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떤 여성들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노라 하고 어떤 여성들은 오히려 예전보다 못하다고 말할한다.여하튼 '남성 폭력'은 유례없이 확실하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이제부터 성폭력은 다른 사회적 폭력과 동일시되었다. 남자들은 (여자들은 지배한다는 이유로)죄인으로 몰려 손가락질 받게 되었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해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사회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자연이나 문화에서 남성 지배는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함으로써 '남성 지배'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결론은,'여자는 항상 어디서나 열등한 위치에 있고 실제적 또는 잠재적 희생물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임신하여 아이를 낳는 분야'에서는 여성들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성들은 거의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모든 결론을 도툴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 p19
생물학적 차이가 인간을 평가하는 최종적인 잣대가 되면서, 남성과 여성을 대립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p197
저자는 남성과 여성의 성(性) 분리주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여성이 '임신하여 아이를 낳는 분야'에서 뒤쳐지지 않는 다는 것이 도대체 누구에게 무엇이 뒤쳐지지 않는 다는 것인지 이해할수 없다. 남성에게는 출산을 위한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 하지 않는 능력을 가진 상대방과 비교하여 무엇이 더 낫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여하튼, 90년대 신페미니스트들처럼 '남성 지배'에 동의하다 보면, 이제는 두 배로 더 불편해진다. 우리에게 제시된 치유법도 그렇고 진단법도 그렇다. 가장 비관적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서양 여성의 신분과 행동 양식이 상당히 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진보가 불가능한 인간 부류인가? 남성의 본질(남서의 지배)은 요지부동의 것인가?
우선 여성 계층과 남성 계층이라는 대립된 층으로 일반화 하는데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다. 남성/여성 계층을 양분화 시킴으로써 그간 페미니스트들(90년대 이전의 페미니스트들)이 전력을 다해 반대해 오던 본질주의의 함정으로 다시 추락하는 것은 아닌가? 사실상, 모든 남성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남성다움'이라는 것은 없다. 여성다움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남성다움이라는 것도 여러 양상을 띤다. 이원적인 카테고리는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주 단순하고 구속적인 구도를 위해 현실의 복합적인 측면을 지워 버리기 때문이다. 하나의 성을 하나로 묶어서 비난하는 것도 성차별주의와 비슷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p70-1
우리가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권력 남용의 또 다른 예가 있다. 30년 전부터 여성들은 임신-출산의 권리를 독점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임신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 여성이라고 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듯하지만 만일 남자가 아이의 출산을 원치 않는 경우, 이는 남자의 정액을 이용하는 '권력 남용'이라 할 수 있다. 무관심해서 혹은 여자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아서, 한 남자가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은 상당한 진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남성이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 출산한 후, 남성에게 부성애를 강요하는 것은 '정신적 침해'라고 할 수 있다. p113-4
복합적인 측면을 이야기 하면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폭력과 임신과 출산에서의 여성의 권력을 이야기 한다. 수치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나는 전혀 동의 할수 없는 의견이다.
프랑스의 백인여성이 임신-출산의 권리를 독점하였는지 알수 없으나, 현재 한국에서 부녀자가 강간 심지어 인척에 의해 임신하였을 경우 남편의 승인이 없이는 낙태를 할수 없고, 만약 할 경우 그것은 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임산부의 생명이 위독한 경우에도 임산부는 스스로 낙태 결정을 내릴수도 없다.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게 된 것도 성(性) 본능때문이며, 이 성에 의해 여성의 사회적 열등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면, 본질주의 또는 문화주의 철학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가에 따라 두 가지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우선, 본질주의 철학적 관점은 남자의 성과 여자의 성의 분리를 주장하게 되고, 따라서 이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시킨다. 두 번째로 문화주의 철학적 관점은 남자의 성 본능을 변형시키기 위해 투쟁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이 두개의 선택 사항에 대해서 페미니즘의 이론들이 상당히 발전되어 가고 있었다.p160-1
만일 문화주의 페미니즘의 공식적인 목표가 더 이상 남자의 본질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고, 단지 남성의 병적인 증상(포르노, 희롱, 폭력, 매춘, 강간)만을 억제하려는 것이라면, 요사이 남성에 대한 비판은 너무도 과격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세상 대부분의 남성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여서 오로지 극소수의 남자들만이 이 맹렬한 비난을 피해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p162
성(性) 문제에 있어서 현재의 방어적 페미니즘은 완전히 이중적 모순에 빠져 있다. 여성 자신들의 성해방에 대해서는 일언반두 없이, 남자의 성을 제한하는 점점 더 엄격한 틀만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틀은 여자의 성까지 제한하게 된다. 성범죄에 해당하는 영역이 점차로 확대되고,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몇 년 전부터 자리 잡게 되어, 결국 합법적이고 도덕적이며 신성화된 섹스란 것이 제시되기에 이르렀지만, 이것은 신세대들이 향유하는 -어떤 사람들은 남용이라고 할-성적 자유와는 전적으로 반대되는 것이다. 게다가, 남녀 차별주의를 마다하지 않는 이 페미니즘은 성의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곳에서 유사성을 주장하고 있다, 남성의 절대권레 대항하는 투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여성성에 남성을 끼워 맞추기 위해 남성성을 파괴하는 것은 오류이거나 또는 실수이다. 남자를 변화시키자는 것이 남자를 없애 버리자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와 '다른 하나'가 존재한다는 조건 하에서만, '하나'가 '다른 하나'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p175-6
그들은 여성들이 지난 30년간의 큰 승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런 여성에 대해 자신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말했다. 소유권을 박탈당했거나, 어찌할 바를 모르거나. 비통해하거나 불안한 상황에 빠진 남자들은 그들의미래상에 대해 아주 끔찍한 악목을 꾸고 있었다. 앞으로는 물건과 다름없는 남자, 거세된 남자, (번식에 있어서까지도)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남자들은 그들을 KO시킨 '여자 챔피언'에 대해서 말했으며, 젊은 남자들은 '여성들의 지배'에대해 운운하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들의 새로운 경쟁자인 여성을 다소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예외적인 조사를 읽다 보면 남자들은 대체로 그들에게 강요된 변화 때문에 희생되었으며, 자신들이 부당하게 비난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절대적 힘을 주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성 자신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실, 페미니즘은 이데올로기적 전투에서 승리했으며, 남성들로 하여금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도덕적 힘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남성들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을 좌우할 수 있는 힘, 즉 경제권과 재정권을 남이 부러워할만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체하고 있다. 남자보다 교육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실직률이 남성 실직률 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동등한 교육 수준을 가잔 남녀 간의 급여차는 언제나 여성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고 프랑스 최고 기업 5천개사에서 여성 간부는 8%에 그치고, 프랑스 최고 1백20개 대기업 이사의 5.26%만 여성에게 할애되었다는 것만보아도, '유리 천창'이 신화가 아니라는 것을 아 수 있으며 , 끝으로 많은 남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우월성을 내세워 가족과 가사에서 필수적인 의무를 배우자에게 모두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p184-5
나는 여성학을 제대로 공부해 본적이 없다. 그저 띄엄띄엄 관심이 가는 책들을 찾아 읽는 정도이고 특히나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실제와 강단 철학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처음 충격과 전율을 느끼며 읽었던 책이 정희진 씨의 책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접한 대부분 페미니즘 도서들은 '제1세계의 백인이성애자' 들이 서술한 책들이다. 그들에게는 구페미니즘, 신페미니즘을 나눌만한 여러갈래의 지나온 길이 있는것 같다.
이책을 읽으며 저자의 주장에 대부분 동의할수 없었던 것은, 저자 스스로 문화주의 페미니즘을 주장하면서 제3세계나 동성애자들등 자신보다 문화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위치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다.
잘못된 길에 대한 비판은 구구 절절 하지만 가야할 길에 대해서는 흐리멍텅하다.
평등이란, '동일한 것(=)'을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한 것이지, '서로 다른것(≠)' 으로부터는 성립될 수 없다. 이 기본적인 논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평등'이란 용어의 의미만을 강조한다면, 결국은 원하던 것과 정반대로 나아가게 된다. '서로 다른 것들 안에서의 평등'에 호소하는, 즉'남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는 '성동등주의'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p219
생각해 볼것들.
1.영원 불변하는 남성성/여성성 따위는 없다고 나 역시 생각하지만, 남성과 여성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그 차이의 폭은 개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등을 주장할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것인가?
2.성매매 여성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수 없는 금치산자와 같은가? 성매매 정당화 하고 성을 파는 이를 보호할것인가?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면 그들이 보호가 되는가? 남성에게 성매매란 무엇인가? 모든 일에 지극히 이성적이라는 남성들이 오로지 성에 관해서는 어째서 늘 '주체할수 없는 성욕'이라고 하는가? 호르몬때문에?
한남충, 살인마로 일반화 되고 있다고 억울해 하는 남성들이 읽으면, 무릎을 탁 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깔끔하게 ★
동의하지 않는 글들을 대부분 발췌했다.
올해 안에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