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0
이나영 지음, 이수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http://blog.naver.com/ayoung916/220986601168

시공주니어 도담지기 6기로 활동중인데,
간만에 배송된 도서가 참 반갑습니다.
이렇게 좋은 책 보내 주시려고
그간 그렇게 뜸을 들이셨나봐요.ㅎㅎ

초판 1쇄 찍은 지 아직 한 달도 채 안 된
그야말로 신상 중 신상도서랍니다.

                                 

                              [시간 가게]로 제13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신 이나영 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 동화 [붉은 실].

글도 너무너무 좋았지만, 그림이 정말 맘에 드는 책이었는데요,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초록담쟁이'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계시는 이수희 선생님의 그림 덕분에 책이 더 사랑스러워진 듯  합니다.

"붉은 실은 인연을 뜻하기도 해."

책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아이들,
은별, 민서, 강우가 붉은 실로 이어져있어요.


시공주니어 문고 중 독서레벨3인 책이라
초등 고학년 이상에게 권장이라 적혀 있지만,
4학년 찬이도 볼 만한 책이더라고요.
세 아이들이 겪는 감정적인 문제들에
우리 찬이도 이제 공감할 수 있을만큼
자란 것 같아요.

                               

앞에서도 저의 소견을 적어봤지만,
일러스트가 정말 스토리를 한 층 돋보이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모든 그림은 흑백입니다만,
화자가 바뀔 때마다 바로 그 주인공만
붉은 색 옷으로 표현을 했더라고요.

은별이가 화자일 때는 빨간 옷을 입은 은별이를,
같은 상황, 같은 장소지만
화자가 강우로 바뀌니 강우를 붉은 색으로,
잠든 아기를 바라보는 아프리카 여인을
톤 다운된 붉은 계열로 컬러링한 부분이
압권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여인과 아기가 무슨 스카프 같은 걸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마침 은별이 목에도 그와 유사한 스카프가
둘러져 있지요.
책 속에 등장하는 일러스트 한 컷 한 컷이
스토리 자체를 가슴으로 깊이 공감하며
만들어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들.
하지만 화자에 따라 그림은 이렇게 달라지네요.
뚱스 클럽의 단짝 친구 사이였던 은별이랑 민서가 별안간 관계가 소원해졌고,
우연한 계기에 은별이 새엄마가 운영하는
뜨개방에서 뜨개질을 배우게 된 강우가
은별이와 친해지게 되니
민서는 마치 강우가 자기 자리를 빼앗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은별이가 전과 달라진 이유를 도통 말해주지 않고, 민서를 퉁명스럽게 대하니
민서는 이전에 어울리지 않았던 소연이 일행과
마지못해 어울리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뚱스클럽의 아지트라 할 수 있는 분식집에서 저렇게 맞닥뜨린겁니다.

 

    뾰족한 바늘로 뜨개질을 하는 강우.
강우의 뜨개질은 단순히
남학생이 뜨개질을 하네? 하고 놀랄 일이 아니라
뾰족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아이가
뾰족한 바늘을 손에 쥐고 뭔가를 시작했다는 것,
그렇게 뾰족한 물건을 만지고 있는데
마음이 편안하다 느끼는 것이
진짜 놀랄 이유죠.

친구들 앞에서는 그저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라
세상 근심 없을 것으로 보였지만,
강우도 강우 나름의 상처와 아픔이 있더라고요.

저도 사실, 누군가를 만나
속깊은 이야기를 한 시간만 나눠보면
그렇게 행복하고 편안해 보이기만 했던 그 사람에게도 해결하기 힘든 고민거리들이 있음을
알게 된 경험들이 많았거든요.

은별이에게 강우가 그랬습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들었던 강우의 이야길 듣고나서야 강우도 자기처럼 고민이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느꼈을테지요.

이 책이 초등 고학년 이상에게 권장하는 책이라는 게 바로 이 점 때문인 듯 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의 고민과 친구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등을 책 속에 등장하는 세 친구들 이야기를 통해
꼬였던 실타래가 풀어지듯
독자의 응어리도 풀어지게 하니,
부모의 열 마디 충고보다 책 속 캐릭터들의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이
사춘기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뚱스 포에버!

이렇게 다시 관계를 회복하게 된
은별이와 민서.
저까지 기분이 너무 좋아지더군요.

준이랑 찬이도 친구 관계 속에서
엄마 아빠한테 일일이 다 말하지 못 할
미묘한 감정의 소모를 얼마나 하고 살까요?
제 어린 시절에도 그랬듯이
우리 아이들도 지금 이 시기에
부모보다 친구가 더 좋을 나이인데,
혹 절친과 삐그덕거리는 상황이 생긴다면
[붉은 실] 속 저 두 친구들처럼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