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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랜드
스티븐 킹 지음, 나동하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말이 필요없는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2013년도에 출간한 "조이랜드(JoyLand)"입니다. 작년 아마존이 '올해의 미스터리'에 1위로 뽑은 이 작품은 40,50년대 페이퍼백 스타일의 범죄소설만을 출간하는 "Hard Case Crime"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그리고 "조이랜드"는 "Hard Case Crime"에서 출간된 작품들 중 국내에 최초이자 유일하게 소개된 작품입니다.
1973년 여름, 스물한 살의 대학생 "데빈 존스"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헤븐 베이'에 있는 놀이공원 "조이랜드"에서 일을 하게됩니다. 면접을 본 날 "조이랜드"안의 점쟁이 부인에게 자신에 관해 이상한 소리를 듣고 하숙집 주인 "숍로"아줌마에게서 4년 전에 공원 유령의 집 안에서 젊은 여성이 죽은 이야기를 들어 찜찜했지만, '천국과 가까운 일터!'라는 문구에 이미 매료된 "데빈"은 일을 하기로 합니다. "조이랜드"안에서의 일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데빈"에게 잘 맞았고 일을 하면서 그는 항상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마음 맞는 좋은 친구도 생깁니다. 그러던 어느날 "데빈"은 점쟁이 아줌마가 말하던 그가 곧 만나게 된다는 두명의 아이 중 한 소녀의 목숨을 구하게됩니다. 그리고 얼마 뒤 "데빈"의 인생에 휠체어를 탄 소년 "마이크"가 들어오게 됩니다.
스물한 살짜리에게 인생은 도로 지도이다. 스물다섯이나 그 정도의 나이가 되어서야 자기가 지도를 거꾸로 보아 왔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마흔 살이 되어야 완전히 확신하게 된다. 예순 살쯤 되면 정말이지 완전히 길을 잃고 만다.
'보스턴'에서 대학을 다니는 "데빈 존스"는 2년간 사귀던 여자친구 "웬디"와의 관계에 불안감을 느끼던 1973년 여름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놀이공원 "조이랜드"에서 일을 하기로 합니다. 면접을 보러 갔던 날 점쟁이에게서 두 아이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앞날에 그림자가 들이워져있다는 말을 들은 "데빈"은 찜찜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겨버립니다. 거기다 "조이랜드"안 유령의 집에서 여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과 거기에 얽힌 한 여자가 살해당한 이야기까지 듣게 됩니다. 하지만 "데빈"은 "조이랜드"에서 일을 하면서 인생 최고의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여자친구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가 컸지만 새롭게 사귀게 된 "톰"과 "에린"의 위로와 격려 속에 자신이 진정 즐겁게 일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어느날 점쟁이가 묘사했던 한 소녀의 목숨을 구하게 된 "데빈"은 "조이랜드"의 유명인이 됩니다. 그무렵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가 본 유령의 집에서 유일하게 "톰"만이 여자 유령을 목격하게 됩니다. 새학기가 시작되어 모두가 학교로 돌아가는 와중에 "조이랜드"에서 1년 동안 일을 더 하기로 결심한 "데빈"은 휠체어에 앉은 병약해 보이는 소년 "마이크"와 소년의 엄마 "애니"를 알게됩니다. 그리고 "마이크"가 심안(心眼) 능력이 있고 "조이랜드"에 있는 유령의 집에 머무는 그녀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나는 문학적 열정을 가진 스물한 살짜리 숫총각이었다. 내게는 청바지 세 벌과 짧은 팬츠 네 벌, 괜찮은 라디오가 부착된 포드 고물차, 이따금 찾아오는 자살 충동, 그리고 실연의 아픔이 있었다. 꽤나 달콤하지 않나?
육십대가 된 주인공 "데빈 존스"가 스물한 살때 "조이랜드"에서 보냈던 1973년을 회상하는 구조로 되어있는 이 작품 "조이랜드"는 간간히 등장하는 유령이나 심안(心眼) 등 초자연현상과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미스터리가 중심축 입니다만 성장소설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첫사랑의 상처가 인생의 끝 같이 느껴지던 섬세하고 예민한 청년 "데빈"이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평생 우정을 나누게될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첫경험을 하게 되고, 죽을뻔한 고비를 넘기고 소중했던 사람의 죽음을 겪으면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그토록 아팠던 첫사랑의 상처는 그저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으로 변해버리고 앞으로 겪어야할 많은 이야기들이 앞에 놓여있다는걸 알게 되면서 어른이 되어갑니다.
"스티븐 킹"은 이런 이야기를 마치 난로가 앞에 앉아서 맥주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같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힘을 뺀듯한 그의 글들은 정말로 편안하고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소설 중반까지 특별한 사건 없이 주인공이 "조이랜드"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부분들은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질 내용들인데도 별다른 기교나 장황한 문장들을 구사하지 않고도 계속 책을 읽게 만드는 "스티븐 킹"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쓰는 "스티븐 킹"의 모습을 몇 번 상상해봤습니다. 너무나도 편안히 맥주를 마시며 미소지은 얼굴로 타자기를 두드리며 즐겁게 글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 언제나 "스티븐 킹"의 이런 작품들을 좋아했었습니다. 거창하고 독특한 설정의 대작보단 이렇게 힘을 빼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들을. 전 "스티븐 킹"이 억지로 쥐어짜지 않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장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조이랜드"는 요 몇년 사이 나온 "스티븐 킹" 작품들 중 가장 좋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감히 "스티븐 킹"이 쓴 기묘한 이야기와 연쇄살인이 가미된 노스텔지아적인 성장소설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소설이 시작하기도 전에 얼마전 세상을 떠난 범죄소설의 대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 라는 글귀를 읽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이 작품에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거기다 읽는 내내 얼마전에 읽은 "미시시피 미시시피"의 이야기까지 오버랩되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여자의 아버지도 변할 수야 있겠죠. 하지만 난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해요. 젊은 남녀는 성장하지만 늙은 남녀는 그냥 더 늙어가고 더 신념이 확고해질 뿐이거든. 특히 성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 심하죠."
이 작품 "조이랜드"는 "Hard Case Crime"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Hard Case Crime"은 펄프(Pulp)시대인 40, 50년대 나왔던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소설들을 오리지날 커버 아트를 만들어서 페이퍼 백 형식으로 내는 출판사입니다. 오래된 작품들을 다시 출간하거나 "로렌스 블록",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켄 브루언" 등 기존 작가들이 컨셉에 맞게 쓴 신작들을 내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작품들의 커버는 상당히 훌륭합니다. 언젠가 국내에도 나오겠지 했는데 나오게된 그 첫 작품이 "스티븐 킹"의 "조이랜드"라니...
"스티븐 킹"이 쓴 작품들 중 규모도 작은 편이고 평범해보이는 소재들이 녹아 있지만 "조이랜드"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 미소 짓게 만드는 이야기, 긴장감 있는 이야기, 풋풋한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담겨져 있습니다. 감동과 미스터리, 초자연현상과 성장이라는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흔한 요소들을 섞어서 작지만 따뜻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스티븐 킹"에게 다시 한번 놀란 작품이었습니다.
'디즈니랜드' 같은 대규모 놀이공원이 아닌 "조이랜드"는 일년에 한번 여름에만 문을 엽니다. 그러니 즐거움을 파는 "조이랜드"에는 일년 내내 계속 머무를 수 없습니다. 마치 우리가 영원히 이십대에 머무를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한여름의 무더위에 땀을 흘리지만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한 "조이랜드"는 우리들의 이십대를 상징하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곧 인생에 가을과 겨울이 온다는 것을 망각한 채 무모하지만 열정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했던 찬란한 20대.
<"Hard Case Crime" 커버 아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