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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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북유럽 범죄 소설 작가가 아닐까 생각하는 "요 네스뵈(Jo Nesbø)""해리 홀레" 시리즈 네 번째 작품 "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Nemesis / Sorgenfri)"입니다. 이 작품은 흔히 '오슬로 3부작' 이라고 불리는 (전 혼자 멋대로 '엘렌, 프린스 3부작'으로 부릅니다.) "레드 브레스트""The Devil's Star" 사이의 중간 작품으로 2010년 '에드거 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작품입니다. "요 네스뵈"의 방한에 맞추어 데뷔작 "박쥐"와 동시에 출간 되었습니다. 원래 이 작품만 나올 예정이었는데 두 권을 동시에 출간해주다니 출판사에 무한히 감사드릴 뿐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합니다. 범인은 꼼꼼하게 모든 걸 계산한 듯 행동하면서 돈을 털어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 와중에 은행 여직원이 총에 맞아서 죽게 되고 "해리 홀레"는 시간이 관건인 은행털이 도중 도망가기도 바쁜 범인이 왜 쓸데없이 직원을 죽였는지 신경이 쓰입니다. 그 와중에 은행강도를 수사하던 "해리 홀레"는 잠깐 사귀었던 전 애인의 연락을 받게 되고 그녀의 초대에 응합니다. 다음날 지독한 숙취에 고통스러워하며 깨어난 "해리 홀레"는 전날 밤의 일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이럴 계획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줄곧 이 결말을 행해 달려왔는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내 계획에는 어긋나는 일이다. 내 계획은 더 나은 결말이었다. 더 타당한 결말.

 

한창 미국의 911 테러에 대한 복수로 세상이 떠들썩 했던 2002년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1분 정도의 시간동안 완벽하고 냉철하게 돈을 털어간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합니다. 범인은 돈을 넘겨주는 은행장이 돈을 건네는데 단지 몇 초 늦었다는 이유로 은행 여직원을 총으로 쏘고 도망을 갑니다. 수사를 위해 강도 수사과 팀에 합류한 강력반 반장 "해리 홀레"는 1초라도 아까운 순간에 은행강도가 왜 쓸데없이 사람을 죽였는지 궁금해 합니다. 한편, 오래전 6주 정도 사귀었던 전 애인 "안나"의 연락을 받고 그녀의 집에 간 "해리 홀레"는 기억을 잃은 채 자신의 집에서 깨어납니다. 혼란스러운 "해리 홀레"에게 자살사건 현장에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현장에 간 "해리"는 그곳이 어제 자신이 있었던 "안나"의 집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명백히 자살로 보이는 "안나"의 죽음. 하지만 "해리 홀레"는 그 전날 있었던 일이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고 핸드폰까지 잃어버려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해리""안나"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지도 모를 흔적들을 발견합니다.

 

"주위를 둘러봐, 인간은 앙심을 품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 복수와 응징. 그거야말로 학창 시절에 얻어맞고 다니던 땅꼬마가 훗날 억만장자가 되는 원동력이지. 사회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은행강도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그리고 우리를 봐. 우리 경찰이야 말로 차갑고 이성적인 응징으로 위장한 이 사회의 불타오르는 복수 아니겠어? 그게 우리 직업이라고."

 

제멋대로인 성격과 반골기질 거기다 '레드 브레스트' 사건과 '오스트레일리아' 사건 해결로 오슬로 경찰청에서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해리 홀레"는 전 파트너이자 얼마 안되는 친구였던 "엘렌"의 살인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싶어 합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는 파트너의 죽음에 집착 하는 "해리 홀레"에게 경찰청에서는 할 수 없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 다시 "엘렌"의 사건을 조사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하며 은행강도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도록 합니다. 거기다 한번 본 사람의 얼굴은 모두 기억할 정도로 '방추상회'가 특별히 발달한 여형사 "베아테 뢴"까지 지원 해줍니다. 그 와중에 전 애인의 자살 사건이 미묘하게 "해리 홀레"의 목을 죄여오면서 "해리"는 전대미문의 은행강도 사건과 전 애인의 자살로 보이는 살인사건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고분분투 합니다. 하지만 사건 수사 도중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안나"의 죽음에 "해리 홀레"가 연관이 있다는 증거들까지 발견되면서 경찰 생활 최대의 위기를 맞는 "해리 홀레"는 자신이 덫에 걸렸음을 알게 됩니다. 경찰청에 친구보다 적이 훨씬 더 많은 "해리 홀레"는 복수가 불러온 참극들을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돌파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고,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숨 돌릴 틈 없이 달려갑니다.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에 있어서 영원불멸의 소재들 중 하나인 '복수'를 테마로 세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네메시스"는 '일류 작가'가 써낸 '일류 스릴러'라고 단언할 만한 작품입니다. 게다가 이제껏 읽은 "요 네스뵈"의 작품들 중 '미스터리' 요소가 가장 두드러지고 훌륭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설의 초반부터 은행 여직원이 죽은 은행강도 사건, 타살로 의심되는 전 애인의 자살 사건 그리고 전작 "레드 브레스트"에서 이어지는 파트너 "엘렌"의 죽음... 이 세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이 세 사건이 교묘하게 엮이면서 결말까지 단숨에 내달립니다. 세심하고 정교하게 구축한 플롯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훌륭한 복선, 여러 종류의 복수와 응징에 대한 심도 깊고 상투적이지 않은 이야기들, 황홀하게 조율한 긴장감의 텐션, 다음 작품을 사지 않고선 못 배기게 만드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대단하다는 말밖엔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 속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해리 홀레"는 복수가 부른 비극을 조사하며 자신 스스로가 복수의 대상이 되는데, 이 난관을 해쳐나가는 동안 "해리 홀레"란 캐릭터의 매력이 폭발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지는 "해리 홀레"의 원맨쇼를 구경하다 보면 하자투성이인 이 친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물론 새롭게 등장한 "베아테"나, 언제나 "해리 홀레"를 신뢰하는 후배 "할보르센", 전설적인 은행강도인 집시 "라스콜", "프린스" 등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도 상당합니다만 다 읽고 나니 "해리 홀레" 밖에 남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복수도 자살의 흔한 동기라네. 자신의 삶이 이렇게 비참해진 것은 누군가의 탓이고, 그러니 자살을 함으로써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려는 거지. 베르톨 그리머도 자살했다네. 아내를 죽인 후에 말이야. 아내가 바람을 피웠거든. 복수, 복수, 복수. 인간만이 복수를 하는 유일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아나?"


진짜 스릴러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요 네스뵈"가 작심해서 쓴 이 작품 "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은 정말로 제대로 된 스릴러입니다. 이 작품이 재미없다고 느끼신다면 제가 더 이상 무엇을 추천해드려야 할지 당황스러울 겁니다. 물론 저랑 취향이 많이 다른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정도 작품이면 보편적으로 상당한 재미를 지닌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엘렌"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프린스"와의 마지막을 뒤로 넘겨서 다음 작품 "The Devil's Star / Marekors"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도록 만들게 한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얼마를 기다려야 다음 "해리 홀레" 시리즈를 만나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해외에선 "요 네스뵈"의 새로운 작품 소식들이 계속 끊이지 않습니다. 스탠드 언론 "The Son"을 올해 출간할 예정이고, "Tom Johansen"란 필명으로 이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판권을 산 "Blood on Snow", "Blood On Snow 2 : More Blood On The Water" 2부작과 "The Kidnapping"을 쓰기로 발표했으며, "세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릴러 소설, 대체 역사 스릴러 드라마 제작 등 아마 몇 년간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하는 작가가 될 듯 합니다. 아무튼 작가의 방한과 데뷔작 "박쥐" 그리고 이 작품 "네메시스"의  동시 출간으로 올 한해는 "요 네스뵈" 팬들에게 잊지 못할 한해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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