 존"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중심인물 "존"을 또 다른 "알렉스"로 볼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들을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이 작가의 고풍스럽고 비범한 글 솜씨를 익히 알고 계실 듯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의 장기는 유감없이 발휘되고, 건조한 전지적 태도는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 특유의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완성시킵니다. 이번에 외전 "로지와 존"과 삼부작 마지막 작품 "카미유"가 동시에
나왔는데, 이 작품을 먼저 읽고 "카미유"로 연결해서 읽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