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배 속에 있던 아이의 장례를 지내는 것이다. 하나의 생명을, 이번에야말로 스스로의 의지로 보낸다. 눈을 똑바로 뜬 채 보내고, 떠나가는 모습을 분명히 기억에 담는다. 이것은 장례식. 비로 충만한 숲 속의 수장이다. 형태를 갖지 못한 갓난아기, 빠져버린 기억, 그 전부를 저 새끼 고양이에게 의탁한다."P35

 

유산의 상실감 속에서 노부에가 상처입은 새끼 고양이를 세번째로 갖다 버리면서 하는 생각들. 죽은 아이는 죽은 아이고 그 고양이는 그 고양이일 뿐이다. 우습다. 인간은.

 

대단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쨌든 20년이나 살아서 도깨비 같은 지헤를 지닌 고양이다. 노인끼리 오래 살았는데, 이 녀석은 마치 도지 자신에게 모범을 보여주려는 것같다. 그리 멀지 않은 날에,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을 먼저 편한하게 걸어가며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랬다. 이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에는 죽음이라는 것도 그리 무섭지 않을지도 모른다, 드이어 그날이 왔을 떄 도지는 틀림없이 생각할 것이다. 몽 녀석이 간 길이니까 나도 잘 갈수 있을 꺼라고.P222

 

노부에와 도지는 세번이나 버려졌다가 다시 돌아온 고양이 '몽'과 함께 20년을 살았다. 노부에는 몇년전 죽고 남은것은 늙은 도지와 도깨비 같은 지혜를 지닌 몽. 우습다. 인간은.

 

동물들은 언어가 없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관념이 없다. 그러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을수도 없다. -물론 고통에 대한 공포는 있다. -그렇기에 죽어가면서도 어떻게든 더 살아보겠다고 찌질한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그저 동물이기 때문이지 도깨비 같은 지혜가 있어서는 아니다. 인간은 동물들에게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 한다. 자신을 위해서.

아마도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이 무의미한 의미짓기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바로 이 의미짓기가 아닐까 싶다. 내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되는 순간 인간의 선택은 둘 뿐이다. 모른척 하거나 죽어버리거나.

 

해설부터 읽는 습관을 지닌 바보 독자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저도 이렇게 글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힘듭니다. 여러 번 다시 읽어도 토할 것만 같습니다. -해설 중 발췌-P236

 

1부와 2부를 겨우겨우 읽었다. 이 뽀얗고 평화로워 보이는 고양이와 사람의 그림을 책표지로 내세운 책이, 어째서 이따위인가. 1부의 여자는 다 죽어가는 새끼고양이를 유산한 자신의 아이라고 의미짓고 살고자 기를 쓰는 녀석을 죽음으로 세번이나 내몬다.

2부의 애정결핍의 소년은 작고 보송보송하고 사랑스러운 생명체에 대해 극심한 증오심을 품고, 사람 아이를 잭나이프로 찌르려는 생각을 하면서 발기하고 아버지가 주워온 다 죽어가는 고양이로 아버지에게 삥뜯을 생각이나 하고 있다. 물론 1부의 여자는 결국에 그  고양이를 받아들아고, 2부의 소년은 19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아버지의 고난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것 같기는 하지만.... 3부는 1부의 그 여자의 남편인 노인이된 도지와 그 버려졌던 새끼고양이가 20살이나 되어서 죽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20년이나 함께 살았던 종이 다른 존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 일까? 어쩌면 서로 종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그 긴세월을 함께 할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언어로 소통하려는, 그래서 서로를 이해했다는 오해따위는 하지 않을수 있으니까.

 

이불 위에는 올라오지 않도록 가르쳤지만, 도지가 다다미에 팔베개를 하고 낮잠을 자기 시작하면 몽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얼굴로 어디선가 다가와 내쫒지 못하도록 대부분은 도지의 등에 자기 등을 대고 옆으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뒷덜미 옆에서 자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몽과 몸을 맞대고 잠이 들면, 도지 체내의 패쇄 회로를 돌고 있는 혈류가 어느새 개방되어 어쩐지 연결된 고양이와 자기 몸을 타고 빙빙 돌기 시작하는 것 같은, 더 나아가 좀 더 광대하고 막막한 흐름에 녹아들어 몸과 함께 멀리 흘러가는 것 같은 감각이 거듭 끓어오른다. P176 

 

이런 감각, 이런 일체감, 행복감이라 부를수도 있는 이것때문에 아마도 인간은 동물을 길들이고, 동물에 돈들이는것이겠지.

 

술안주나 옷 정리, 은행 계좌 관리, 정원수의 겨울 대비라는 사소한 일들을 생각할 때는 괜찮은데, 자기도 모르게 문득 마음이 생활의 영역에서 벗어나 정처 없이 떠돌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 P172

 

벤치에 앉아 책을 읽다가 이 구절에서 잠시 책장을 덮고 생각했다.'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내 마음은 언제쯤 돌아오려나...'

 

 

 

고양이 울음은 집사들이 흔히 말하는 '골골송'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왜 고양이 울음이라고 불렀는지 이해가 가긴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골골송'이라 불리는것이 낫다. 몸 어딘가에서 울리는 골골그릉그릉릉한SONG~

 

 

 

 

 

 

 

 

 

 

 

 

 

 

 

 

나의 못난이 공주님. 1년 6개월사는 동안 1년4개월을 아팠던 안쓰럽고 안쓰러운 나리가 떠난지 일년이다.

나는 내세를 믿지 않는다. 영혼같은것도 믿지 않는다. 죽음은 완전한 끝.

영원은 남겨진자의 기억에만 의존한다. 내가 너를 기억하는 한 너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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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2015-09-1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피, 나미, 나리 눈꼽 3형제 구조하셨던 이야기 생각나요.
아픈 아이 돌보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고양이별에서 엄마 생각 많이 하면서 친구들이랑 재밌게 지낼거라 믿어요....ㅜㅜ

`고양이 울음`은 아무개님이 소개해 주신걸로 충분...안 읽을래요.

아무개 2015-09-18 13:05   좋아요 0 | URL
아..세상에.
우리 흰양말 삼총사를 지금껏 기억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

`고양이 울음`의 작가가 미스테리 전문이더라구요.
그래서 인지 고양이가 등장하는 다른 일본 소설들처럼
소소한 따뜻함 같은건 없습니다.
1,2부는 길냥이를 거둬서 키우는 집사라면
책을 바로 집어 던지고 싶게 만드는 구절이 너무 많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