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매우 협애한 이념적 대표 체제, 사실상 보수만을 대표하는 정치적 대표 체제에 있다고 본다. 내용적으로 보수 편향의 정치 구조는 민주화 이후에 변화되기보다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다. 한 사회가 이념적으로 자유롭지 못할 때, 냉전 반공주의가 여전히 지배적인 정치 언어로 기능하고 있을 때, 민주주의는 그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합의 형성의 기제가 되기는커녕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그 사회의 기득 구조와 특권 체제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기제에 머루르게 된다.
냉전 반공주의가 지배하는 보수 편향의 정치적 대표 체제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결과는 무수히 많다. 직접적으로 그것은 서민과 노동계급의이익 및 요구가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지속 시킨다. 좀 더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그것은 노동을 천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일에 대한 헌신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경시하며, 따라서 부동산 투기나 재체크, 펀드 관리와 같이 생산적 노동을 당본하지 않는 그야말로 돈벌이 그 자체에 구이 사회가 열병처럼 휘말리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p23
중요한 것은 지역감정의 정치가 서울로의 초집중화 및 그에 따른 지방의 배제라는 갈등 구조에 기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정치적 분획선은 중앙 대 지방의 차원에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 대 지방의 대립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초집중화의 문제를 지역 간 갈등으로 환치시킨 힘은 다시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성에 있다. 정치적 대표제체의 이념적 협애성, 계층적·이념적 기반을 갖지 않는 정당 조직, 보수편향적 엘리트 과두 체제, 냉전 기득 세력의 강한 헤게모니 등과 같은 정치·사회적 조건에서 정치 경쟁은 국가권력의 소유권을 둘러싼 단차원적 갈등으로 표츌될 수밖에 없다. 이때 경쟁의 편을 가르는 구분선은 지연, 학연과 같은 일차적 특성에 따른 것이 되기 마련이다. 사실 지역감정의 대립은 중앙 엘리트 사이의 권력을 둘러싼 경쟁의 산물일 뿐, 그것이 영남과 호남의 지역민이 갖는 문화적 특성이나 어떤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p.32-33
결국 한국의 정당 체제는 분단국가를 만들었던 두 중신 세력인 이승만 그룹과 한민당(뒤에 민국당, 민주당으로 변화)이 공화국 수립 이후 서로 대립적인 경쟁자가 되는, 즉 정치적 노동 분업을 통해 경쟁 관계로 들어가는 것에 그 기원을 갖는다.(...)그리고 이 두 그룹만이 정당 체제를 주조하게 됨으로써 한국의 정당 체제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게 되었다. 첫째, 여야당은 이념적으로 동일한 지평 위에서 경쟁한다. 둘째, 양당은 밑으로부터의 대중적 이익이나 요구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엘리트 중심적 성격이 강하다. 셋째, 사회의 계층적·작능족˙직업적 이익들은 그들 스스로의 조직화를 통한 방식으로는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한다. 넷째, 그러면서 여야당을 막론하고 사회 전체, 국가 전체, 민족 전체의 대의와 이익을 내세움으로써 포괄 정당적 성격을 갖는다. p63-64
다른 한편 야당은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제약과 조직 구조의 전근대성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지지를 동원하고자 하는 의지도 능력도 인센티브도 갖지 않았다. 이미 분단국가의 건설자들은 스스로 정치적 경쟁의 틀을 협애한 이념적 공간 내에 가두었고, 갈등과 균열을 표현할 수 있는 정치 언어와 담론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축소했다. 좌우의 극한적 이데올로기 갈들이 가라앉았을 때, 당시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던 '인민'이라든가, '계급'이나 '노동자'라는 말은 공산주의자들의 언어인 것처럼 인식됨으로써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정당이 사회갈들을 표출하고 대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결국, 야당은 오로지 권력 독점을 비판하는 민주주의의 원칙과 가치를 강조하면서 민주주의 세력임을 자임하는 것으로 임무와 역할을 다했던 것이다. 130-131
나는 일찍이 한국의 지역문제는 지역 대 지역, 예컨대 전라도 대 경상도 하는 식의 지역간의 감정적 대립을 본질로 하는 것이 아닌, '호남 문제'라고 정의한 바 있다. 즉 지역 문제를 지경 간 감정의 대립으로 인식하는 것은 허위의식, 곧 이데올로기라고 강조해 왔다. 지역 문제의 본질인 호남 문제는 그 원인을 이루는 세 가지 구성 요소를 갖는다.
하나는 유신체제에서 국가와 민간 부문의 엘리트 충원에 있어서의 호남 배제, 둘째는 지역 소외를 해소해 줄 지도자로서의 김대중씨와 호남민 사이의 강한 정서적 유대의 형성, 셋쌔는 광주민주항쟁으로 인한 억압의 집닺적 경험이 그것이다. 선거에서 지역 간 경쟁의 구도는, 1987년 민주와와 더불어 선거 공간이 개방되었을때 야당과 민주화 운동이 단일 전선으로 통합되는 것을 제어하고 분열시키기 위한 권위주의 세력의 사회적 동원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p132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의 지역 정당 체제는 민주적 개방과 더불어 대중 동원이 필요했을 때, 다른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것처럼 정치 갈등의 영역을 전국적으로 최대화하는 계층적·직능적·기능적 이익과 균열을 따라 대중을 동원한 것이 아니라, 기존 구정당 체제의 틀 속에서 지역을 수직적으로 분획함으로써 국지화된 갈등 축을 따라 대중을 동원한 결과인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정당 체제가 지역 정당 체제라는 특성을 갖데 된 까닭이다. 이런 정당 체제는 샤츠수나이더가 말한 대로 일반 대중의 이익보다는 엘리트의 이해관계에 크게 유리한 '편향성의 동원'을 제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p133
보통 많은 사람들은 평민당·민주당·국민회의·새펀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을 개혁적인 정당으로,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보수적인 정당으로 통일민주당-김영삼의 민주계를 그 중간쯤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이념적 스펙트럼 위에서 보수· 새력으로 가름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협애한 이념적 대표 체계에서 한결같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정당 간 이념적 차이는 의미가 없다. 그것은 막연한 당엘리트의 과거 경력과 지지 기반의 성격 그리고 운동권의 누가, 어느 정도로 참여하고 있느냐 하는 정도 이외에는 다른 것이 없고, 따라서 그것은 다람 추론이나 추정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p135
민주 정부의 실패는 보수적 이데올로기의 헤게모니, 기득 이익의 강력함, 여소 야대, 지역 기반의 소수자적 협애성 등과 같은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민주적 리더십의 약함과 정부 운영 능력의 약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 정부의 실패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기술 관료적 경영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통한 민주적 국정 수행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조직적 기반과 리더십을 끊임없이 민주화하는 것만이 집권 민주 정부가 유능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기등스가 강조하듯이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귾임없이 인주화하는 것이다.
p151
즉 민주주의가 약한 것은 서구 민주주의의 정당의 제도화와는 달리 정당이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지 못했디 때문이다. 사회의 균열에 뿌리를 두지 않기 때문에 선거 경쟁에서 장당 간의 차이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장당과 사회 균열 사이의 연계가 약하기 때문에 선출된 공직자는 투표자에 대해 책임성을 갖지 않는다. 책임성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의 말은 유건자와의 약속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수사와 공약을 수 없이 토해내지만 그 말에 책임을 지도록 사회와 투표자에 의해 구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의 엘리트 이익과 사인적 보스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이런 상황은 곧 기득 이익의 헤게모니를 보장해주는 상황으로 귀결괼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냉전 반공주의와 접맥되어 있는 낡은 정당 체제를 해체하는 것, 다시 말해 정당의 가반과 구조 자체를 급속하고도 광범위한 사회 변화가 만들어 낸 새로운 갈등 구조에 뿌리내리도록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186
IMF 금융 위기 이후 세계화라는 균열이 한국 사회를 그야말로 강타하면서 사회 갈들의 구조를 과거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변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균열의 축과 동맹의 양태가 왜 더욱 분열적이고 혼란스럽게 나타난 것일까? 그것은 사회적 갈등이 정치적으로 동원되고 대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IMF 금융 위기와 세계화로 인해 균열 구조가 변화되고 다양한 집단적 요구들이 제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당도 이를 댚하거나 여러 갈들의 요소들을 통합해 실현 가능한 정치적 대안으로 발전시키려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사회 세력과 집단들의 요구를 실천 가능한 정책 대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마저 갖지 못한 채 한국 사회는 전보다 더 분열되고 말았다. p211
우리는 김영상·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개혁 실채의 틈새로 효율성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향수, 물량적 발전 모델을 성공적으로 창출한 박정희 정부에 대한 향수가 세 정부의 개혁 담론을 비웃으며 더 확대 되었음을 보게 된다. 정치를 폄하하고 조롱하며 정부의 기능을 부정적으로 보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의미를 경제적 가치에 종속시키는 담론의 위력 앞에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의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운동이 현실적인 이념이나 목표를 갖고 우리 사회의 유력한 정치 세력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노동운동 내부의 연대적 기반은 약화되고 있는반면, 노동운동의 리더십은 아직까지도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인 급진주의에 의해 자신의 잠재력을 소진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급진적 이념을 상당 정도 선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를 규율할 능력을 갖지못하며, 우리 사회이 소외 집단과 세계화의 충격을 픕인한 광범위한 사회계층을 대변하지도 못하고 있다. 노동운동도 변해야 한다. p216-217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일 수 밖에 없다면,
다른 밥그릇을 찾는 수 밖에..,,
녹색당에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