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상식이 서로 견제할 때는 몰상식이 생겨나지 않는다. 하나의 상식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비상식적인 사건을 낳을 뿐이다. 부자 되기가 다른 상식을 모두 먹어 치우고 유일한 상식으로 등극하면, 상식은 괴물이 된다. 부자 되기라는 상식은 부동산 거품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내가 사둔 아파트의 가격은 하락해서는 안 된다는 자폐적 사유가 자라는 온상이 된다. 지배적인 상식의 괴물에게 바쳐질 제물이 될 위험에 처하고 나서야, 순진한 믿음과는 달리 모든 상식이 정의가 아니었음을 우리는 깨닫는다. 모든 상식이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 어떤 상식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 때 안토니오 그람시를 만나면 적절하다. P26

 

상식이 바람직함을 갖추면 양식이 된다, 하지만 상식은 양식보다 힘이 세다. 권력자들은 상식에 대한 대중들의 믿음을 이용해 정치를 하기에 상식적인 말을 늘 언급하지만, 상식에만 머물 뿐 상식으로부터 양식으로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양식은 상식 앞에서 무력하다. 상식을 이용하는 세력과 상식을 교정하려는 세력이 싸움을 벌일때 보통 상식을 이용하는 편이 승리한다. 상식을 자극하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보수정당은 '서민'의 표를 얻고, 경제정의를 외치는 진보정당은 빈민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 P28-29

 

임금노동이 평범한 사람들의 운명과도 같은 무게감을 지닌다면, 그 운명에 맞서는 방법 중 하나는 임금노동의 보편성에 대한 인식이다. 그것을 거창한 말로 표현하면 연대라 한다. 연대가 지배적인 사회에선 거대한 공통분모에 주목하고 복지라는 수단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는 임금노동이라는 굴레를 헐겁게 해 주지만, 연대라는 단어를 살해한 사회에선 누구나 자신만의 예외를 꿈꾸며 임금 노동의 세계로부터 혼자 탈출 할 궁리를 한다. P192-193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지 않을 때, 설상가상 보호하기는커녕 국가가 악행의 근원일 때 , 국가로부터 돌아앉은 개인은 대체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어떤 이는 국가가 개인을 돌보지 않을 때 이기주의로 후퇴한다. IMF 관리체제 이후 한국인의 상식은 적어도 그렇다. 한국인은 국가가 나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오직 부만이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한 이기적 상식은 행결책은 아니다.

개인의 먹고살 걱정을 해결하지 못하는 국가는 개인을 대리할 자격이 없다. 개인은 국가가 최고한 먹고살 걱정을 해결해 준다는 믿음에 따라 많은 권리를 국가에 양도했다. 개인의 권리를 양도받은 국가가 국가에게 귀속된 과대한 권리는 당연하고 개인은 국가에 대해 의무만 지는 개체라 주장한다면, 그때부터 국가는 정당성을 상실한 이익집단에 불과하다. 만약 이익집단이 소수 개인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그때부터는 국가가 아니라 패거리라 불러야 한다. 따라서 해결책은 개인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가의 정상화이다. P220

 

양적 팽창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한 '성장'이 '성숙'을 대체하여 삶의 목표가 되는 사회에선, 배움조차 성숙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수단이 된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팽창 숭배 사회에서는 배움도 스펙의 도구로 전락했다. 전 국민이 죽어라 공부하고 졸업 후에도 승진하기 위해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지식사회의 외양은 갖추었어도 성숙이라는 목표를 잃어버린 사회에서 배운 사람과 성숙한 사람은 일치하지 않는다. P245

 

 

 

이제 내 국가가 더이상 국가가 아니고 패거리가 되었고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 옳은 상식이 아니라는

새해 벽두에 뒷통수를 후려맞은 듯 눈알이라도 튀어나올것 같다.

 

읽는 내내 '보고 있나? 무려 철학박사씨!'라며 생각했었는데

하하하

무려 그 철학박사씨의 추천서가 책 뒷장에 있네. 하.하.하.

나 혼자 괜치 민망하여라....

팬심은 이런것인가.

무려 철학박사에게서 사회학자로 갈아타버렸다....

 

 

 

 

 

덧. 인용했던 책들에 대해 책 뒷부분에 따로이 설명을 붙여둔것이 참 맘에 든다. 다만 너무 어려워 보이는 책들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 다는게 문제지만....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책을 빌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놓고 마는

서평집도 사회학책도 철학책도 아닌 모습의 책들 보다는 훨씬 좋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보관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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