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 플레이어 - 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며 이기는 기술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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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며 이기는 기술

                      페어 플레이어

                                        데이비드 보더니스


저자는 수학과 물리학, 경제학을 전공을 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지식의 르네상스 맨'이면서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 「E=MC2」은 26개국 언어로 출간되어 밀리언 셀러가 되었고 새뮤얼 존슨상을 수상했으며 수년간 글로벌 기업의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을 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로, 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조직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공정함과 균형 잡힌 통찰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페어플레이하면 피파(PIFA)의 페어플레이 상이 먼저 떠오른다.

선수 입장 시 선두에서 선수들을 그라운드로 인도하는 페어플레이 현수막. 선수들은 경기에 임함에 있어 공정한 페어플레이를 펼칠 것을 관중들 앞에서 서로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기에 임하다 보면 정당한 경기만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는 있다. 하지만 페어플레이의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기에 간혹 정당하지 못한 실수를 행하더라도 가볍게 넘길 수가 있다.

이러한 페어플레이는 운동경기뿐 아니라 사회 저변의 모든 곳에 적용되고 실행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성공리에 이루어낸 주인공인 대니 보일의 이야기로 서문을 연다.

올림픽 개막식은 개막식 당일까지 비밀리에 준비되고 개막식 당일 올림픽을 지켜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깜짝 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올림픽조직위원회의 계획이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개막식 당일까지 극비리에 준비되어야 했는데 1만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비밀을 지키게 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어떻게 비밀을 지킬 것인가 질문하는 올림픽 조직 위원회장의 질문에 그의 대답은 "그냥 정중하게 부탁해야죠."였다.


보일의 핵심 열쇠는 3가지였다.

1. 경청 2. 제공(자유) 3. 방어


봉사자들 스스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게 했고 보일은 누구의 말이든 경청을 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스스로 겸손한 마음으로 듣기에 열중했다. (경청)


또한 봉사자들을 억누르지 않고 자유스러운 가운데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음을 제공했다.(제공)

(비밀을 지키는 것에 있어 서약서나 강제성을 동반한 그 어떤 행위도 보일은 행하지 않았다.)


봉사자들 중에는 신분을 위장한 기자들이 있음을 알았지만 색출하지 않음으로써 그들 스스로 개막식의 비밀을 지키는 것을 임무로 생각하게 되었다.(방어)


개막식은 보일의 바람대로 깜짝 쇼가 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헬리콥터에서 낙하산을 타고 주경기장에 착륙한 다음 귀빈석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성공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길을 잃고 헤맨 적인 있을 것이다. 길을 잃은 순간 당황한 나머지 사람들은 지도를 왜곡하기 시작한다.

10년 전 영국에서 일어난 유명한 의료사고는 경청을 하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였다. 일레인은 젊은 여성으로 단순한 부비강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사망한 사례이다. 문제는 유명한 마취과 전문의가 후두 마스크 삽입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삽입이 되지 않자 근육을 이완시키는 주사를 놓고 다시 시도했지만 이 방법도 통하지 않자 기관 내 삽관을 결정하고 또 다른 전문의 들의 도움을 구했지만 이미 6~7분이 지나 일레인은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위험상황에 이르렀지만 이미 길을 잃고 당황한 의료진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점점 환자의 상태는 위험한 상황이 되었고 이때 간호사가 기관절개술 도구를 가져왔다. 목의 아랫부분을 절개하면 삽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산소를 신속히 환자에게 공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일레인은 깨어나지 못했다. 제발 아집을 버리고 좀 들어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1989년 7월 19일 오후 유나이티드 항공 DC-10여객기는 활주로에 부딪히며 네 동강이 난 채로 불시착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185명이 생존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여객기가 이륙한 후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큰 폭발음이 들린 후 여객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을 감지한 유능한 기장 앨 헤인즈는 젊은 부기장 빌 레코즈는 이를 정상화하기에 노력을 다했지만 결과는 역부족이었고 여객기는 하강을 멈추지 않았다.

상태의 심각성을 승객들에게 알리고 어떻게든 하강을 멈추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던 중 한 승무원 한 명이 조종실로 와 승객 중에 DC-10 여객기의 기장이자 조종법을 가르치는 훈련 교관인 데니 피치라는 사람이 도움을 줄 의향이 있음을 알려왔다. 헤인즈는 즉각 그의 도움을 청했고 여객기는 불시착을 하였지만 185명의 생존자가 생존했다. 사망자는 111명이었다.

항공 역사학자 브라이언 R. 스와프는 항공 역사상 긴급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항공술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아집을 버리고 듣기를 망설이지 않은 헤인즈의 경청이 가져온 결과였다.


1928년 폴 스타렛과 네 형제가 만들어낸, 불과 13개월 만에 완공된 뉴욕의 102층 마천루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퇴각하는 군대를 군대를 도운 젊은 여성, 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야구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호저스.


온건함은 사랑의 마음을 설득하고 모든 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P106


이와 반대로 성공 방식을 쓴 마키아 벨리가 있다. 그이 저서 「군주론」을 보면 '덕행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미덕을 추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몰락한다.' 정직한 것도 현명하지 않다.' '설득력 있는 거짓말이 통치자가 가진 가장 강력함 무기다.' 특히 이 대목은 어찌해야 할까? '친절한 행동으로 왜 자신을 억누르는가?' '사랑과 두려움은 공존하기 힘들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결국 그는 감옥에 투옥되었고 고문을 당했으며 농장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는 누구의 의견에 동조하고 따를 것인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요제프 괴벨스 VS 프랭클린 루스벨트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폭풍전야와 같은 시대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요제프 괴벨스.

그는 1936년 9월 12일 독일의 선전부 장관으로 임명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괴벨스는 165의 작은 키에 내 반족이 있어 걸을 때 심하게 절뚝거렸다. 장애를 가진 괴벨스를 사람들은 잔인한 별명으로 조롱했고, 괴벨스는 약자를 배제하는 모멸과 야유 속에 황폐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1919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문학박사 과정을 시작하고 1921년 24살의 나이에 논문을 완성했으나 낮은 점수로 겨우 통과하였다. 괴벨스는 분노했다. 괴테와 도스토옙스키 같은 자신의 꿈인 글을 쓰며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많은 출판사와 신문사들에 거절을 당했면서 자신감을 잃고 고향으로 낙향을 하게 된다. 그는 열등감에 휩싸였고 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일삼기 시작했다. 그러한 때에 교사를 하고 있는 엘제 얀케라는 유대인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괴벨스는 그녀를 사랑했고 자연히 유대인을 옹호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얀케의 응원을 받아 극작가나 문학평론가가 되기 위해 희곡을 썼지만 돌아온 결과는 거절이었다. 괴벨스는 다시 익숙한 분노에 휩싸였다. 그런데 성공한 극작가들은 유대인이 많았고 그들을 옹호하기 위한 저들의 의도적인 배제라고 괴벨스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인종차별이라고 의심하는 괴벨스.

1923년 괴벨스는 뉴스에서 새로운 정치단체의 보도를 보게 된다. 이 단체의 지도자는 히틀러였다. 괴벨스는 히틀러의 나치당에 합류했고 당원들은 그를 비웃지도 않았으며 그의 말재주와 글솜씨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사적인 글에 "유대인은 유럽을 파괴하는 독이다.'라는 글을 썼다. 얀케와의 관계는 끝이 났다. 나치당의 지부장이 된 괴벨스. 1941년 나치당은 정점에 이르렀다.

그는 이 책이 제시하는 3가지 기술을 정반대로 극단까지 밀어붙였다.


경청 VS 입막음

제공 VS 불확실성과 분노를 부추겼다.


비평가와 타집단을 압도적인 힘으로 공격을 가했고 이는 지금까지 품격 있는 사람들이 무엇과 맞선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반복해서 듣다 보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괴벨스는 언론을 비방하므로 국민들의 믿음을 흔들어 놓았고 불신을 품게 했다. 큰 언론사는 유대인이 소유했고 이들을 국민의 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레슬링 저널리스트 스티븐 존슨의 말처럼 "사람들은 누군가 이기는 모습을 보려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지요."

괴벨스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우월감을 느꼈고 이는 중독성이 강한 쾌감이었다.

1941년 괴벨스는 모든 것을 가졌다.

많은 유대인들은 목숨을 잃어갔다.

괴벨스는 주변의 이야기를 외면한 채 자신의 독주를 멈추지 않았고 이를 멈추게 할 만한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1941년 12월 4일 러시아군의 진격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12월 10일 미국을 향한 선전포고

결국 독일은 전쟁에서 패전했고 폐허 속에서 괴벨스는 여섯 명의 자녀를 모두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청하기가 아니라 침묵시키기

제공하기가 아니라 약화시키기

방어하기가 아니라 공격하기

괴벨스의 행동


'건방진 개자식'이 겸손해진 이유


미국 32대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괴벨스와 정반대되는 대응을 보인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루스벨트는 금수저였다. 신탁자금으로 벌어들이는 돈으로도 6대째 하는 일 없이 자손 번식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귀족적 삶을 살아온 루스벨트는 괴벨스와는 정반대의 삶의 질을 누리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루스벨트의 어머니는 마을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유는 그들의 수준이 자신들보다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 28세에 뉴욕 상원 의원에 당선된 루스벨트는 건방진 개자식이었다.

1920년 부통령 후보로 지명이 되었고 거칠 것이 없던 루스벨트에게 시련이 다가온다. 1921년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려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되었고 할 수 있는 치료는 모두 해보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루스벨트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시련을 통해 정체성을 찾게 된 루스벨트는 르핸드를 만나게 되면서 삶의 방향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연민을 배우고 아무리 노력해도 어려운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그의 업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프랜시스 퍼킨스를 만나게 된다.

루스벨트는 괴벨스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세상을 대한다. 그는 경청을 했다. 많은 신문을 구독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에 대해 질책하지 않았으며 기자들을 불러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외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며 듣기를 멈추지 않았다.

1933년 루스벨트는 32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1935년에는 퍼킨스와 함께 사회보장 법을 완성하였고 정중함으로 질책보다는 회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며 반대의 의견에 대해서는 설득을 통해 동의를 얻기도 하였다.


침묵시키기가 아니라 경청하기

약화시키기가 아니라 제공하기

공격하기가 아니라 방어하기

제외하기가 아니라 포함하기

루스벨트의 행동


괴벨스가 쫓아낸 유대인 과학자들도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군사에 유용한 분야에서 연합군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가난한 환경과 신체의 결함으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모멸감을 받으며 자라난 괴벨스는 결국 페어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인 악인이 되었고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완벽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루스벨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역사에 남는 위인이 된다.


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어려움을 이기고 품격으로 세상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페어 플레이어는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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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권현숙 지음 / 세계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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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권현숙 단편소설집中

                        순 장(殉葬)


223쪽

미인과 추녀의 사이는 2mm 차이에 불과하다. 우리의 눈이 2mm의 차이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미인도 추녀도 없는 천국이 될 것이다.

부석한 눈 두덩에 보라색 라인을 긋고 그 절개선을 따라 스칼펠이 피부를 연다. 눈꺼풀 판이 보이고, 버들잎 모양으로 피부를 박리한다. 혈관들에서 피가 분출되고 지방과 조직을

섭씨 100도로 소작을 한다. 견디기 어려운 냄새다.

삼겹살 굽는 냄새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역겨움이 일어난다. 형이상학이 문제인가?

코의 골 망을 따라 실리콘 주머니를 만든 뒤 콧등에 주입하면 능선이 생긴다. 콧날이 일어난다.

코의 끝을 세우고 형태를 갖춘 환자의 손에는 외국 여배우의 사진이 들려있다.


서른의 막장에 이른 그녀는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아직 솔로의 신세이고 회사에서 운전을 하다 뺑소니로 몰려 3개월을 복역한 뒤 집에 오니 전기 수도는 끊어지고 냉장고는 겁이 나서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 (없는 와중에 그나마 있던 것마저 부패되어 있을 것이 뻔하니까.)

구치소에서 나오면 먹고 싶었던 것들을 차례대로 적어오기까지 했는데 만사가 귀찮다.


연예 기획사의 대장을 둘째 아들로 둔 반장 아주머니의 소개로 로드 매니저가 되었고 연예 기획사의 로드 매니저가 되기 전에는 성형수술에 대해 무지했었다. 쌍꺼풀 테이프도, 코 수정 기구도 알지 못했다. 지금은 얼굴만 봐도 안다. 되는 얼굴과 안되는 얼굴을....

그녀의 임무는 소속사 연예인들을 성형외과에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회사는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연예인들을 뽑아 즉시 연마 작업에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내부 장기를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가 수정된다.


미인은 왠지 인종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그런 차원을 넘어선 여신, 혹은 별에서 온 사람 같은 느낌. 그런 거다. 그럼 그녀는 어떤가. 일단 여자치고는 키가 크다. 그리고

광대가 튀어나와 코를 감싸고 턱은 사각으로 넓적하다. 그 아래 목은 머리와 몸통을 연결하기 위해 간신히 아주 짧게 붙어있고 어깨는 떡 벌어져 있다. 

쉽게 말해 남자로 말하자면 떡대가 아주 좋은 장군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자인 그녀는 글쎄....


아름다움에는 선천적 기호가 존재한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도록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는 뜻이다. 평범한 다수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선고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견해에는 막강한 반대파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껍데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


9시 뉴스의 여성 앵커, 재벌과 미인의 결혼, 광고 속 미인,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다.


235쪽

오, 저 아름다움을 우리는 신의 의지로 받아들이자. 저 자연의 총아는 선악의 피안에 서 있는 것이다.

신적인 아름다움, 그 앞에서 한갓 피조물이 만들어낸 법이나 기준은 그 효력을 잃는다.

- 플라톤 [향연]


그녀는 자신의 외모로 인해 뺑소니로 몰렸다고 생각한다.

그날 할머니는 단속반을 피하기 위해 길 건너 복덕방으로 참외 상자를 옮기는 중이었다. 하필 그때 그녀의 차가 아파트 진입로에 들어섰다. 그녀는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 할머니를 보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후문 주변은 행상을 하는 노점들로 번잡했고 그래서 늘 습관처럼 속도를 줄였기에 그녀는 놀라지는 않았다.

정작 놀란 것은 사방팔방 흩어진 노란 참외들이었다. 할머니는 깨진 참외들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참외 한 상자에 십만 원이라며 반반씩 물잔다. 어쨌거나 다친 것은 참외다. 그래서 오만 원을 건넸고 일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의 아들은 전치 6주짜리 진단서를 경찰서에 제출했다. 밤에 경찰들이 집으로 찾아와 뺑소니로 조사할 것이 있다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게 하고는 경찰서로 끌고 왔다.

건축 분쟁으로 업자와 인부들 간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고 재판장은 소란스러웠다. 욕설, 웅성거림, 판사의 호령, 그때 출입문이 열리고 젊은 남녀 한 쌍이 들어섰다. 여자는 자기 얼굴만 한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크림색 원피스는 몸매를 한껏 드러냈고 타이트하게 H 라인을 들어냈다.

소요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이내 정적이 흐르고 여자의 하이힐 소리만이 '또각또각' 울렸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벗어서 조그만 핸드백 속에 넣었다. 그 순간 법정에 불이 들어온듯했다.

크고 아름다운 눈, 까맣고 하얗고 보석 같은....

아나운서 공채를 준비 중인 그녀는 음주 뺑소니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몇 번의 경고 끝에 경찰이 연행을 해온 것이다. 같이 들어왔던 젊은 남자는 아마도 경찰인듯했다.

재판은 호의적으로 흘렀다. 최대한 공손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그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똑똑하고 못생긴 여자 = 재수 없다

무식하고 이쁜 여자 = 순진하다


그녀의 1mm의 두피 아래에는 [교양학부 권장 도서 50선]이 빼곡히 꽂혀 있다.

1이방인2과학혁명의구조3광장4꿈의해석5국부론6군주론7그리스비극8금강삼매경론9논어10돈키호테11두보시집12루쉰13마의산14맹자15목민심서16무정17미디어의이해18백년동안의고독19변신20죄와벌21좁은문22사기23삼국유사24그리스로마신화25설국26파우스트27성학십도28프로테스탄티즘의윤리와 자본주의정신29셰익스피어4대비극30순수이성비판31스완네집쪽으로32슬픈열대33신곡34안나카레리나35양철북36엔트로피36역사38열하일기39위대한유산40이기적인유전자41적과흑42일리아드-오디세이43자본론44자유론45장자46적과흑47예술가의초상48토지49종의기원50황무지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가 기울어지게 할 만큼의 미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269쪽

우리나라 최초로 순장 인골이 발굴됨으로써 한국 고대사에서 문헌상에 단편적으로 보이는 순장 기록에 대한 실체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발굴이 한창인 44호 분 중앙 석실 주피장자 발치에서 금귀고리를 착용한 채 순장된 10대 소녀의 인걸이 출토되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자들은 이 소녀가 왕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첩이나 시녀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옛날 임금이 죽으면 임금을 모시던 하인과 하녀를 함께 장사를 지내었다는 기록이 있다. 사후에도 임금은 섬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의 발칙한 생각이다.

권력자가 죽음에까지 동반하고 싶어 하는 미인이란 어떤 존재일까?


277쪽

미인은 하나님 다음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 파스칼


깜빡 정신을 놓았나 보다. 어두운 굴속이었다.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 아득해져 간다.

아득하게 말소리가 들려온다. 내 말 들리세요? 마취가 안됐나? 조금만 더 있다가 가..

윙- 윙- 윙

드륵 드륵 드륵

기계진동에 머리가 얼굴이 뇌수가 흔들린다. 얼굴의 모든 뼈들이 진동하고 있다.

차마 내가 출근하다시피 한 병원으로 가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인데....

뭔가가 이상하다.

그래도 단 하루를 살더라도 예쁜 여자로 살고 싶어!

머리 위에서 벼락 치는 소리가 났다.


이상한 말이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지금같으면 페미니즘에 여성비하에 등등 능지처참 감이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고.조선.의 여인과 대한제국의 여인들은.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어떠한가 돌아볼일이다.

tv이를 잘 보지는 않지만 어쩌다 한번 보노라면 다 한 채널인줄 알았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또 저기에도 같은 얼굴이 분신술을 쓰듯 보이는것을 보며 마음이 씁쓸함을 느낀적이 한두번이 아니니.... 이쁜여자는 아름다운 미인이고 그보다 못한 여자는 개성이 강한 여자가 되는 세태.

뭐 ! 끌어낼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아무튼 마음을 다스리고 .

거울을 한번 본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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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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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시간들

                             송인석



군에 가기 전 일본 전국 여행을 하며 저자는 여행을 통해 보고 만나는 소중한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582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저자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마추치지 않았을 시간들과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전한다.

군에서 받은 적은 월급을 모으고 모아 여행의 종잣돈을 마련하고 커다란 배낭을 맨 채 미지의 세상으로 향한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우리는 부재를 통해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

군을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세계로 긴 여행을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배웅하는 어머니와 사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 아파트 통로의 거울을 통해 보게 된 서운함과 염려가 가득한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보며 저자는 다짐한다.

어머니께 실망을 드리지 않는 아들이 되겠다고....

떨어지는 않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여행의 첫 시작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작가의 꿈을 갖게 한 여행작가를 만났다. 그는 일행이 있었고 저자는 그와 깊은 대화와 함께 용기를 얻었다.


19쪽

"불안하다는 거 잘 알아. 근데 내가 원하고자 하는 일들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간 누군가가 너의 진심을 알아줄 날이 올 거야. 한번 열심히 노력해 봐."


군에 가기 전 여행했던 라오스와 태국. 과거로의 여행인 듯 설렘임은 더 가중되었고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알아보고 반가워해주길 바랐지만 그들에게는 많은 여행자 중 한 명이었던 저자를 알아 보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자신의 추억 중 한 페이지를 다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기에..

호주에서 온 니키를 만났고 말레이시아를 거쳐 인도네시아에 도착해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그곳을 떠날 때 울음을 터트리던 아이에 대한 기억, 발리에서의 빈대 때문에 고생한 추억, 호주에서의 워킹 홀리데이.

지난간것은 어떠한 것이던 추억이 되는것인가 보다.


50쪽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 나 자신에게도 항상 좋은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여행 중 만난 인종차별. 특히 흑인에 대한 차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인도에서의 몸살. 사람은 아플 때 외로움을 더 타는가 보다. 그리웠다. 어머니와 집이.


군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문 일병이 갑자기 배탈이 났다.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기를 여러 번.. 간신히 의무대를 찾아가 증상을 이야기하니 이 군의관님이 약을 건네주신다. 까만 알약.

홍 상병은 자고 일어나니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감기인 듯.. 내무반 모두에게 전파되기 전에 의무대에 다녀오라는 소대장님의 지시를 받들어 의무대로 향했다. 군의관님은 안 계셨고 의무병인 추 상병이 대신 약을 주었다. 까만 알약.

윤 병장은 월동준비를 하던 중 망치질을 잘못해 손가락을 살짝 망치로 치고 말았다. 손가락 끝이 까맣게 멍이 들고 피가 조금 났다. 이를 본 문 일병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윤 병장에게 말했다.

"빨리 의무대에 가보시는 게 좋겠지 말입니다."

윤 병장은 아픈 손가락을 부여잡고 의무대로 갔고 윤 병장의 손가락을 본 이 군의관은 빨간약을 손가락에 발라주고는 약을 주었다. 까만 알약.

모두 같은 약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기를 바래본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함께 약해지고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굴하지 않고 다음 여행지로 향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지아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7개월의 강제 고립을 겪고 다시 시작된 여행. 그리고 터키에서의 히치하이킹.





여행은 모두가 낯선 것으로 시작되고 채워진다. 또한 관계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만남과 헤어짐. 떠남과 남음. 모든 것은 제자리에 남겨지지만 여행자만이 다른 곳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난다.

또 여행은 관대함을 키우는 학교이기도 하다. 모든 것들에 관대해 지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는 까닭이다. 여행이란 즐거움만으로 채워지지 않기도 한다. 때론 여행을 떠나지 않았으면 만나거나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여행자의 앞에 즐비하게 부비트랩처럼 널려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니 여행을 하면 미지의 것에 환호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그 어떤 것도 장애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지만 성공도 없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젊음을 가장 큰 에너지로 삼아 거침없는 여행을 해냈다.


배낭여행.

말이 쉽지 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여행이다. 그럼에도 앞뒤로 커다란 배낭을 메고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보면 미래에 대한 안도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저들의 도전과 실패와 극복이 이 사회의 발전에 대한 커다란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582일을 여행했다.

요즘 육군 현역 복무 기간보다 조금 더 긴 기간을 낯선 세계로 향해 걸음을 옮긴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저자는 전 인생에 걸쳐 이루어야 할 일중 많은 부분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누구나 떠날 수는 있지만 누구나 떠나는 것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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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계절이 바뀌는 계절
강철규 지음 / 부크크(book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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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계절

                            강철규



저자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이다. 다수의 전시회를 열었고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에세이「어루만지다」와 소설 「Eva」가 있다.


계절이 바뀌는 계절을 우리는 간절기라 부른다.

그 기간은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지나간 시간과 새롭게 다가올 시간이

공존하는 시간이기도 하면서 어쩌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공간 일지도 모른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떠나갔고 새롭게 맞이해야 할 계절에 대한 설렘의 마음은 점점 작아지고 말았다.


가을과 겨울 사이

윤희는 여덟 살부터 첼로를 시작했다. 엄마의 꿈을 이루기 위한 시작이었지만 윤희도 나름 열심히 한덕에 악단에서 연주를 하고 개인 레슨도 하고 있다. 아빠가 죽고 나서 엄마마저 쓰러져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런 엄마를 영선 스님이 있는 사찰에 묵으며 간병을 하고 주일이 되면 교회로 예배를 드리러 갔다.

엄마의 완쾌를 기도하기 위해...

종환은 그런 나를 절에서 교회로 교회에서 절로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윤희는 종환이와 다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번 다투고 난 뒤 종환이 데리러 오지 않았을 때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세배 이상 시간이 걸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 갈색 잎이 마지막 힘을 다해 매달려 있을 때 엄마가 죽었다. 아빠가 죽고 꼭 세 달 만의 일이었다.


"이윤희 고객님?"

엄마의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윤희에게 화장장의 직원이 물어온다.

지금의 상황에서 고객님이라는 호칭이 가능한지..

엄마는 사망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 세상에서 지워졌다.


누구나 펜으로 쓰인 단어로 생명을 얻거나 잃는다. 출생, 사망

엄마 친구의 전화는 숨소리만 들리다 끊어졌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고 나니 엄마 아빠의 사망보험금이 내 통장으로 입금이 되었다. 사억. 꽤 큰돈이었다.


엄마는 윤희가 백조를 연주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었다. 엄마 앞에서 연주를 하면 엄마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한 마리 백조가 된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는 했는데 이제 연주를 들어줄 엄마는 없다.

문득 첼로를 팔아버릴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다 기타를 샀다. 클래식 기타를


「클래식을 하는 사람이 불쌍할 때가 있어요. 그들은 어린아이 때부터 잘 훈련된 군인 같아요. 모차르트 군대, 베토벤 군대, 브람스 군대, 」38쪽


겨울과 봄 사이

자주 가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호림을 알게 되었다. 서른의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호림을 통해 윤희는 지금 자신의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었지만 호림은 그런 존재가 되어 주지는 못했다.


62쪽 " 한국 사람들이 왜 어렵게 사는 줄 알아?

계절 탓이야. 왠지 알아? 좋은 계절을 즐길 법하면 금방 더워지고 추워지거든. 좋은 날을 즐기기보다는 혹독한 계절을 대비해야 해, 그래서야. "


적응되고 편안해지는 만큼 설렘이 줄어들고 조금씩 질리기 시작한 봄이 끝나가는 계절에 호림과 헤어졌다. 봄과 여름 사이에 영선 스님이 죽었다. 스님들의 장례절차에 따라 다비식 속 연기와 재가 되어 스님은 이 땅을 떠나갔다.


며칠 후 윤희는 운전학원에 등록을 하고 악에 받친 듯 연습을 했다. 그리고 차를, 일억 원이 넘는 차를 샀다.

엄마 아빠의 사망보험금 중 일부가 사라졌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동네에서 미용실을 하는 문숙 언니를 알게 되었다. 문숙 언니는 결혼을 하지 않은 채였고 그래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엄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라고 어른이 된 언니는 자신도 엄마처럼 자식에게 사랑을 다할 수 없을 것 같아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것이 이유가 된다면....


가끔 꿈에 엄마와 스님이 나타났다. 그러면 윤희는 살아갈 힘을 새롭게 얻었다. 왜 그런지는 모른 채..

윤희의 가슴에 아토피가 생겨나고 그래서 가슴이 아픈 것이 아토피 때문인지 삶의 서글픔 때문인지 윤희는 알 수가 없었다.


124쪽 「가난은 삶의 모든 것을 헤집어놓았고, 고단한 육신은 

          자식들에게 사랑을 베풀 기력이 남아 있지 않게 만들었다.」


첼로를 조금씩 연주하기 시작했다.

가을이 왔고 윤희는 여진을 만났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빈 공간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무엇과 무엇의 사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잎새와 잎새 사이,처럼 작가는 이처럼 빈 공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사이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작가 역시 그림과 글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고 얻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마음처럼 이 책은 윤희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끼쳐질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금의 계절은 가을의 시작이고 그렇다면 가을과 겨울 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서 계절이 바뀌는 계절을 읽다 보면 겨울이 소리 없이 곁에 와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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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차별, 처벌 - 혐오와 불평등에 맞서는 법
이민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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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 차별 처벌

                                                          이민규


우리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면, 우리는 차별이라는 벽을 세운다.

우리는 우리라는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부족해도, 끌어안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구성원이 우리 안에 속해있는 동안 만큼은....

프롤로그


1989년 미국에서 태어난 저자는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후 뉴욕 주 검찰청 사회 정의 부 검사를 지냈으며 현 소송 전문 변호사로 주로 차별 금지 법 관련 소송을 다루고 있고 다국적 기업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인류 안에 횡 횡 하는 차별 속의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 대응책은 무엇 인가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조명하고 있다.


인생의 깊이를 나이로 따질 수 는 없지만 연륜 에 비해 깊은 통찰력과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많은 차별적인 일들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한 저자의 글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는 속설에 믿음이 가기까지 한다. 

한국은 1997년 차별 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의견이 제시 되었고 그해 11월 800개의 대선 단일 공약 중 하나로 발표되었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차별은 우리 의식의 내면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사회문제로 대두 되어 그 심각함을 알수 있다.


글은 성경의 창세기 를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성경의 창세기는 차이로 시작되는데 빛과 어둠, 하늘과 땅, 육지와 바다, 그 외 그 모든 것이 존재하는 온갖 생물에 이르기까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보면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내면의 깊은 곳에 유전자처럼 이미 차이를 선명하게 새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종, 신분, 성별의 차이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차이이고 경제적, 사회적 신분의 차이는 이미 사회의 계층화 를 이루고 있었다.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에겔스는 『인간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라고 선언했다.

특히 인간의 분류는 남자와 여자의 분류로 시작되는데 보편적 인류의 모습은 부계 사회 이었기에 남성 우위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에 여성을 향한 온갖 종류의 억압과 폭력이 가해져 왔다.

정치학자 도널드호로위츠 는 인종으로 인해 촉발되는 집단 살해 과정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1. 비 인간화 ---- 유대인의 학살

2. 표적화    ---- 관동대지진의 재일동포 학살

3. 폭력       ---- 미국인의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폭력 (이를 신의 명령이라고 했다.)

p28


저자는 여러가지 차이를 나누는 차별중 에 성별, 인종, 동성애를 중심적으로 이야기 한다.

고대 그리스의 엘리트 사회에서는 동성애를 제도화 하기도 했다. 동성애는 사람들 뿐 아니라 동물들에게 서도 나타나는데 그 예가 검은 머리 물떼새 이다.


도덕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공정성이다.


청 신경이 소리를 감지 후 뇌로 보내는 시간은 0.08초

뇌에서 근육으로 보내는 시간 0.02초

= 인체의 반응 속도는 0.1초


범주화 ⇒ 편견은 뇌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예측 출발이 일어나지만 이는 부정 출발로 간주되지 않고, 이 때문에 세상에는 편견이 만연한다.

p49


자신과 다른 집단으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개별적 특성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다.

외집단 동질성의 편향 - 내집단 분화편향


사람은 무의식 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해야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해치려고 하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구별해야 하는 자기 방어가 생명을 가진 모든 생물들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 의식은 차별로 발전된다.

특히 한국 사회의 규범 의식은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람을 집단으로 구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예가 지방 의식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학연,지연,혈연 등이 편견에서 비롯된 잘못된 성향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이렇게 집단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에는 윤리나 도덕의 규범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차이와 차별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평등이라고 이야기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헌법에는 평등을 강조하고 있고 지금도 강조되고 있는 것이 평등이지만 사실적 평등이라는 단어는 사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완벽한 평등은 어려운 이상이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야기 한다. 역사 학자 데이비드 레즈 는 세상은 평평한 운동장이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으며 세상이 공평한 경쟁의 장이 되리라는 생각은 논리와 사실을 모두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고 말하고 있다.


1820년 라이베리아라는 나라가 세워지고 1847년 독립을 하게 된다. 라이베리아는 자유라는 뜻이 담겨있는 말이었는데 이 라이베리아를 세운 이들은 미국의 해방 노예 들이었다. 이들은 뼈 속 깊이 불평등과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였기에 그들이 세운 나라는 진정한 평등과 차별이 없는 나라를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결과는 참혹하게 드러났다. 그들이 권력을 잡은 후 그들이 당한 것보다 더 참혹한 불평등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착취와 차별을 경험한 집단이 지배층이 되었을때 자유와 평등을 억압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이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혁명, 미국의 건국 등이 있다.


평등은 모든 면에서 동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로가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나 평균적인 특성에 따라 재단되거나 억압 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인 것이다. 평등을 정당화 하기 위해 모든 면에서 동일한 존재일 필요는 없다.

p95


우리가 추구 해야 할 평등은 50 대 50의 무조건적인 균형이 아니다. 그 예로 여성 소방 공무원의 증가에 대한 우려이다.

우리나라의 소방 서비스는 기준 인력 대비 현장 인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인데 여성 소방 공무원의 대다수는 구급 과 행정 업무에 집중되어 있기에 어차피 행정직 으로 배치될 여성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현장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 가증 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마음이다.

문제는 소방 공무원 채용 기준에 있다. 현재 소방 공무원 체력 시험은 남성과 여성 지원자에게 다른 기준을 요구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비의 발전으로 경량화 를 이루어가는 시점에서 굳이 예전의 기준으로 체력 시험을 지금까지 유지한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채용 기준의 공정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고착화된 격차를 줄이는데 노력을 다하고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 문화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등산복 사랑이다. 70퍼센트가 산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등산을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지만 그 복장이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이나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과 같은 곳까지 이어진다면 ... 이것은 이미 우리의 생각속 에 고착화된 문화의 차이이지만 차별이 될수도 있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니지만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리고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문화이며 이것이 합법적이라는 것에 더욱 놀라움을 나타낸다.

외모 경연대회도 아니고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님에도 사진을 첨부하는 것은 외모 지상 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부끄러운 문화 중 하나 이다. 이 또한 평등에 반하는 일이기도 하다.

닉슨은 캐네디와의 TV토론으로(미국최초) 인해 선거에 패배했다.

미스론리 하트에 등장하는 코가 없이 태어난 소녀의 사연 - 물론 허구의 소설이지만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차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과체중 의 발레리나, 외소하고 빈약한 경호원처럼 어떠한 일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차별의 구별은 뚜렸한 규정을 보이기 어렵다.

사람의 가치는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 나 기회의 평등은 적용되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어떠한 일이던 진행되고 이루어 진다면 그 어떤 차이나 차별 처벌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바램처럼 형평성을 이루지 못하고 모든 것이 표면 화 되어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오류일까?

상식이 무너지고 공정성이 사라져가는 시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 (개천에서 용이 날아오르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기회의 공정성은 주어진 환경에 의해 무너 질수도 있다.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의 공정성이 주어진다 해도 이를 이루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또는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면 공정성은 무의미 하다.

백 킬로그램이 넘는 마라토너는 본적이 없고 고비마다 포기를 일삼는 사람의 성공을 본적도 없다.

형평성의 문제에 있어서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 8시간 을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사람과 일을 하지 않아도 학업에 전념할수 있는 사람과의 경쟁에서 누가 더 먼저 목표에 도달할지는 같은 노력이라면 당연히 후자에게 승리의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인간이 태어나는 것에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나? 우린 시대에 맞게 태어난 걸까? 자네 생각은? 자넨 기술자군. 그럼 유클리드의 공리와 공준을 알겠군. 유클리드의 첫 공리는 이거야.' 동일한 것의 같은 것은 서로 같다.' 그게 수학적 추론의 법칙이지. 맞기 때문에 사실이기도 해. 과거에도 맞았고 미래에도 맞을거야. 책에서 유클리드는 이것이 '자명하다고 했어. 알겠나? 무려 2000년 전에 쓰인 역학 법칙 책에도 자명한 진실이 있는거야. 동일한 것은 서로 같다는 것 말이야. 출발점은 평등이야.

그게 시작 아닌가? 그건 균형이고 공정성이야.

그게 정의라네."

p169


인류는 평등한 출발점에서 출발하지 못했고, 그래서 균형과 공정성은 처음부터 이상으로만 존재하는 희망이 되었을 뿐이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평등 하지 않았던 출발점의 간격을 줄이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동정이 되어서는 안되며 차이와 다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할 뿐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양심의 눈과 정의를 향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현상들에 대처해 나갈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나은 사회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만족감과 성취감이 조금은 떨어지더라도, 혹은 내가 조금 더 손해를 보더라도 정의와 양심을 지킬 수 있다면 하는 가정은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 의문을 가져본다.


하지만 결국

차이 차별 처별 은 생명이 있는 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생명의 간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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