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폭력"에 대한 질문은 (안 때릴수도 있는데) "왜 때리는가" 보다는 "아내를 때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근대 이전의 "아내 폭력"이 결혼 제도의 여성 매매적 성격과 관련하여 소유의 관념에서 주로 기인했다면, 현대 사회에서 "아내 폭력"의 원인으로 가장 가까운 요소는 공/사 영역이 분리되었다는 인식이다. 남편이 아내를 때릴 수 있는 권리는 가정에는 권력, 정치, 인권. 민주주의,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공/사 분리는 성별 분리와 분업을 기초로 하는데, 직장과 가정에서 성별 분업은 성별 권력 관계의 다른 표현으로서 이는 평등한 분업이 아니라 남성을 중심으로한 여성의 배치이다. 여비서는 사무실의 아내이고 아내는 집에 고용된 노동자다.
(…)공/사 분리 제도를 통해 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형태로 국가, 사회와 관계를 맺게 된다, 공적 영역은 남성들의 세계로 남성만을 주체로 세우기 때문에 여성이 공적 영역과 관계를 맺거나 경찰, 법 같은 공적 자원을 이용하려면, 가족 제도를 통해 남편을 매개할 때 가능하다. 개인은 성별화된 언어다. 여성의 경험이 사적인 문제로 할당되는 한, 여성은 사회적 주체/개인이 될 수 없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보다 "누구의 아내"일 때 정상성을 획득하고 더 많은 자원을 갖게 된다. 이 점에서 폭력은 이미 가정 주부 모델 그 자체에서 떼어낼 수 있는 일부분이다. 가정적인 여성이 된다는 것은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외부의 도움과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별 여성은 전체 남성으로부터 보호의 대가로 한 남성과 결혼하는데, 바로 그 남성으로부터 학대당한다는 사실은 사회도 당사자도 인정하기 힘들다.
(…)이처럼 공/사 분리 관념은 여성 폭력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는데 걸림돌이 되어 왔다. 여성 폭력이 인간의 안전과 존엄을 공격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적 영역의 사소한 문제라는 인식은 , 여성을 보편적인 인간의 범주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구타 남편들이 "여자 하나 때릴걸 갖고 뭘 그러느냐"."나는 사람을 친 것이 아니라 집사람을 칮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회가 남성만을 보편적인 인간으로 인정하고, 남성으의 폭력을 방조 , 지지하기 때문이다. 번치는 인권 단체나 정부가 여성의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은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하였는데, ① 성차별은 사소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 또는 생존 문제 다름에나 나오는 문제라는 인식 ② 여성 학대는 문화적, 개인적 문제일 뿐 국가가 취해야 할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 ③ 여성의 권리가 인권 문제 그 자체는 아니라는 인식 ④ 여성 문제는 불가피하거나 너무 만연된 문제라서 노력해봐야 성과가 나지 않는 문제라는 인식이다. p86-89
덕지덕지 엄청 붙여 놨는데 다 옮길 자신이 없다.
길가다 모르는 사람에게 맞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때린 사람을 처벌한다. 집에서 아는 남편에게 맞아서 경창에 신고하면,
남편이 별일 아니라고 되돌려 보내거나, 경찰쪽에서 피해자더러 댁이 뭘 잘못했겠지라거나, 죽기 직전까지 맞아야 신고가 가능하다고 돌려 보낸다. 왜 일까? 내가 길가다 맞으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맞은 것이지만, 아내가 남편에게 맞는것은 남편이 가정을 건사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할 도리를 행사하는 것이며, 사적인 영역(남성의 왕국)에서 한사람의 인간이 아닌 남편의 소유인 아내이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의 다른 남성이 이 남성의 사적인 영역을 침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자는 "인간"이 아닌거다.
피해자들의 짧막한 상담사례를 읽으면서 엄마가 맞으면서도, 가출했다가도 다시 집으로 돌아올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이해 비슷한걸 하게 되었다. 이혼후에 갈곳도 없고, 양육권도 다 빼앗길테고...그러느니 그냥 맞고 살자 하고 참고 살았던듯 싶다.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 특히 이혼한 한부모 가족의 여성의 인권은 벌레만도 못한 수준이었을때니까....
이혼은 아버지가 다른 여자가 생겨서 엄마에게 요구했고 엄마는 끝까지 버티다가 또 맞았다. 아버지가 엄마를 구타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할머니께 불효했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식사를 제때 안챙겼다거나 요구한 것을 해주지 않았다고 일주일에 한번쯤 집에 오는 아버지에게 할머니가 이야기 하면 그날은 1차 아버지에 의해 녹다운된 엄마를 2차로 할머니가 때렸다. 내가 조금 커서 말리기 시작했을때는 내가 자고 있거나 없을때 때렸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치매였다. 밥 먹고 잊고 또 먹고, 내 남동생 준다고 이불속에 이것저것 넣어두고 잊어서 다 썩고. 자기가 했던 일을 대부분 기억못하고 그랬는데 왜 몰랐을까....
엄마는 아직도 아버지에게 맞아 다친 허리가 아프고, 동생이 자살한것, 내가 이렇게 사는것(?)등등을 모두 아버지 탓으로 돌리고, 아버지는 네 엄마를 때린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유가 있을때는 때려도 된다?
폭력은 선생이라는 권력자가 학생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 남편이라는 권력자가 아내를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 학계,미술계,언론계,군부대 그 어디든 권력관계가 형성되있는 집단내에서 약자를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을때 발생한다. 그런데 이 이유를 누가 만드나? 때리는 권력자이다.
결국은 또 권력문제. 이놈의 힘,힘.힘.
가정 폭력은 그 말자체가 잘못된거다. 가정내 폭력이 아니고 그냥 폭력이다.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설 일이지 사소한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아내의 도리 엄마의 도리보다 중요한것은 피해 여성이 자신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가족으로무터 탈출하는 것이 인간으로써 당연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피해 여성이 그러한 선택을 할때 사회는 그 선택을 지지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가정 버리고 나온 년이라고 욕할것이 아니라!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피해 여성이 피해 여성에게 주는 편지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지난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그리고 그는 잔인한 말들을 많이 해서 제 가슴을 아주 아프게 했어요
그가 미안해 하는것도,
말한 그대로를 뜻하지 않는 다는 것도 전 알아요
왜냐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 기념일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요
지난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정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엇지요
온몸이 아프고 멍 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 할 거에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머니날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 두르려 팼지요
그런데 그전의 어떤 때보다 훨씬 더 심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죠?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서운데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 할 거에요
왜냐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요
바로 제 장례식날이거든요
지난밤 그는 드디어 저를 죽였지요
저를 때려서 죽음에 이르게 했지요
제가 좀더 용기를 갖고 힘을 내서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오늘 끛을 받지는 않았을 거에요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에 보내온 이메일을 인용
아버지가 구타 다음날 사다 주었었던 수많은 보석중에 사파이어가 가장 이뻤던 기억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