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걷기여행 - 평생 꼭 한번 도전하고 싶은 꿈의 길
김영준 지음 / 팜파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남편이 미국 시애틀에 파견근무를 하고 있던 까닭에 방학을 이용해서 잠시 시애틀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남편이 바쁠 때는 아이들과 시애틀 주변을 관광하고 남편의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국립공원" 위주의 관광을 했었다.
로키 산맥을 공유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에는 훌륭한 국립공원이 많이 있다. 국립공원에 가면 항상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키를 훨씬 넘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산길을 끊임없이 가는 그들을 보면서 그들의 "선택"이 정말로 부러웠다.

긴 휴가를 받을 수 있는 그들의 삶도 부러웠지만, 휴가라고 하여 손쉽게 몸을 쉬면서 보내는 휴가를 택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하는 단순한 "걸음"을 한 발 한 발 옮기는 그들의 선택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언젠가 거대한 로키 산맥을 트래킹해 봐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각종 트래킹에 관한 책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수한 사람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히말라야"조차도 트래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상상하는 히말라야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위엄있는 산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접하게 된 "히말라야 걷기 여행"이란 책 속의 히말라야는 흰 색의 산이 아니라 푸른 색의 산들이었다.

그 이유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우기에 히말라야를 트래킹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저자 김영준은 소아과 의사다. 휴가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기에 히말라야를 트래킹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그의 트래킹이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정보를 알려 줄 수 있는 멋진 선택이 되었다.

  히말라야를 14일 동안 트랭킹 하고 그 소중한 경험을 한 줄 한 줄 옮겼는데 나는 이 책을 "히말라야 그림책'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작가가 트래킹한 경험과 더불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마다 멋진 히말라야 사진들이 옮겨져 있다.

사진은 영혼을 담는 작업이라고 한다. 피사체를 사랑할 수록 사진이 전하는 감동이 더욱 진하기 마련인데, 히말라야를 사랑하는 작가가 옮겨온 히말라야는 한 장 한 장이 감동적이었다.

히말라야를 트래킹하는 코스는 여러가지 인데 그 중에서 안나 푸르나 산군과 에베레스트 지역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고소증 염려가 덜 한 안나푸르나가 초보가 오르기에 좋은 코스라고 하는데 우기에 적당하지 않아 남성적이고 웅장한 숭고미를 자랑하는 에베레스트 지역을 오르기로 결심한 작가는 비행기 편을 확보하고 준비목록을 보면서 배낭에 짐을 꾸린다.

  오가며 만나는 네팔리에게 "나마스테"라고 인사하는 정겨움, 길가에서 땀을 식히며 트래킹족들에게 던지는 인사의 따뜻함, 혼자가 되는 자유, 여럿이 함께 하는 즐거움을 작가와 같이 느낄 수 있었다.

  한 발 한 발 옮길때마다 혹여 작가가 고산병으로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고, 롯지의 난로가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기분을 느낄 때는 "하늘 같은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포터 없이 혼자 트래킹하다가 포터 써르츠를 만날 때는 안도감도 느꼈지만 포터에 대한 연민도 생겼었다.

9일째 되던 날 해발 5550m의 칼라파타르 정상에 올라 에베레스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때 하늘이 내린 맑은 날씨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인천항공에서 시작된 그의 여행에 무임승차한 나는 그의 눈이 내 눈이 되고 그의 한 발 한 발이 나의 한 발 한 발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수많은 여행기를 읽었지만 이렇게 작가와 내가 일체가 되는 여행기는 처음인 듯 하다.

내가 간절히 원하기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작가의 히말라야 사랑이 지극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본다.

내가 히말라야를 오를때 그가 "희박한 공기 속으로"를 읽었듯이 이 책을 동반하여 읽을것이라고 약속한다.

정말 멋진, 감동적인 여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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