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에 담담하게 시선에서 자유롭게 -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강한 나를 만드는 법
미셸 오바마 지음, 리사 로작 엮음, 김현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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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스에서 미셸 오바마가 어린이들의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을 개선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백악관 마당에 채소밭을 만들고 아이들과 직접 채소를 가꾸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훌라후프를 돌리며 웃고 있는 모습도 찍혔다. 조금 색달랐다. 우리 나라에서 만약 학교 급식을 개선하여 아동들의 비만 문제를 해결한다는 프로젝트를 영부인이 실시하였다면 어떤 장면이 뉴스에 나왔을까? 학교 급식소에 찾아가서 아동들 급식 지도를 한다든지, 직접 배식을 해 준다든지, 정장 차림으로 운동 센터에 찾아가 운동하는 아이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지 않았을까?

과연 청와대 마당에 채소밭을 만들어 직접 가꾸었을까?

아이들과 같이 웃으며 운동을 했을까?

우리나라 영부인과는 실천하는 방식이 다르구나. 아니 실천 방식이 다르기 위해서는 사고 방식이 다를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미셸 오바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오바마에 대한 읽을 거리들이 넘쳐났었다. 그때 몇 권을 읽으면서 미셸 오바마의 모습을 살짝 엿보았는데 자신감에 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미셸 오바마가 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조금 특이한 책이다.

대부분 자신이 쓰면 일대기 형식으로 쓰든지, 사건 중심으로 쓰는데, 이 책은 오바마가 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여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란 각종 언론매체, 방송국과의 인터뷰 일부, 강연의 일부이다.

이것을 편집자 리사 로작이 주제에 맞게 분류하여 조직하면서 자신의 의견과 느낌을 각 장의 서두에 먼저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Part 2.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자존감 지키기에서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와 지켰던 다양한 예를 들고 있다.

 

  "나는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도록 키워졌고, 그것은 나에게 힘을 실어 주었어요"

 

  "나는 지역사회에서 지도자들이 나에게 하라고 말했던 그대로를 했어요. 그들은 나에게 하라고 말했던 그대로를 했어요. 그들은 학교에서 최선을 다하라, 성실하게 일하라. 공부하라. 네가 들어갈 수 있는 최고의 학교에 진학해라, 그리고 그 교육을 토대로 너의 지역사회에서 일하라고 말했어요."

 

  이렇게  인터뷰 내용이 부분적으로 소개 되어 있다. 처음에는 앞뒤 없이 소개 되어 있는 인터뷰 장면들이 성의없어 보이고, 맥락 이해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싶어 당황하기도 했으나, 이 문장들을 입밖으로 소리내어 보니 오바마의 진심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을 보면 된다고 했던가? 스스로 입밖으로 낸 말들에 그 사람의 인격,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오바마의 담담함, 자유로움을 그녀의 언어로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한 점은 인터뷰나 강의 내용을 설명할 때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주었으면 독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바마의 당당함.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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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드립니다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2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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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7차 교육과정의 국어교과서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작가가 이금이 작가였다. 대화명 인기최고, 소희의 일기장, 송아지 내기, 우리집 우렁이각시 등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다. 학교 도서관에 가면 이금이 선생님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단편일 경우는 교과서에 원본 그대로 다 실리지만, 장편일 경우는 부분적으로 실리는 경우도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전체를 다 읽어 볼 필요가 있기때문에 반드시 읽어보고 아이들에게도 꼭 한 번 전체를 읽어 보라 권유한다. 아이들도, 부모님도 읽어보곤 무척 재미있다고 한다.

이렇게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작가 이금이 선생님께서 또 다른 단편집을 냈다고 한다.

"사료를 드립니다" 안 읽어 볼 수가 없다.

 

  출판사는 이금이 선생님 작품을 전담하고 있는 "푸른책들"인데, 표지 그림에는 한 남자 아이가 시베리안스키를 안고 있는 장면이다. 참 따뜻하게 잘 그려진 표지이다. 아이들은 강아지를 정말 사랑하지 않는가? 아이들로 하여금 한 번쯤 펼쳐 읽게 만든다.

 

  책을 펼쳐 보면 5개의 단편이 자리잡고 있다.

  첫번째 단편은 "조폭 모녀"이다. 개그맨이 되고 싶은 딸의 꿈을 무시하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딸이 공부 못한다고 구박하고 딸에게 교대에 가라고 강요를 하는데 엄마의 직업은 학습지 선생님이다.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장래희망" 불일치 장면이다. 딸은 엄마가 조폭같다고 느끼는데 다른 아이를 통해 엄마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엄마와 화해 해 보려는 모습이 참 흐뭇하다.

 

  두번째 단편은 "건조주의보". 고3 누나때문에 항상 소외되는 건우가 짝 윤서를 통해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리를 찾게 되는 이야기이다. 가족간의 유대가 약해지는 요즘, 친구를 통해 가족의 정을 알게 된다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세번째 단편은 "몰래 카메라". 다소 환상적인 이야기로 허영기 가득한 유나가  요술 주머니를 얻게 되는 이야기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한 번 쯤 내가 원하는 것을 가득 내어놓는 요술 주머니를 얻는 상상을 할 텐데, 그런 공짜 선물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알려 주는 동화였다.

 

네번째 단편은 "이상한 숙제", 선생님께서 내어준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오라는 과제를 통해 세상을 자세히 관찰하는 혜빈이의 편지 형식 소설이다.

 

다섯번째 단편은 이 책의 제목인 "사료를 드립니다" . 키우던 개 장군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괴로워 하다가 찾아가 보는 아이의 이야기로 인간에게 위로가 되는 동반자 역할을 하는 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금이 선생님은 학교 현장이나 가정을 철저하게 취재하시는 듯 하다. 왜냐면 작품을 읽을 때마다

 "이런 것은 어떻게 아셨을까?" 싶을 만큼 자세하게 묘사 되어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요즘 아이들의 말투는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이 책에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절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선생님의 감성,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잘 녹아 있는 작품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이금이 선생님의 작품. 앞으로도 쭉 계속 되길 바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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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박경철, 깊이 읽기 - 안철수처럼 생각하고 박경철처럼 행동하라
이동우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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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작년 여름, 서울시민들은 무상급식 찬반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하였다. 결국 오세훈 시장이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잃었고, 10.26 보궐선거를 위해 서울시장에 여러 유명인사들이 입후보하였다. 그러던 중 혜성처럼 나타난 안철수 교수의 입후보설.

대한 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안철수라는 세 글자가 대한민국을 흥분시켰으며 깨우기 시작했다.

안철수 교수 더불어 또 한 사람, 대한민국의 진정한 멘토, 박경철 의사가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 두 분은 진정으로 대한민국에서 바쁜 사람이고, 쉽게 섭외할 수 없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청춘 콘서트"라는 강연을 작년에 했었다. 그 강연을 준비한 북세미나 닷컴의 이동우 이사가 강연에서 나온 주제를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책을 출판했다.   제목하여 "안철수과 박경철 깊이 읽기"이다.

  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 봤을 때, 과연 내가 내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을까? 객관적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나를 가장 잘 알고 정확하게 판단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두 사람의 청춘 콘서트를 기획하며 옆에서 주의 깊에 관찰한 이동우 이사의 입장에서 두 사람을 느낄 수 있는 좋은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첫째, "우리는 왜 그들을 신뢰하는가?" 에서는 이 시대를 너무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이 그들을 진정한 멘토로 여기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우선 두 분은 사람들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분들이다. 귀막고, 입다물고, 자신의 고집대로 세상을 살아가며, '나를 닮아라, 나를 따르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의 말을, 아픔을, 들어주고 같이 느끼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믿음을 준다. 그리고 요즘 가장 필요한 단어 "공정"이라는 부분에서 공감을 줄 수 있다.

  기업이나 사회 구조의 독과점을 비판하고, 젊음의 실패를 귀하게 여겨주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들을 신뢰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둘째, "안철수와 박경철이 진단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 교육에 대한 생각이 피력되어 있다.

그들은 인재라면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지금 현재 기업들이 "인재"라고 지칭하는 무리의 사람들이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가? 대답은 한 마디로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진학"이고 인생의 목표가 대학인 우스운 현실에서 이 두 분의 인재관을 인정하기엔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미래를 바라봤을 때는 이러한 인재관이 인정받는 시대가 곧 올 것도 같다.

 

세째, "나, 너, 그리고 우리"에서는 안철수와 박경철이 인생에서 도피하지 않고, 인생의 주인공을 나라고 믿으며 사람들과 통하며 살아온 그들의 흔적을 살펴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의사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지금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공정"하지 않다. 부모가 부자이면, 자식도 부자가 되고, 부모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자식도 권력을 물려 받을 수있다. 부모가 가난하면 자식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다.

스포츠 볼링을 생각해 보자. 실력 차이가 나는 사람끼리 게임을 할 때는 "어드벤티지"라는 것을 두어서 공정한 게임이 되도록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어드벤티지를 주지 않은 채 무한 경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들은 "공정"이라는 화두를 놓고 봤을 때 원리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안철수, 박경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훌륭한 멘토를 갖고 있는 이상, 우리도 앞으로는 행복할 수 있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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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박물관 - 글누리의 모음
박창원 지음 / 책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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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아이들의 일기, 글쓰기를 검사할 때 맞춤법 교정은 포기한다. 내용에 촛점을 맞추어 검사 하면서 맞춤법이야 세월이 흐르면 차츰 나아지겠지 한다. 그런데 분명 한글로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레알", "크리","하데", "후달리다" 등의 단어를 만나면 무슨 뜻인지 싶어 문맥을 다시 살펴보는데 추측조차 불가능할 때가 많다. 한글의 우수성 덕분에 인터넷 강국이 되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터넷 문화가 한글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여 한글의 규칙성마저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마다 목소리 높여 한글의 규칙성 보존을 위해 아이들을 설득하지만, 나의 지식이 미천하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글. 우리만의 소중한 보석에 대해 알고 싶은 나의 소망을 알았는지 이 책이 나의 품으로 날아왔다.

"BM 책문"이란 처음 보는 출판사의 책인데, 알고보니 성안당의 인문, 역사 전문 임프린트사라고 한다. 내 청춘을 채웠던 컴퓨터 관련 책들을 열심히 출판해준 성안당의 책이라고 하니 믿음이 간다. 책의 크기도 대학 교재의 그것이다.

 

  이 책은 4부분으로 나눠 진행되는데, 먼저 1부에서는 "글과 말, 그리고 문화"로서 세계 여러 문자의 역할, 전파, 한글의 간단한 역사가 소개 되어 있다. 여러 한글 학자들의 소개도 덧붙여져 있는데 무엇보다 감동인 구절은

"언어가 민족의 생존과 미족 문화의 보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 국어와 국문을 연구한다"

이다.

  한글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숙명이 묻어나는 듯하다. 세종대왕의 위대한 발명 외에도 한글 운명의 지주 노릇을 하신 주시경 선생등 여러 학자들의 업적에 감사함을 다시 느꼈다.

 

  2부 "훈민정음 창제의 배경과 의의"에서는 먼저, 이두, 향찰, 구결 등 한자를 빌어 우리말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을 작가는 "혁신적 변용"이라고 일컫는데, 조상들의 번뜩이는 창의성, 슬기 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의 문자를 빌어 쓰니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겠는가? 정인지의 서문에 있는

 "마치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를 낀 것과 같이 서로 어긋나는 일"이란 표현을 보면 그 불편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문자사도 설명되어 있는데,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읽다가 잠이 깜박 들기도 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제3부 "훈민정음의 창제와 보급"에서는 문자를 만든 과정, 원리가 설명되어진 인류 역사상 유일한 책인 "훈민정음(訓民政音)"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고등학교때 마르고 닳도록 외웠던 훈민정음의 예의의 첫부분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고등학교 시절이 살짝 그립기도 했다. 훈민정음을 보급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책들, 그 시대의 외국어인 중국어, 일본어,  만주어의 음표기를 한글로 표기한 것을 소개해 주었는데, 한글 덕분에 외국어 배우기도 쉬워졌단 생각에 새삼 세종대왕이 고맙기까지 했다. 한글로 인한 세계화로의 시간 단축이랄까?

한글로 쓰여진 각종 가사, 소설 등의 한글 문학으로 인해 서민들도 드디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는데 세종 대왕께서 하늘에서 보시고 얼마나 뿌듯하셨을까, 참말로 고마운 마음이 가득 생겼다.

 

  4부에서는 한글의 암흑기라 할 수 있는 조선말기와 일제시대의 한글 생존역사가 나와있다.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정 과정과 내용과 더불어 분단 이후 각각 진행된 남과 북의 맞춤법 현황에 대한 소개도 나와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남과 북이 공동 작업을 할 때 지켜야할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남쪽이나 북쪽이나 인간으로서의 공통성을 가지고 같은 민족으로서의 공통성"을 본질로 인식하자고 한다. 자존심을 내세우다가 본질을 흐리지 말고, 상호간 실체를 인정하자는 제안은 통일을 대비한 준비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의 축대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글이 우리에겐 둘도 없는 보물임에는 틀리없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홍익인간 정신과 주시경 선생님과 한글학자들의 민족의식 충만한 연구활동이 없었으면 오늘날 세계 13위에 이르는 사용 인구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한글이라는 보석을 어떻게 갈고 닦으며 유지 보존해 나갈 것인가 하는 숙제는 우리에게 던져진 소중한 숙제이다. 이 숙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소중한 책, "한국박물관"을 만난 것이 나에게는 큰 재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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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옛집 -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
함성호 지음,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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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 속에 있는 "내집"은 아파트다. 아주 어릴 적 마당 딸린 집에 전세로 산 적이 있다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시지만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아침마다 마당에 떨어진 신문을 주워 올리는 장면, 낙엽을 긁어 모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 커피를 마시며 잔디를 밟는 장면 등을 생각하면 마당 있는 집이 좋기도 하겠지만, 집 관리를 해 나가야 하는 주부 입장에서 아파트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아직도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집이라는 것이 재산의 일부로 여겨져 아파트에 살아야만 손해보는 삶은 아니라는 엉터리 생각도 한 몫하기때문에 당분간 아파트에서 삶을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답답한 공간의 삶은 다분히 한시적이다. 더이상 도시에 머물 이유가 없어지는 시기가 되면 마당 넓은 집에 이사를 가서 자연속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집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나의 레이더 망에 걸린 책이 바로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다. 이 책을 하와이 여행을 가서 와이키키 해변가에서 읽었는데, 와이키키의 짙푸른 바다라는 자연속에서 펼쳐지는 우리의 옛집 모습이 아이러니 하지만 참 잘 어울렸다.

 

  이 책의 저자 함성호는 시인이며 건축가라고 한다. 건축 한가지만 해도 어려운 일인데, 시도 쓰고, 조선 성리학자들의 철학까지 두루 섭렵했다고 하니 대단한 작가의 작품이 내게 왔구나 싶어 고마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에는 회재 이언적, 남명 조식, 퇴계 이황,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사계 김장생, 우암 송시열, 명재 윤증 등 이름만 들어도 서릿발 느껴지는 대단한 성리학자들의 집이 등장한다. 이 중에서 내가 가 본 적이 있는 장소는 달랑 2군데 밖에 없는데,아무런 사전 지식을 갖지 않고 만났던 장소들이어서 나의 느낌도 하찮을 수 밖에 없었다. 지리산의 산청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들렀던 산천재, 기대에 미치지 못한 규모, 허술한 관리 등으로 안타까움만 느꼈었고, 해남에 갔다가 윤선도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 찾아 갔던 보길도의 세연정에서는 사람이 만든 자연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라고  느끼고 왔다.

 

  이 정도의 사전 지식으로 이 책을 펼쳤는데, 회재 이언적 선생의 독락당의 설명을 읽는 순간부터 "옛집"은 경이로움으로 다가 왔다. 이언적이 마흔의 나이에 김안로 일파의 탄핵을 받고 고향에 내려와 지었다는 독락당은 세상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자연속에서 삭이고자 하는 목적이 나타난다. 숲과 바위와 물이 어울어져 집이 되는, 자연속에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는 독락당에서 생활하면 사람도 곧,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독락당과는 다소 대조되는 향단을 보면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이언적이 정계로 다시 돌아가 경상감사로서 직무도 보고,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은 향단은 전문가들이 보기에 다소 기묘한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건축에서는 보기 힘들게 조각하듯 만들어진 집이라고 하는데, 이는 터와의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해 '用'자 형상을 가상하고 하나씩 만들어 갔기때문이라고 한다. 자연과 어울리도록 지어진 독락당, 자연을 이용한 향단. 꼭 한 번 가서 봐야겠다.

 

  나의 무지로 인해 그냥 지나쳤던, 산천재. 집에 들어서면 지리산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건물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있는 이 곳은 퇴계 비문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명종을 고아로, 문정왕후를 과부로 표현했던 조식 선생의 집이다. 들어서자 마자 매화가 반기는 이곳은 혼돈의 시대에 처사로 불리고자 해던 조식 선생의 호연지기를 느낄 수있다고 한다. 이것을 알고 산천재를 봤었더라면 조식 선새을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가까운 경남이지만 가보지 못했던 도산 서원에 대한 퇴계선생의 소박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아주 작은 건물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 성리학의 대부인 퇴계 선생과 그 제자들의 끊임없는 논쟁의 소리가 들려올까? 도산 서원의 매화 향기를 맡아 보고 싶다.

 

  무지한 나에게도 사람이 만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었던 고산 윤선도의 집.고산,그는 왕세자의 스승이었으며, 바다를 주름잡던 의병장이었다. 병자호란때 인조가 치욕의 강화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 제주로 가다 풍랑을 만나 보길도에 가게 되고, 아름다운 보길도의 풍경을 보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풍수인으로서 윤선도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되었는데, 윤선도가 효종의 능 후보지로 정해 주었던 곳이 훗날 사도세자의 능이 되었다고 한다.

 

  몇 번씩이나 가 봐야겠다고 다짐한 다산초당에 대한 소개는 흥분의 마음으로 한달음에 읽어버렸다. 다산의 외척인 윤단이 초옥을 지어 후학을 가르치던 곳을 다산에게 내어 주어 다산초당이 되었다고 하는데, 방대한 저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역사적으로 남긴 그의 여유와 끈기, 그리고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그곳에 얼른 발을 딛어봐야겠다.

 

 사계 김장생이 79세에  금강 포구 강경에 지었다는 임이정. 장소의 선택이 앞의 성리학자들과 달랐던 김장생의 세련됨도 느껴보고 싶고, 그의 제자였던 송시열의 건축 작품들도 보고 싶다.송시열과 치열하게 논쟁을 했지만, 백성들에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였던 검소한 윤증의 고택도 반드시 봐야 된다는 강박감도 생겼다.

 

  이 책에서 소개한 성리학자들의 고택을 읽으면서 풍수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당대의 복을 구하기 위해 풍수를 살핀다고 나는 생각해왔는데 진정한 풍수는 말 그대로 바람과 물을 얻을 수 있는,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연을 배제한 집은 의미가 없고, 자연속에 어울려야 아름다운 집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솔직히 쉬운 책은 아니다. 집이라는 것이 인간의 활동의 산물이기 때문에 집이 지어진 뒷배경을 알려면 자연히 역사를 알아야 하고, 철학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함성호 시인이 일러준 길을 따라 가다가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다시 돌아와서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부분도 많았다. 2주 정도 시간을 두고 정독을 했는데, 덕분에 우리 나라 역사도 많이 알게 되었고, 집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당분간 나의 여행지는 이 책에 나오는 고택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많은 것을 알게되고 깨닫게 된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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