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타임즈에서 뽑은 "최고의 북유럽 스릴러 Top 10"에 뽑힌 스웨덴 작가 "몬스
칼렌토프트(Mons Kallentoft)"의 여형사 "말린 포르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중 첫 편 "한겨울의 제물(Midwinter Blood/Midvinter
Blod)"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 즉시 스웨덴에서만 30만부가 팔렸고 시리즈 전체 150만부가
판매되었습니다.
스웨덴의 부촌 '린세핑', 영하 50도의 한겨울 외스트예타 평원 한복판에 있는 나무에 한 남자가 메달려 죽어있는게
발견됩니다. 그 남자는 심한 화상과 자상 등 고문을 당한 많은 흔적을 남긴 채로 죽었고 온몸의 피부는 온전치 못한 상태였습니다. 30대 초반의
여형사 "말린 포르스"는 자신의 파트너 "세케"와 함께 이 끔찍한 시체를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공이 밖으로 나오면 주어서 던져주려고 하염없이 축구장 밖에서 기다리던 남자, 정신적 장애로 인해 동네
불량 소년들의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고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무시 받았던 거구의 남자 "벵트 안데르손"은 심한
고문의 상처로 피부가 많이 훼손된 채 '외스트예타' 평원 한복판에 있는 큰 나무에 걸려 있는 채로 발견됩니다. 살아있을땐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던 "벵트"는 죽어버린 후 모든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이 사건을 수사해야하는 '린세핑'
경찰들...그중 30대 싱글맘인 여형사 "말린 포르스"가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19살 철부지 시절 임신과
결혼을 경험하고 이젠 이혼을 해서 14살 사춘기 딸을 홀로 키우는 그녀는 살이 찢어질듯한 스웨덴의 엄청난 추위 속에서 "벵트
안데르손"을 죽인 범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제대로된 단서는 나오지 않고 피해자를 괴롭혔던 불량 청소년들, 북유럽 신화의
제물의식에 심취한 사람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과자 출신의 거친 삼형제과 그들의 엄마 등 한 남자의 죽음 뒤에 숨겨진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밝혀냅니다.
살인사건과 형사들의 이야기가 중심인 이 소설은 영화 시나리오를 읽듯 술술 읽히는 타입의 스릴러가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조용히 담담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일인칭과 삼인칭을 넘나들고 마치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작가가 이야기를
옆에서 말해주는 듯한 문체는 상당히 독특해서 초반 적응이 좀 힘들기까지 합니다. 거기다 자극적인 소재의 요즘 스릴러와 다르게 어찌 보면 좀
정적인 이야기라고 생각 들 정도의 내용에 아마도 중간에 책을 덮어버릴 사람들도 꽤 있을듯 합니다. 하지만 스웨덴 복지의 어두운 이면, 가정폭력,
아동학대와 이민자차별, 그리고 삐뚤어진 부모가 키워낸 부적응자들 등 상당히 수준높고 그냥 흘려버리기엔 아까운 이야기들이 이 소설 속에
녹아있습니다. 실제로 예전 북유럽 스타일의 스릴러 소설의 계보를 잘 이어가면서 문학적 특성을 잘 살린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카린 포슘"이나 "헤닝 만켈", "하칸 네써" 같은
계열이라고 생각하시면 될듯 합니다. 특히나 가장 독특한건 죽은 자의 영혼이 계속 떠돌며 독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겐 들리지 않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에겐 안타깝고 슬픈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속삭입니다.
이 위에 매달려 있는건 그런대로 괜찮다.
전망이 아주 근사한데다 얼어붙은 내 몸뚱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기분이
좋다.
지금 난 온갖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평온을 맛보고 있다.
전에는 한 번도
꿈꿔보지 못했던 그런 평온이다.
난 새의 목소리와 새의 눈을 얻었다.
그리고 전에는 한 번도 꿈꿀 수 없었던 그런 사람이
되었다.
작가 "몬스 칼렌토프트"는 원래 순문학 작가였습니다.
데뷔작으로 스웨덴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주길 원했고 약간의 금전적 어려움으로 장르문학을
쓰기로 결심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테마로 한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를 썼다고 합니다. 그 결과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이제 그의 소설은 전세계 30개국에서 출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순차적으로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가 줄줄이 나왔습니다. "여름의 죽음", "가을
소나타", "봄처럼" 순으로 나왔습니다. 상당히 독특하고 형식에 얽메이지 않는 문체의
북유럽 범죄 소설에 관심이 가신다면 이 작품 "살인의 사계절 : 한겨울의 제물"이 괜찮은 선택이 되실겁니다. 근데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은 북유럽 스타일이 취향에 맞지 않거나 빠른 전개에 술술 읽히는 작품을 생각하시고 구입하시는 분들은 읽기 꽤
곤혹스러우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