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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크라이 카오스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레너드 로젠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다수의
베스트셀러 교육 서적을 써냈던 작가 "레너드 로젠(Leonard Rosen)"이 늦은 나이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
"올 크라이 카오스(All Cry Chaos)"입니다. 이 작품은 '에드거', '앤서니' 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고
'매커비티'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폭탄이 터져서 꼭대기 층이 모두 날아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인터폴의 베테랑 형사 "앙리
푸앵카레"는 곧장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폭발에는 로켓연료가 사용되었고, 폭발로 인한 사상자는 단 한명. 폭발이 일어난 방의
투숙객 "제임스 펜스터" 입니다. 그는 며칠 뒤 세계무역기구 회의(WTO)에서 강연이 예정되어 있던 하버드대
수학교수였고, "앙리 푸앵카레"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시작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한 가지를 증명했다. 앙리 푸앵카레는 신앙을 갈망하며 신비와 아름다움에 감동받지만 신앙을 가질 수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 그는 너무도 철저하게 과학자였다. 인과관계의 망으로 뒤얽힌 세상의 수사관.
인터폴의
베테랑 형사 "앙리 푸앵카레"는 2년간 추적했던 학살범 "스티포 바노비치"를 체포한
후,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 회의의 보안을 총괄하는 임무를 부여 받고 암스테르담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로켓 추진에
사용되는 '과염소산암모늄'에 의한 폭발이 일어나 호텔 꼭대기 층이 모두 날아가 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대낮에 벌어졌기에 다른 투숙객들은 전부
외출한 상태였고 폭발이 발생한 방의 투숙객인 "제임스 펜스터" 하버드대 교수만이 사망합니다. 30세의 수학 천재인
"제임스 펜스터"가 세계무역기구 회의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는 사실과 폭발에 로켓연료가 사용되었다는 사실로
인터폴은 "푸앵카레"에게 수사를 맡깁니다. "푸앵카레"는 천재 수학학자인
"펜스터"가 연구했던 '프랙털 이론'을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단서를 추적하고 그의 조교, 전
약혼녀, 같이 연구를 했던 '원주민자유전선'의 리더이자 경제학자 등 수학학자의 주변인들과도 만나지만 점점 더 풀기 힘든 수수께끼들만 쌓여갑니다.
이와 동시에 "바노비치"가 "푸앵카레"의 가족들을 노리고 암살자들을 고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푸앵카레"는 인생 최대의 혼란에 빠집니다.
"자네 증조부님은 애초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사건을 조사하는 광산 기술자였어. 무너진 광산에 들어가 요인을 추론해서 보고서를
썼지. 그래서 훗날 국립고등광산대학의 총수사관인 동시에 세계 수학의 총아가 되었고. 카오스이론. 상대성이론. 위상기하학. 그분은 생업으로 광산을
캤고 자네도 캐고 있어. 다른 광산일 뿐이지. 자넨 가업을 이어받았어. 아버님은 모르셨지만 쥘 앙리 푸앵카레는 자랑스러워
하셨을꺼야."
전설적인
수학자 "쥘 앙리 푸앵카레(Jules-Henri Poincare)"의 증손자인 "앙리
푸앵카레"는 인터폴에서 30년을 근무한 베테랑 형사입니다. 답답하리만치 원칙을 고수하지만 뛰어난 직관과 엄청난 끈기는 그를
인터폴의 전설적인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부정맥 때문에 심장박동에 문제를 겪지만 화가인 부인과 건축가인 아들 그리고 며느리와 세
명의 손자, 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며 은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운명처럼 천재 수학자의 죽음이 다가옵니다. 수학 학자의
죽음에는 그가 집착하며 연구했던 '프랙털 이론'이 언제나 따라 다닙니다. 20대 중반에 이미 하버드대 정교수가 된 "제임스
펜스터"는 우리 주변과 자연에서 보이는 '프랙털' 현상들을 연구했습니다. 큰 잎맥과 작은 잎맥이 거의 동일한 구조를 보여주는
식물의 잎, 우주에서 바라본 뻗어나간 산맥 구조, 인간의 혈관의 구조 등 주위에서 보이는 수많은 현상들을 바탕으로 '프랙털 이론'을 이용해서
새로운 방정식을 연구했습니다. 가족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푸앵카레"는 이 사건이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느끼며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평탄하게 마지막을 향해갈 것만 같은 "푸앵카레"의 인생은 혼돈에 빠지고, 밖의
세상 또한 '휴거 전도단'이 예수의 재림을 부르짖으며 자행하는 폭탄 테러와 퍼트리는 루머들로 최악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모르시겠어요? 선택하느냐 마는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것이 실제로 우리의 세상이니까. 그 세상이 우연히도 어떤 규칙에 따라
유지되는 거죠. 처음에 저는 그런 규칙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 모든게 바뀔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린 더 이상 믿음에 대해 논할 필요가 없어질
거라고, 더 이상 증거 없는 종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 예수나 부처에 대한 논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수와 부처가 본 것은
펜스터 박사님이 본 것에서 수학을 배제한 것뿐이니까요."
"올
크라이 카오스"는 카오스 이론, 프랙털 이론, 국제 경제와 종교 문제를 엮어서 만든 상당히 지적이고 심오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특히나 작가 "레너드 로젠"은 '프랙털 이론'을 바탕으로 금속의 원자구조, 식물을 포함한 자연, 인간의 몸 등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에는 질서와 무질서 그리고 그사이에 발생하는 긴장으로 순환되고 있음에 많은 부분을 할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산 정상을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노회한 형사 "앙리 푸앵카레"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인간의 삶 역시도 이런 법칙으로 흘러간다고 말합니다.
한사람의 인생의 무질서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긴장을 발생시켜 무질서 상태가 되어 혼돈에 빠지고, 언제가 될지 혹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다시 삶에 질서가 찾아온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평탄했던 인생에 찾아온 비극이 남긴 상처가 사라지진 않지만 결국 무뎌져서 다시 삶을
지속하며 살아가게 되는 우리 인생 역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질서와 무질서로 순환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써놓으니 상당히 난해해 보이는데
작가는 어려워 보이는 이론들을 아주 쉽게 설명해줍니다. 그러면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계속 자극시키며, 진중하고 분위기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무슈, 정말 놀랍네요. 왜 그렇게 슬퍼하세요?"
착한 여자아이를 보고 그는 사실대로 말했다.
"삶이 너무 달콤해서."
아이는 그의 소매를 당기며 말했다.
"무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남자는 또다시 흐느끼며 말했다
"나도 그렇단다."
논픽션
작가였던 "레너드 로젠"은 늦은 나이에 발표한 소설 "올 크라이 카오스"로 많은
것을 성취했습니다. 단지 많은 유력 문학상들에 후보로 올라가고 상을 탔다고 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연륜을 통해서 얻은 많은 깨달음들을
흥미로운 이론과 잘 짜여진 플롯 안에 설득력 있게 녹여서 이 작품을 데뷔작이라고 생각 할 수 없을 정도의 아주 품격있는 미스터리 작품으로 완성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살인과 폭력, 삐뚤어진 신념, 음모들로 발생하는 혼돈 그리고 그 혼돈으로 인해 인생에 찾아오는 비극적인 슬픔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삶에 언젠가는 희망이 다시 찾아온다는 걸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작품입니다. 미국에선 주인공 "앙리
푸앵카레"의 젊은 시절을 다룬 후속작인 "The Tenth Witness"가 나왔습니다. 이
작품이 잘 되서 프리퀄인 후속작도 국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볍지 않은 미스터리/스릴러 작품들을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
"올 크라이 카오스"가 아주 좋은 선택이 될겁니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식물에서 보이는 프랙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