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마일 밀리언셀러 클럽 85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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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얼마 전 뽑은 '헐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 TOP10'에 오른, 제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데니스 루헤인(Dennis Lehane)"의 대표 시리즈 "켄지 & 제나로"시리즈 6번째 작품이자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 "문라이트 마일(Moonlight Mile)"입니다.

드디어 "켄지"에게 가족이 생겼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내내 사랑했던 여자이자 오랬동안 자신의 파트너였던 "제나로" 그리고 둘의 딸 "가브리엘라 (개비)". 하지만 지금 그의 현실은 가족을 위해 정규직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조만간 파산할지도 모를 위기에 쳐해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여인에게 전화를 받습니다. "켄지"에게 있어서 아직까지도 죄책감이 들게 하는 사건 _실종되어서 찾아주었던_의 주인공인 한 소녀의 이모 "베아트리체"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조카 "아만다"가 다시 실종되었다고 "켄지"에게 말합니다.

23살 부터 사립탐정 일을 했던 "켄지"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파트너 "제나로"와 결혼을 해서 딸 "개비"와 함께 물질적으로 힘들지라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보험회사나 탐정사무소를 전전하며 프리랜서로 일하는 "켄지"는 정규직이 될 기회를 얻기위해 사방팔방 뛰어 다닙니다. 그 회사들은 "켄지"의 경력과 수사능력을 인정하지만 맘에 들지않는 고객에게 그가 취하는 삐딱한 태도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보험료같은 세금들과 생활비 따위에 전전긍긍하는 자신의 모습에 점점 자괴감만 커지는 "켄지"에겐 "제나로""개비" 는 자신의 직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 그에게 12년 전 부터 그에게 자신의 선택이 만든 죄책감으로 인해 씻을수 없는 상처를 남긴 소녀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 선택으로 인해 보스턴 경찰들을 적으로 만들고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과 이별을 경험하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냈었습니다. 12년전 납치되었던 4살짜리 여자아이 "아만다"...그녀가 또 다시 실종되었습니다. 수많은 고민과 "제나로"의 설득으로 그는 다시 그 소녀 "아만다"를 찾아 나서고 5년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탐정일을 쉬었던 "제나로"도 다시 잠시나마 탐정 일에 복귀를 합니다. 어쩌면 이번에 또 다시 찾아낸다면 12년 전 자신의 선택했던 모든 결과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한 불행과 상처들이 씻겨 나갈지도 모른다는 조금의 기대감을 가지고 말입니다. 

"12년 전 내 판단은 틀렸다. 4400일이 지나는 동안 난 매일 그 사실을 확신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 판단은 옳았다. 아만다를 납치범들에게 남겨 두었다면, 아무리 잘 돌봐준다 해도 납치범들 뿐이다. 그녀를 되찾은 후 4400일 동안 이 이론 역시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럼, 뭐가 남는 거지?
아직도 내가 잘못했다고 믿는 아내."


어쩌면 스릴러 소설 속 주인공 중 가장 심리적으로 나약하고 우유부단하고 자신의 판단에 자주 고뇌하는 캐릭터일지도 모르는 "패트릭 켄지"는 이젠 마흔줄을 넘어 이 일을 하기엔 늙었고 더 소심해지고 더 겁이 많아졌습니다. 그 앞에 닥쳐오는 폭력의 순간은 그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대신 온몸이 떨리는 공포를 주게 되었고 위험한 순간 폭력에서 자신의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합니다. 누구보다 당차고 용감하고 대담했던_오히려 "켄지"보다는 더욱 더_ "제나로"도 그녀 또래의 다른 여자들이 요가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대신 사격장에서 사격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예전 직업을 그리워 하지만 그 위대하다는 엄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가정과 딸이 우선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아만다"의 실종 소식은 한동안 그들이 모른척 해버렸던 풀지못한 숙제를 다시 풀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엄마같지도 않은 엄마 "헬렌"에게서 12년 동안 자란 "아만다"는 의외로 똑똑하고 영민한 소녀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냉철하고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소녀가 되었습니다. "아만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것은 과연 "켄지"의 선택 때문이었을까요?

"왜 돌려 보냈냐고요."
"그건 상황 윤리냐 사회적 윤리냐의 문제야. 내가 사회적 윤리를 택한거겠지."
"고맙군요."

"가라, 아이야, 가라"의 결말에서 "켄지"의 선택은 그의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제나로"에게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에게도 당황스럽고 잔혹한 선택이었습니다. 그게 "켄지"의 말처럼 상황 윤리와 사회적 윤리 사이에서 사회적 윤리를 택한 것이라는 이유에도 말이죠. 더구나 어릴적 부터 아버지에게 너무 많은 학대를 당해서 증오했던 아버지가 임종 직전에 내민 손마저 잡아주지 않았던 그였기에 더욱 그의 선택에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10년 만에 다시 "켄지" "제나로"를 불러들이면서 결국 이 시리즈의 마지막은 "아만다" 사건의 이야기로 마무리 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로 끝을 맺는 다면 많이 찜찜했을 겁니다. 어쩌면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 그의 선택이 잘 못 되었던 잘한 선택이었건 다시 한번 집고 넘어가야 했을 겁니다.

이번 작품은 "켄지"의 이야기 입니다. 이젠 탐정 일을 하기엔 너무 나약해져 버리고 늙어버린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 하지 마세요. 그의 입담과 말장난은 여전하니까요. 대신 "제나로"와 너무나 멋진 그들의 친구이자 살인병기 "부바"는 주변인에 머무릅니다. 사실 이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지만 나름 시리즈의 마무리로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데니스 루헤인" "가라, 아이야, 가라"를 다 써낸 순간부터 피날레는 다시 이 이야기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시리즈의 마무리로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마흔이 되었지만 아직도 끝내주게 매력적인 "제나로"와 새로운 사업을 벌인 살인병기 "부바" 그리고 "부바"라면 사족을 못 쓰는 어린천사 "개비" 등... 역시나 "데니스 루헤인"은 생생한 캐릭터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고 말하면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데니스 루헤인""마이클 코넬리"라고 대답할 겁니다. 이 둘은 어쩌면 많이 상반된 스타일의 작가입니다. 진중하고 묵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마이클 코넬리"와 달리 "데니스 루헤인"은 거친 단어를 사용하지만 생생하고 발칙한 단어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특히나 캐릭터간의 대화를 쓰는건 최고라고 생각 될 정도로 끝내줍니다. 물론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소설을 영화화 하는 것 마다 이렇게 좋게 평가받는 작가는 거의 첨보는거 같습니다. 물론 많은 소설을 내진 않았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미스틱 리버"로 에드거를 탔어야 한다고 아직도 저는 생각하는데 결국 외면 받더니 이제야 "운명의 날" 후속작 "Live By Night"로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Gone Baby Gone(가라, 아이야, 가라)"또 다시 "벤 애플렉"이 차기 연출작으로 선택해서 바로 제작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보스턴 출신이라 서로 잘 맞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은 "미스틱 리버"지만 애착이 많이 가는건 "켄지 & 제나로" 시리즈 였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후속작이 나왔는데 그게 시리즈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습니다. 물론 "리버스"시리즈를 끝내고서 올해 다시 부활 시킨 "이언 랜킨" 처럼 다시 "켄지 & 제나로"시리즈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조금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용히 "켄지""제나로""부바"와 딸 "개비"의 손을 잡고 무대에서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게 너무 훈훈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조용히 책장을 덮으면서 그들을 위한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커튼콜을 향해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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