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1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대표적인 범죄 소설 상인 '글래스 키'상에 2009년도 최종 후보로 오르면서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한 덴마크 스릴러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Drengen i Kufferten / The Boy In The Suitcase)"입니다. 아동 문학 소설가인 "레네 코베르뵐(Lene Kaaberbøl)"과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아그네테 프리스(Agnete Friis)"가 공동 집필한 이 작품은 적십자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니나 보르" 삼부작 중 첫 편 입니다.

적십자 캠프에서 일하는 "니나 보르"는 간호 학교때 부터 친구였던 "카린"의 부탁으로 코펜하겐 기차역 보관함에서 슈트케이스를 찾아서 지하 주차장으로 옮깁니다. 슈트케이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열어본 "니나"는 그 안에서 발가 벗겨진 남자 아이를 발견합니다. 처음엔 죽은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본 "니나"는 아이를 차 안으로 옮기고 어리둥절 한채 보관함으로 다시 돌아 갑니다. 그곳에서 분노에 휩싸여 난동을 피우는 덩치 큰 남자를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아이가 들어 있던 슈트케이스와 관련이 있는 남자라는걸 알게 됩니다. 한 편,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시가타"는 자신의 아들 "미카스"와 놀이터로 놀러간 이후 기억을 잃어버리고 병원에서 깨어납니다. 팔은 부러졌고 기억은 없는 "시가타"는 술을 마시지 않는 자신이 만취 후 계단에서 굴러서 쓰러진채 병원으로 실려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함을 느끼며 아들 "미카스"의 행방을 찾습니다.

그중에는 부모가 돈을 받고 팔아서 주인에게 구걸하고 도둑질하는 훈련을 받은 아이들도 있었다. 특히 동유럽 출신들이 그랬다. 거리에서 잡혀 난민 센터에 가게 되면 도망칠 기회가 보이는 즉시 도망가라는 지시를 받은 아이들 이었다. (중략) 그러나 주인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기 위한 목적만으로 덴마크에 끌려온, 이 세상에 자기 편이라곤 없는 아이들도 있었다. 대체로 캠프의 아이들 중 70퍼센트는 사라졌다. 그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슈트케이스 속에서 아이를 발견하는 적십자 캠프 간호사 "니나 보르"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 "니나 보르"를 포함한 네 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아이를 납치하라고 사주한 듯한 남자, 사주를 받고 아이를 납치한 남자, 아이를 잃어버린 싱글맘 그리고 아이가 든 슈트케이스를 발견한 간호사. 이기심, 돈, 모성애, 사명감 등 서로 다른 목적이지만 어떻게든 이 사건에 연결되어 있는 네 명의 이야기가 교차로 펼쳐지면서 클라이막스로 달려갑니다. 처음부터 대충 사건이 어떻게 벌어진 일인지 짐작을 하게 하는 설정이지만 어떻게 일이 꼬이게 되어서 간단해 보이던 납치 사건이 엉망이 되었는지 차근 차근 꽤 괜찮은 솜씨로 세부사항들을 잘 맞추어 나갑니다. 너무 과하지 않은 여성 작가들 특유의 섬세함 역시 적당해서 이야기에 매끄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소녀다운 다정함과 아직 망아지 같은 어색함이 남아 있는 어린 소녀와 매달 섹스를 하는 것이 자신들의 온전한 권리라고 여기는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남자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었다. 그런 남자들끼리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 여자 자신의 선택이니 괜찮다고 할까? 돈을 좀 벌고 새 삶을 시작할 기회를 주는 거라고 할까? 위해하시기도 하지.

기본적으로 스릴러인 이 작품 속 이야기의 배경엔 '덴마크'로 들어오는 주변 후진국들 출신의 불법 체류자나 난민들이 연관된 사회 문제가 깊숙히 깔려 있습니다. 특히 중심 인물 네 명 중 두명은 잘 사는 나라 '덴마크' 인들 이고 나머지 둘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 '리투아니아' 사람들로 설정해서 팔려오거나 납치되어 들어오는 동유럽 출신의 아이들과 여자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더 힘을 실어줍니다. 그러니 적십자 캠프에서 일하는 간호사인 "니나 보르"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두 작가들의 영리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니나"는 언뜻 보기엔 오지랖 넓은 캐릭터라고 보여질 수 있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에 심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캐릭터입니다. 두 아이와 남편을 둔 주부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과거에 가정을 놔둔채 도망치듯 '라이베리아', '잠비아' 등으로 떠나 구호활동을 하면서 가정을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다행이 이젠 심리 치료사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아서 덴마크 적십자 캠프에서 일을 하며 몰래 네트워크를 통해 불법 체류자들을 돕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아직도 가족들 속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 합니다. 그러다 오랜 친구의 부탁으로 보관함에서 찾은 슈트케이스, 그 속에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말하는 어린 아이를 발견한 그녀는 다시 사명감과 모성애에 불타고, 덴마크 경찰이 이런 경우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기에 스스로 아이를 구하기로 결심하면서 사건의 중심에 서게됩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마주하게 됩니다.

짜증 나게도 그녀는 자기 입술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숨을 죽여 초를 읽고 있었다. 맙소사. 정말 미친 짓 아닌가? 미쳤다. 넋이 나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너무 미쳐서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닐까?)

'글래스 키'상 뿐만 아니라 미국의 '배리'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는 범죄 소설을 처음 쓰는 두 명의 작가들이 쓴 데뷔작 치곤 꽤 깔끔하고 정교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유럽 연합내의 국가간 빈부 격차와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배경으로 평범하지만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간호사가 만들어 내는 서스펜스와 스릴은 꽤 수준급입니다. 물론 데뷔작이니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장점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 "니나 보르" 삼부작 중 나머지 두 권인 "Invisible Murder", "Death of a Nightingale"도 곧 상반기 안에 나오는듯 싶습니다. 삼부작 모두 적십자 캠프 간호사라는 주인공의 직업에 관련된 사건들이 중심이 되는듯 보입니다. 데뷔작 보다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 후속작들도 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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