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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독서처방 - 매혹적인 독서가 마녀의 아주 특별한 冊 처방전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평점 :
"이렇게 살 수도 이렇게 죽을 수도 없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당신을 위해"
라는 문구가 이 책의 표지에 있다.
이 문구를 읽고 가슴 철렁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동물과 달리 사회적 동물이라 여러사람과 부대끼며 살면서 순간 순간 외롭다고 느낀다.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식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요즘들어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 참 많다.
작가의 말대로 책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스승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책이 언제나 옆에 있기때문"이다.
책을 들고 읽으면 언제든지 말을 걸어준다. 자기 귀찮다고 다음에 만나자는 둥, 말하기 싫다는 둥 투정부리는 법이 없다.
쓸쓸하고 외롭다 느낄때 책이 걸어주는 한 마디가 엄청나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작가 김이경은 긴 세월동안 공부를 했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방통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직장을 구하는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고 그 덕분일까 출판사에 취직하여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책을 만들고, 책을 많이 읽는 작가가 우리에게 내려주는 독서처방은 과연 어떤 것일까 진짜 궁금했다.
어떤 기준으로 이런 카테고리를 만들었는지 다소 모호하지만,작가는 설렘, 사랑, 치유, 희망, 위로, 이별의 상황에 맞는 40권이 넘는 책을 처방해준다. 오랫동안 책을 읽은 저력은 책이 어떤 한 분야게 치우쳐있지 않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병원으로 따지자면 종합병원이다. 마음의 상처를 역사, 문학, 철학, 여행, 사회, 사상등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처방전을 내려준다. 처방전을 받아든 사람이 다소 생경하다 싶을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이다.
책을 소개하는 책을 읽을 때 늘 느끼는 점이지만, 소크라테스가 "네가 얼마나 무식한 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쩜 세상에는 이렇게 좋은 책들이 많은지, 나는 이렇게 좋은 책을 왜 몰랐을까?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인건가?? 하고 말이다.
특히 내가 깜짝 놀랐던 것은 열대야에 잠을 설칠때 처방해 준 "즐거운 살인"이라는 책의 처방에서였다.
만델은 범죄소설의 역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설명하면서 범죄소설을 즐기는 인간의 심리를 역설했는데 "범죄가 응징되고 정의는 실현되는 결말, 해피엔딩을 통해 계급 간의 갈등을 잊게 하고, 소외된 인간을 위로하며 통합해 주는" 힘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했다.
아~ 범죄소설에는 그런 힘이 있구나, 역사적으로 그렇게 설명할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뒷담화를 하고 싶을 때는 이덕무의 문집을 번역한 산문집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를 소개해 주며"가슴에 원망이 쌓일수록 말을 멈추고 책을 펼치랍니다. 고칠 수 없는 남의 허물을 들추기보다 고쳐야 하는 제 허물에 마음을 쓰라고 합니다. 그것만이 부끄러움을 더는 길이라고요"라고 충고해 준다. 여기에 이 책의 매력이 있다.
무미건조한 신문의 "책소개"처럼 책의 내용만 써 놓은 것이 아니라 작가가 느낀 점, 상황에 맞춰 한 마디씩 던져주는 글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리고 5개의 카테고리 사이 사이에 영화관 옆 책방, 세상이 보이는 만화방, 숨은 책 찾기, 비관주의자의 책꽂이, 그림이 있는 책방, 훔쳐보는 책 일기 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 만화, 알려지지 않은 책, 그림, 일기에 관련된 책들을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해 준다.
그리고 책의 끝에는 이 책에 언급된 책을 저자,출판사 정보까지 공개해 주어 책을 선택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을 읽고나니 여기에 언급된 책을 천천히 읽고 나면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맞은 책을 소개해 줄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큰 욕심이 생긴다. 정말 맛나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