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면 따져봐 -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최훈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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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야 예전에 그토록 재미있게 읽었던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의 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생활 침해, 국가보안법,학생인권조례,양심적 병역거부, 성차별, 동성애자 차별, 지역과 인종에 따른 차별, 학벌에 따른 차별, 장애인 차별, 피의자 인권, 사형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물의 권리.


책머리에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은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입니다" 라고 쓰여있다.

위에 나열된 각각의 상황들에 대한 차별이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지를 논리적으로 풀어주는 내용인데,

생각보다 가려운곳을 박박 긁어주지는 못한다.

분명 손이 닿지 않는 등짝 '거기' 어딘가가 있는데 거기 '근처'에서만 맴도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요새들어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감성적인 존재라고 확신을 해버린

내 입장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아도 솔직히 내가 싫으면 싫은거다. 싫은게 나쁜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어쩌겠는게 나는 싫고 내가 싫은게 좋은게 될수는 없지 않은가....


사형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죽인다고 죽은 사람이 되살아 나는 것도 아닌데 꼭 사형을 시켜야 하겠느냐?

평생 그 사람의 자유를 빼앗는 종신형으로도 충분하다" 라고 이야기하면,

"내가 왜 내 돈으로(세금) 그 자식 먹이고 입히고 재워야 하냐? 나는 싫다! "라고 대답한다면

이건 또 무슨 논리적 오류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할말은 없다.

무조건 싫다는데 어쩌겠는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것은

어떠한 경험때문이기도 하다.

그냥 이유없이 무조건 싫다는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도 설득할 수 없다는 경험.

장애인도, 흑인도, 동성애자도, 그냥 싫으니까 싫다는 사람에게 도대체 어떤 논리를 펼쳐야 할지....


물론 이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겠지만.....


사생활 침해는 단순히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상대방이 성인인 이상 그 사람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본인이 가장 잘 압니다. 저 사람이 불행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 감 놔라 대추 놔라 간섭하는 것은 그 사람 나름대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행복을 얕잡아보는 행동입니다.(...)그리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할 수 있는데 상대방은 끔찍이도 공개하기 싫어하는 점이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나 그런 것이 하나쯤은 다 있을 터이므로 다른 사람들도 있을것이라는 역지사지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것이 밝혀지는 것은 공개 장소에서 발가벗겨지는 것만큼 수치스럽다는 점을 이제 알아야 합니다. 그런 수치를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은 인간의 권리이므로 사생활 침해는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p38-39

국가보안법은 북한과 상관없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보편적 인권 측면에서 그 문제점이 지적되어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정치체제로 삼고 있고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법이므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쪽보다 존치를 주장하는 쪽이 오히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없는 북한을 따르고 있는 셈입니다.(이 주장도 오류이긴 하지만 종북이라고 공격하는 쪽이 스스로 덫에 걸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해보았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이러저러한 독립적인 근거를 제시한 다음에 북한도 그런 무시무시한 주장을 한다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종북의 주장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가져온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p62-63

논란이 되는 전점을 전제로 삼기 위해서는 그 논점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아직 논란 중인 논점을 전제로 제시하면 누가 거기에 동의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상대방이 동의 할 수 있도록 입증하지 않은 채 논란이 되는 논점을 그냥 전제로 제시하는 오류를 논점 회피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논증도 논점 회피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를 짧게 하고 교복 치마는 길게 하는 것이 학생다운 모습일까요? 아니면 머리나 교복을 통해 자신으 ㅣ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학생이라고 해도 당연히 가져야 하고 오히려 길러주어야 할 특성일까요? 그것 자체가 지금 논란 중인 사안입니다. 반대 쪽은 두발과 복장을 단정하게 하는 것이 학생다운 모습이라는 점을 찬성 쪽도 동의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그게 학생다운 모습이라는 전제만 계속 들이대는 것은 논점을 회피하는 것입니다.p77-78

`군대 가기 싫어하는 사람은 비난이나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는 군대 가기 싫어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는 비난이나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첫 번째 전제의 `군대 가기 싫어한다`와 두 번째 전제의 `군대 가기 싫어한다`는 서로 다른 뜻입니다. 처 번째 전제의 경우는 힘든 일이 싫거나 경력의 단절을 걱정한다는 뜻이지만, 두 번째 전제의 경우는 어떤 신념에 의해 병역을 거부한다는 뜻이니까요. 이 논증은 그 차이를 무시하고 병역을 거부한다고 해서 첫번째 전제에서와 같이 개인적인 욕심으로 거부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군대 가기 싫어한다`가 갖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게 덮어씌우는 것이죠.p107-108

내친김에 말하자면 `진짜`페미니스트들은 여성가족부가 페미니즘의 이념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성.가족.청소년.아동 업무를 한데 묶어 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가족.청소년.아동을 돌보는 일은 여성의 고유 업무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런 일은 국가가 담당해야 할 복지 업무인데도 여성 정책과 관련시켜 생각하는 것은 가정과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는 전통적인 가족 이데올로기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p126-127

참고로 미국정신의학회 홈체이지에서는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의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동성애가 문제 있는 가족 관계나 잘못된 심리 발달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된 적도 있지만 그것은 오해이고 편견이라고 덧붙이고요.p146-147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뛰어난 철학자를 한 명 뽑으라면 늘 뽑히는 칸트는 "당위는 능력을 함축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당위는 의무를 말합니다. 우리에게 무슨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에게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첫머리에서 보았던 <도가니>영화의 실화에서도 당위-능력의 오류가 보입니다. 성폭행 상황에서 장애인은 항거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항거를 해야만 성폭행이 인정된다고 말하는 것은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하는 잘못입니다.
칸트가 "당위는 능력을 함축한다."라고 말한 것은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의무를 면제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칸트의 말을 달리 볼 여지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의무라면 그 의무를 다 할 수 있는 능력을 누구에게나 주어야 한다고 뒤집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의무와 능력읠 맞출 경우 의무를 낮추는 방법이 있고 능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투표를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투표소가 계단만 있고 엘리베이터는 없는 2층에 있다고 해봅시다. (계속)

신체 장애인은 투표를 할 수 없는데 투표를 하라는 의무를 지운다면 이것은 당위-능력의 오류가 됩니다. 이 오류를 벗어나기 위해 의무를 낮추어 장애인에게는 투표의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쟁애인도 정치 참여의 욕구가 있고 그것을 존중해 주어야 하므로 이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거꾸로 능력을 높여 장애인도 그런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의무에 걸맞은 능력을 부여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염치 없는 짓이 전혀 아닙니다. 이런 장애인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은 결코 사랑과 봉사가 아닙니다. 사랑과 봉사는 하면 칭찬받지만 안 한다고 해서 비난받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나 장애인에게 적절한 능력을 주는 것은 안 하면 비난받는 의무입니다. 특혜나 시혜가 아닙니다.p218-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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