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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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일은 우리겨레 최고의 명절 "추석"이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맛난 음식을 나누고 그동안 못 나눴던 정겨운 얘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같은 장소에 모였지만 냉기를 뿜어내는 가족들도 있다. 가족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용서해주고 받아주고 이해해줘야하는데 가족이라서 더 용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잘 소통되어야 할 집단에서 소통되지 못하는 슬픔이 있을 때 반드시 비극이 생겨나는 법이다.
 동구할머니는 동구 엄마를 싫어한다. 비쩍 말라서 힘 없어 보이는 것도 밉고, 6년동안 둘째를 낳지 못하다가 억세게 재수 없게 여자 아이를 낳은 것도 싫어한다. 아니, 그냥 매사 모든 행동을 싫어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는 집은 늘 시끄럽다. 4대 독자인 동구도 할머니는 마땅찮게 여긴다. 동구를 이뻐하면 동구 엄마가 어깨 힘주고 다닐까봐 늘상 입에 욕을 달고 동구를 대한다. 중간에 끼어 있는 아빠는 할머니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엄마를 때리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동구에게는 무지 힘든 일이다.
동구에게 또 하나 어려운 일이 있는데 바로 책을 읽는 일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장도 읽을 수가 없다. 멍청하고 덜떨어진 아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2학년때도 공부 못한다는담임의 말을 전해 듣고 동구의 뺨을 때렸던 적이 있다. 아버지가 겁나게 무섭다.
하지만 동구에게는 고마운 사람이 있으니, 동구의 착한 마음을 알아주는 담임 선생님이시다.
  복잡한 가족 일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동구를 보면 선생님은 이렇게 달래 주신다.

  "중요한 건, 동구야, 엄마와 아버지와 할머니의 일은, 어른들의 일이라는 거야. 동구 네가 돕고 싶어도 잘 안될수도 있어. 그분들은 오랫동안 당신들의 방식으로 살아오셨기 때문에 동구가 아무리 좋은 방법을 알고 있어도 그분들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일지도 몰라. 또 네가 아버지께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말씀 드리면 어린 아이가 주제넘게 나선다고 혼이 날지도 모르구. 그러니까 오늘 내가 알려주는 방법은 네 마음 속에 잘 묻어두고 이 다음에 네가 커서 실천에 옮기면 돼. 일단은 동구가 어른들 마음을 헤아리고, 아버지나 할머니나 엄마에게 늘 힘이 되는 큰아들이면 되면 어른들이 정말 기뻐하실거야."

  집안 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동구는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은 난독증까지 해결해 주셨으니 동구에게 구세주인 셈이다.
영원하길 바라는 좋은 관계는 이상하게 빨리 끝나는 것이 인지상정. 동구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 바랬던 선생님은 광주사태속에서 사라져버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동생 영주마저 동구의 곁을 떠나게 된다.
결국 동구가 고향으로 할머니와 같이 떠나기로 함으로써 집안의 평화를 유지하게 되었는데 동구가 늘 마음속으로 그리던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가정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말았다.

어릴적에 가슴에 품었던 꿈을 이루고 사는 행복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도움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굳센 의지도 있어야 한다.
동구는 지금 어린이지만 가정의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넉넉한 마음으로 가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과 주리 삼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할머니와 시골 마을로 떠나가는 동구는 아름다운 정원과 멀어졌지만 언젠가는 다시 아름다운 정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80년대. 군인 쿠데타로 인해 국내 정치도 혼란한 시기였고,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방식과 합리적 사고 방식이 충돌하면서 가정의 문화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다.
이 시기를 겪어온 우리 40대는 또 다른 문화 충돌에 마음 아파하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어린 동구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듯이, 우리들도 조금씩 조금씩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동구의 아름다운 정원. 가슴 속 그대로 남아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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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육은 90%가 엄마몫이다 - 우등생 엄마들이 어렵게 털어놓은 초등 교육 노하우!
책아책아! 지음 / 애플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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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구성;책아 책아 |애플비

어린 시절, 한강의 기적이란 단어를 들을 때 반드시 '교육열' , '인적자원'이란 말을 같이 들어야 했다. 전쟁으로 초토화 되었던 대한민국의 오늘날 이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식은 꼭 교육시킨다는 부모님들의 뜨거운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이다.
그래서 자식 교육에 욕심을 좀 부려도 그것은 허물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관심 많은 부모라 칭송받아 왔었다.
안 그래도 높은 교육열이 요즘 한반도가 교육열로 덥혀지고 있다. 뜨거운 정도를 지나 곧 폭발할 것 같다. 먹을 것, 입을것을 줄여가며 아이를 교육 시키는 것은 다반사이고,엄마가 파출부를 해서라도 학원비를 대고 있다. 가정에서 지출 되는 항목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교육비이다. 남들 다 시키는데 나만 안시키면 불안하고, 여기 저기 정보를 얻기 위해 다리품,마우스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 요즘 엄마의 실정이다.
하나쯤 교육 까페에 들지 않은 사람이 없고, 저마다의 교육관으로 가지고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고 있다.
나도 아이들 공부를 위해 까페에 들락거리다가 이 책을 소개받았다.
  다소 우려스러운 제목이 아닌가? 초등교육 90%가 엄마의 몫이라니? 그럼 교육의 주체라고 말하여지는 교사와 학습자는 과연 몇 %의 몫을 할당받고 있단 말인가? 얼마나 큰 역할을 엄마들이 하고 있는지 엄마의 입장에서 궁금하여 얼른 책을 펼쳤다.
  이 책은 2개의 파트로 나눠져있다. 첫 파트는 공부짱의 자녀를 둔 5명의 엄마가 자신의 노하우를 펼쳐 좋은 집중 케이스 스터디 파트가 있고, 두 번재는 각종 팁들이 소개되어 있는 파트가 있다.

  첫 파트는 "태어날때부터 특출난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그 특출함을 빨리 알아채고 뒷바라지"해 온 수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이가 빼어나게 뛰어나도 그 장점을 빨리 파악하지 못하고 적절한 뒷바라지를 하지 못해 평범한 삶을 살게 하는 부모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의 뒷바라지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아이가 특출하지 못한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저 부러운 상황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 우려 되는 것은 아이의 능력이나 적성에 맞는 교육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소위 "잘 나가는 아이"에 맞춰 교육을 해서는 오히려 아이를 나쁜 길로 가게 만드는 역효과이다.
엄마가 중심 잡고 서서, 이 아이들 엄마가 했던 것중에서 나의 아이에게 적용가능한 것이 뭐가 있을까를 중심으로 살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오히려 2번째 각종 팁들의 모음이었다.
이 팁들도 역시 실제 아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엄마 77인의 지혜들이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아이들을 뒷바라지 했을까 하고 참 많이 감탄했다.
사실 나의 아이는 글씨가 엉망이다. 어릴때부터 글씨가 늘 마음에 안 들어 좀더 정성껏 쓰기를 주문했는데 아이는 "글씨는 알아볼 수 있으면 되지 않느냐?"를 꾸준히 외면서 절대 글씨체를 바꾸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글씨를 교정해 주는 사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무작정 아이를 바꾸라고 주문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알려준다.
수학 시험, 혹은 문제집을 풀다가 틀린 것이 나오면 오답노트를 만들기 마련인데, 아이에게 무조건 오답노트를 만들라고 하면 싫어하기 마련이다. 이 때 엄마가 정성껏 써서 오답노트 원형을 마련해 주면 아이는 쉽게 오답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 준다.  수학을 잘 하기 위한 수학관련 책들, 초등 대상 학습지 올가이드, 문제집 올가이드, 경시 일정 올가이드,  공부방 꾸미기 요령, 인터넷 초등 학습 사이트 올가이드, 각종 인증시험 올가이드, 숙제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 특목고 분포 현황 등등 엄마가 발품을 팔아야 입수할 수 있는 각종 정보들을 잘 정리 해 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읽고 나서 한숨을 더 자주 쉬게 되었고, 어깨가 더 무거워졌으며,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나의 욕심이 더해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는 나의 아이를 진짜 방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원없이 논다고 해서 바람직한 길로 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적성을 빨리 알아차리고 아이의 고생을 줄여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할 때 엄마의  지침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엄마는 반드시 1번 읽어야 할 책이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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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를로 프라베티 지음, 김민숙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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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로 된 정보가 동시에 주어진다면 나는 단연 글로 된 정보를 먼저 머리속에 입력한다. 그래서 나에게 만화책은 별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보통의 소설처럼 글을 먼저 읽고 그림은 어쩌다가 한 번씩 쳐다보기 때문에 이야기의 짜임이 중요하고 그림은 중요한 요인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책을 선택할때 어떤 사람은 표지의 그림때문에 푹 빠져든다고 하던데 나는 항상 책 제목을 보고 책을 고른다.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제목이 정말 신선하지 않나? 사람이 병이 났을 때 병원에 가면 먹어야 할 약들을 처방해 준다. 그와 마찬가지로 책을 처방해줌으로써 우리의 병든 어느 부분을 고칠 수 있을거라는 희망속에 씌여진 책이리라 생각했었다. 그제서야 책 표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카락 달랑 4 가닥 있는 남자, 역시 머리카락이 없는 여자아이, 어른 여자, 3명이 검은 옷을 입고 앉아 있고, 늑대로 보이는 시커먼 동물이 나란히 앉아 있다 그 뒤로 다소 어리숙해보이는 남자도 보인다. 그들의 발 밑에는 책들이 나 뒹굴고 있다.
  밝은 분위기의 제목과는 달리 음침하기까지한 표지그림때문에 책을 읽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지만 제목을 믿어보기로 하고 책을 펼쳤다.
먼저 차례를 보자. 한마디로 웃기다.
20여개의 차례 제목이 전부 "정원이야, 숲이야?", "늑대야, 개야?" 등과 같이 둘 중 어느 것이 맞느냐는 물음으로 되어 있다. 차례 제목을 읽으면서 과연 뭘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각 부분을 읽게 되고, 읽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 전에게 뒷통수를 맞는 듯 멍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풋'하면서 웃음을 내뱉기도 하며, 진한 감동을 받기도 한다.

노부인이 책장에서 책 한권을 꺼내더니 창백한 남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침에 열 쪽, 정오에 또 열 쪽, 그리고 자기 전에 스무 쪽 읽으세요"
남자가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이더니 겨드랑이에 책을 끼우고는 사라졌다. (P. 54)

일상에서 병든 사람에게 책을 읽게 하므로써 일상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그 책이 좋은 책이라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새로운 질문을 하게 만든다면, 나중에 우리가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좀더 강하고 지혜롭게 만들어 줄거예요.(p. 56)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이 책을 통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순간 우리는 현실에서 떨어져 다소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 턱없는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도와주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세계로 안내해 주어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와 비슷한 문제를 현실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간접 경험이란 선경험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도둑질하러 들어온 루크레시오가 엉뚱한 아이 칼비노에게 잡혀 아버지 역할을 하면서 끊임없이 상황을 묻고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칼비노가 정신병원 도서관에 데리고 간 덕분이었다.
정신병원 도서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칼비노의 여러가지 복잡한 가정사를 해결해 주고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비로서 "참 재미있는 책이란 이런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많은 청소년들이여, 이 책을 읽고 위로받고 위로하는 방법을 알게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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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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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푸른 숲

  비야언니, 지금쯤 미국 보스턴의 터프츠대학교에서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 공부를 하고 계시겠군요.
보스턴의 가을은 어떤가요?
한국의 가을보다 좀 더 춥고 쌀쌀할 것 같은데, 감기는 안 걸리셨나 모르겠습니다.
  저는 나이가 많은 선배들을 언니, 오빠라는 호칭으로 쉽게 부르지 못합니다. 그냥 선배님이라고 부르지요. 제가 장녀이다 보니까 언니, 오빠라고 불렀던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대학 다닐때나 직장의 선배들에게 정이 없고 무뚝뚝한 타입이라고 핀잔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제가 당신을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언니란 호칭을 제일 좋아한다는 글을  책에서 읽었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니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제 마음도 한결 따뜻해진 것이 제일 큰 이유입니다.

  언니의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도 이름이야 예전부터 들어 왔었는데 언니의 책을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여러번 읽어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는데 책도 사람처럼 인연이 닿아야 하는지 이제서야 겨우 읽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에세이라는 분야의 책을 읽으면 '참 남는 거 없네'라는 말을 자주 했었습니다. 참으로 건방진 말이었지요?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비판을 했습니다. 순전히 자기 자랑만 쭈욱 늘어놓았다고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을 보는 따뜻한 마음이 없었기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제 자신을 잘 알게 되고 조금씩 겸손해지면서 에세이 속에 숨어 있는 많은 지혜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언니의 '그건, 사랑이었네'라는 책을 읽으면서 진짜 진한 감동을 많이 느꼈습니다.
먼저 타인에 대한 사랑이 저를 울렸습니다. 저는 두 딸을 가진 엄마입니다.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내 아이인냥 바라보게 되고, TV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여주기라도 하면 당장 눈물부터 흘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아이들이라면이라는 가정하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고 언니처럼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그런 마음은 들지 않지요. 타인을 위해, 타인의 어려움을 나의 어려움처럼 인식하고 도와주려 마음 먹는 것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인데, 언니는 일상처럼 해 내시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둘째 세상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가치관이 참으로 감동 깊었습니다.
어려운 구호 현장에서 목숨을 잃지 않고 계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언니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도움과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하시지요?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 무슨 일이든지 될때까지 끈질기게 두들리라는 말씀,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포기해서는 안 되는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 등등이 참으로 눈 부셨습니다.

셋째 그 바쁜 일상 속에서 1년에 100권씩 읽기를 반드시 이루신다구요?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시작하신 프로젝트가 30년동안 유지되셨다구요?
생명이 유지되기도 힘든 상황. 그 속에서도 반드시 책을 읽으시는 지적 탐구력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밤을 세우시는, 항상 책 읽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하시는 노력 등등 항상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겸손하게 하나씩 이루어가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언니의 글은 참 쉽게 읽히면서도 한 줄 한 줄 읽을때 감동을 주고, 지식을 주며, 사랑을 전해 줍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누구에게 선물해 주면 좋을까 하면서 주위 사람들 떠 올리게 되었어요. 누구에게 전해 줘도 사랑,지식, 감동을 전해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요.

먼 나라에서 건강조심하시고,  많은 것을 배우시고, 베푸시길 바랍니다.

2009년 10월 18일

언니 글에서 감동과 사랑을 느낀 그림책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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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대한 기차 - '칭짱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가려진 통일 제국을 향한 중국의 야망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 지음, 한정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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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에 제일 낭만적인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기차여행이다.
비행기처럼 하늘에 떠서 불안하지도 않고, 버스처럼 안전벨트에 묶여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동기구가 아니고 4명이서 마주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씩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중국의 칭짱열차를 타고 거대한 대륙을 지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기차 내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찍은 각종 여행사진을 보면 하루라도 빨리 기차를 타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곤 했다. 그러던 차에 "중국의 거대한 기차"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칭짱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지나는 기차로 하늘로 가는 기차라는 별명만 알고 있었지 이 기차를 운행하기까지 숨어있는 각종 비화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단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차이니까 철도를 만들때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겠구나, 중국의 기차 기술력 대단하구나 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급기야 이 기차가 티벳이라는 중국의 자치구를 지나는지도 알지 못했다. 티벳이라고 하면 중국에서 독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치구 중의 하나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작년에 중국 베이징 올림픽 전에 티벳과 마찰을 일으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티벳. 딜라이 라마의 나라다.

중국의 종교적 핍박때문에 딜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하여 독립정부를 수립하고 있고, 중국의 눈치를 보는 우리나라는 딜라이 라마의 방한조차 쉽게 허락하지 못하고 있으며, 티벳족들은 소박하게 농사지으며, 유목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중국의 동부와는 달리 경제적 격차도 심하고 종교의 자유도 없기때문에 티벳은 독립하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고 중국은 이를 막으려 안간힘을 다 한다. 지리학적 원거리. 이것이 티벳을 중국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근원이라 생각한 중국. 이 거리를 좁혀보기 위해,  보물창고로 불릴만큼 많은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는 티벳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50년 간이나 철도를 놓으려고 노력하지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영구동토층이 가로막고 있었다. 기술력도, 경제력도 부족했던 중국은 끊임없이 철도에 대한 소망을 버리지 않고 과학자, 지리학자들로 하여금 연구하게 한다.

중국의 경제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자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2001년 철도 기공식을 시작한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무모한 욕심을 뒷받침해 낼 수 있도록 지리학자, 과학자들에게 오랜 세월 연구하게 만들고, 엔지니어들에게 방법을 만들어내도록 한다. 진짜 무서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티벳 자치구의 GDP 2배에 달하는 액수인 40억달러를 2001년에 투입했는데 티벳의 의료보험제도는 파산직전이며, 교육 예산은 전국 평균의 절반이고 문맹률은 인접지역의 2배에 달하는 등 오히려 티벳은 더욱 낙후된다. 철도 공사가 진행되면서 철도부지로 들어가는 땅만 보상 받았으며 공사에 참여할 것이라는 티벳족의 희망과는 달리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티벳족보다는 본토의 사람들이 기회를 얻었다. 개발의 반사이익이 티벳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드디어 2006년 7월 1일 후진따오 총리의 축사와 더불어 열차가 개통되었다.

티벳의 주도 라사는 칭짱 열차의 개통으로 티벳의 경제는 연평균 12~14 퍼센트 성장했고, 티벳지역에 대한 투자 금액이 엄청나게 늘어 났지만  그 이익은 중국 본토로 빠져나가고 환경오염, 티벳의 문화 붕괴라는 무서운 결과만 가져오게 되었다.

"티벳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티베트인이 그 안에서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티베트인은 심지어 농업이나 목축 등 기존의 전통 산업으로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고 한다.

 티벳이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보일때마다  중국은 아마도 그 기차에 군인들을 실어다 나르며 티벳의 숨구멍을 막을 것이며, 빨대로 쪽쪽 빨아내듯이 티벳의 지하자원을 쏙쏙 캐내어 갈 것이다. 


힘없는 사람들. 티벳인. 그들의 의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들 속으로 들어온 칭짱철도의 계획 단계, 건설과정, 건설 후 모습을 자세히 알려준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 덕분에 티벳과 중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참으로 뿌듯하다. 더불어 티벳인들의 삶이 그저 타인의 삶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경험들이라 마음이 무척 아프기도 했다.

거대한 제국들의 욕심이 사라지는 날.

모든 나라, 모든 민족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칭짱열차를 타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티벳인들의 순박한 미소를 절대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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