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록하다 - 침몰·구조·출항·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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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사고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세월호 사고를 낳은 것은 우리가 '정상적인 상태'라고 여긴 바로 그 국가, 그 사회 시스템이란 사실이다.


(..) 상식을 초월하는 이 사고에는 당연히 상식을 초월하는 어떤 거대한 '일격'이 있었을 것 같지만, 나는 재판 과정을 통해 참사의 배경에 있는 것은 촘촘하게 결합된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하고 무능한 행동들이란 사실을 알았다. 애초 낡은 배가 도입되도록 이명박 정부가 선령 규제를 완화한 것도 문제이지만, 청해진해운이 무리한 증개축을 하지 않았다면 이 배는 지금처럼 위험한 배가 되지 않았다. 무리한 증개축에 한국선급이 제동을 걸었더라면, 적어도 증개축 이후 한국선급이 승인한 화물 적재 기준에 따라 화물을 실었다면, 위험한 출항을 거부할 수 있도록 선원들에게 발언권이 있어거나 그들에게 용기가 좀 더 있었더라면, 운항 관리자가 규정대로 출항을 규제했더라면, 조타수가 대각도 조차를 했더라도 복원성이 그 정도로 악화된 상태가 아니었다면(평형수가 좀 더 채워지도 화물이 단단히 고박되었다면) 배는 쓰러지지 않았다.

설령 배가 쓰러졌다 해도 선원들이 평소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아 비상사태에 현명히 대처했더라면, 비상시 선내 방송 메뉴얼이 갖춰져 있었다면, 진도VTS가 퇴선 결정의 책임을 세월호에 맡길 게 아니라 과감하게 지시했더라면, 구조 세력들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면 협력하는 훈련이 되어 있었다면, 출동한 123정 해경이 더 적극적이고 판단력이 뛰어났더라면.... 이 많은 '였다면'이 결합되지 않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거나 적어도 참사가 되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일탈을 처벌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게 아니라 이 복잡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우리 모두가 공유한 책임을 진심으로 성찰하는 일이다. 허위로 점철된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가장 약자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부정의를 바꾸어야만 한다. 근본적으로 이 사회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리스 영은 말한다. "우리가 속한 제도가 부정의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보거나 혹은 그런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고 빋는다면, 우리는 다른 이들과 연대해 그 제도에 반대해야 할 정치적 책임을 지닌다."


                                                                                                               -에필로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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