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은 건강한 체력에서 나온다.
내 몸과 마음이 아프면 나에게도 남에게도 다정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건강한 상태여야 남에게도 친절하기가 더 쉽다.
마음과 몸의 체력을 위해 매일은 아니어도
책을 읽고 운동을 한다.
물론 아직 술도 마신다. 그래도 언젠가는 끊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내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소설을 못(안) 읽는 편이다. SF영화는...반지의 제왕인가 하는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자다가 나왔고, 해리포터도 제대로 본 적 없고 뭐 그런데 책 제목이 나를 SF소설을 읽게 만들었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가?
나는 어떤 인간인가?
기발한 설정으로 무거운 주제들을 기가 막히게 잘 다뤘다.
오랫만에 아니 처음으로 읽은 SF소설, 읽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 즐거운 독서였다.
만약 인간이 죽지 않는 생명체가 된다면, 그것이 과연 인간일까?
그럼 죽지 않으면 신인가?
나는 끝이 없는 삶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끝으로 가는 길이 좀 덜 힘들기를 바랄 뿐이다.
어제 운동가는 길에 갑자기" 아...나는 정말 습관적인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팍 들었다.
알람 끄고, 인공눈물 넣고, 기지개를 켜고, 핸드폰 챙기면서 안방에 고양이 물그릇을 싱크대로 가져간다. 화장실 가서 가글하고 볼일 보고 손 씻고 나와서 미온수에 유산균을 먹는다. 스트레칭을 간단하게 하고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바닥의 모래를 쓸어낸다. 고양이 1과 2의 췌장약, 변비약을 먹인다. 씻고 화장품을 바르고 머리를 말리고 나온다. 커피 물을 끓이는 동안 지난밤의 주식과 코인 시세, 오늘의 날씨를 확인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고양이들과 아이 이뻐라~오구오구 사랑해요~ 타임을 갖는다. 옷 갈아입고 출근한다. 점심을(마녀스프, 닭가슴살, 햇반 늘 똑같다. 가끔 닭가슴살 대신 삼치나 고등어 아니면 계란찜을 먹는다) 먹고 바로 30분간 걷는다. 퇴근하고 고양이 약 먹이고, 고양이 화장실 치우고 청소하고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가거나 정신과 약을 먹고 일찍 뻗어 버린다. 토요일은 조금 늦게 일어나서 오전 루틴을 그대로 하고 대체로 해장으로 라면을 먹고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운동을 간다. 다녀와서 씻고 술을 마신다. 일요일도 오전은 똑같고 해장후에 주중에 먹을 마녀스프를 만들고 대청소를 하고 씻고 고양이 챙기고 일찍 약 먹고 자거나 술을 마신다.
내가 술을 끊기 힘든 이유는 나처럼 거의 모든 일을 습관적으로 하는 인간이, 술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늘 먹을 안주와 술을 떠올리는 순간이 사실 실제로 술을 마실 때 보다 더 도파민이 팡팡 나온다.
여행 갔을 때보다 여행 가기 전이 더 행복한 것 처럼. 실제로 사귈 때 보다 사귀기 전에 밀당 할 때 더 신나는 것 처럼.
도파민은 도파민으로 이겨야 하는데 내가 무엇을 그렇게 까지 좋아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계속 기름진 안주에 술을 마셔댔더니 깔짝깔짝 운동을 해도 체중이 슬금슬금 늘기 시작하더니
이제 내 스스로 힘들어지는 몸무게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식단 변화 없이 술도 마셨는데 살이....빠지고 있다.
퐁퐁 도파민이 나오는 걸 느꼈다. 오호...그렇다면 술을 안마시면 더 빠지겠네.
도파민이 '퐁퐁' 하는 일요일 오후.....
아래의 밑줄은 이 책에서 발췌헸다.
사랑이 식는 이유는 뭘까? 수 세기 동안 인류가 풀지 못했던 이 미스터리를 도파민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애초에 인간의 노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갈망하도록 빚어졌다. 그래서 인간은 갖가지 가능성을 자양분 삼아 미래를 꿈꾼다. 반면 익숙해진 것에는 흥분과 기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때 인간은 다른 새로운 것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 현상을 과학자들은 ‘보상예측오류"라고 부른다. 뜻을 말 그대로다, 우리는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매순간 끊임없이 예측한다. 그런 가운데 실제로 일어난 일이 내 예상보다 좋았을 때 우리는 미래 예측에 오류가 있었다고 말한다. 오늘 예상보다 일찍 퇴근하거나, 통장에 10만원이 더 들어 있다면? 이 행복한 오류는 도파민을 작동 시킨다. 도파민 발화에 시동을 거는 것은 이렇듯 예상치 못한 좋은 소식이 선사하는 짜릿함이다. 아낀 시간이나 돈 자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 P29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과 아끼며 좋아하는 마음은 뇌의 기전 자체가 다르다. 그렇지 않다면 고대하던 것을 막상 손에 넣고서 다들 그렇게 시큰둥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 P75
중독성 있는 약물은 골치 아픈 ‘예측-예측 오류 회로‘를 아예 우회해 버린다. 그러고는 도파민 회로를 인위적으로 점화시킨다. 그렇게 모든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다. 결과적으로 남는 것은 온 몸의 세포가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 뿐이다. 약물은 정교하게 유지되던 몸의 균형을 너무나 쉽게 무너뜨린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뇌는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 약물은 몸의 사정을 아랑곳 않고 무조건 도파민 분비를 재촉한다. 뇌는 잠시 우왕좌왕 하다가 곧 만사를 약물과 연관 시켜 처리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의 해결책이 약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축하할 일이 있어? 약을 해. 친구를 만나러 가? 약을 해. 스트레스 받아? 지루해? 편안해? 긴장돼? 화가 나? 자신감이 넘쳐? 후회돼? 피곤해? 의욕이 충만해? 그렇다면 약을 해!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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